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이 - 11. 심요원이 자객이 되어 대장군 소유를 찾아오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2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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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심요원이 자객이 되어 대장군 소유를 찾아오다

 

此時吐藩强盛 輕易中國, 起十萬大兵 連陷邊郡,

先鋒至渭橋. 京師震驚, 上會群臣議論 皆曰 :

“京城之卒未滿數萬, 外方援兵勢不可及, 暫離京城 出巡關東, 召諸道兵馬 以圖恢復可也.”

차시토번강성 경이중국 기십만대병 연함변군

선봉지위교 경사진경 상회군신의론 개왈

경성지졸미만수만 외방원병세불가급 잠리경성 출순관동 소제도병마이 도회복가야

 

이 무렵에 토번이 강성하여 중국을 업신여기고, 십만 대군을 일으켜 변방 고을들을 잇달아 함락시키고, 선봉이 이미 위교(渭橋)에 다다랐다. 서울이 소란스러워지자 황상이 여러 신하를 모아 이 일을 논의하였는데, 모든 신하가 아뢰기를,

“서울에 있는 군사는 불과 수만에 지나지 못하고, 외방에 있는 구원병의 세력도 이에 미치지 못하니, 황상께서는 잠시 경성을 떠나 관동(關東)으로 순행하시고, 여러 도의 병마(兵馬)를 불러 회복을 도모하심이 옳을까 하옵니다.”

 

上猶豫未決曰 : “諸臣中惟楊少游善謀能斷 朕尋器之, 前日三鎭之服 皆少游之功也.”

罷朝入告太后, 使使者持節放少游, 召見問計 少游奏曰 :

“京城宗廟所在 宮闕所寄, 今若棄之 則天下人心必從動搖,

且爲强賊所據, 則亦未可指日恢拓矣.

상유예미결왈 제신중유양소유선모능단 짐심기지 전일삼진지복 개소유지공야

파조입고태후 사사자지절방소유 소견문계 소유주왈

경성종묘소재 궁궐소기 금약기지 즉천하인심필종동요

차위강적소거 즉역미가지일회척의

 

황상이 머뭇거리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가 이르시기를,

“여러 신하 중에서 오직 양소유만이 꾀를 잘 쓰고 결단을 잘하여, 짐이 그를 그릇이라 여기고 있는데, 전일 세 진으로부터 항복 받은 것은, 다 양소유의 공이로다.”

조회를 파하고 태후께 들어가 고하고, 사자로 하여금 절월(節鉞)을 보내어 소유를 풀어주게 하였다.

황상이 소유를 불러 보고 계교를 물으시니, 소유가 아뢰기를,

“서울은 종묘(宗廟)가 있는 곳이고 궁궐이 딸린 곳으로, 이제 만일 이곳을 버리면 천하의 인심이 반드시 따라서 동요할 것이옵니다. 또한 강한 도적이 웅거하게 되어, 서울을 다시 회복하는 날을 기약하기가 어려울 것이옵니다.

 

代宗朝吐藩與回訖合力, 駈百萬兵來犯京師, 其時王師之單弱 甚於此時,

汾陽王臣郭子儀 以匹馬却之.

臣之才略比子儀, 雖萬萬不上及, 願得數千軍 掃蕩此賊, 以報再生之恩.”

대종조토번여회흘합력 구백만병래범경사 기시왕사지단약 심어차시

분양왕신곽자의 이필마각지

신지재략비자의 수만만불상급 원득수천군 소탕차적 이보재생지은

 

옛날 대종조(代宗朝) 때 토번이 회흘(回訖)과 더불어 힘을 합하여, 백만 군사를 몰고 와서 서울을 침범하였사옵니다. 그때 임금의 군사가 외롭고 약함이 지금보다 심하였으나, 분양왕(汾陽王)의 신하 곽자의(郭子儀)가 한 필의 말로써 그들을 물리쳤나이다. 신의 재략은 곽자의와 비교할 때 비록 만분의 일도 미치지 못하오나, 바라옵건대 수천의 군사를 주시면 이 도적을 소탕하여, 재생의 은혜를 갚고자 하나이다.”

 

上素知少游有將帥才, 卽拜爲大將, 使發京營軍三萬討之, 尙書拜辭而出,

指揮三軍陣於渭橋, 討賊先鋒擒左賢王.

賊勢大挫潛師遁去, 尙書追擊三戰三捷, 暫首級三萬, 獲戰馬八千匹, 以捷書報之.

天子大悅, 使卽班師論諸將之功, 以次賞賚.

상소지소유유장수재 즉배위대장 사발경영군삼만토지 상서배사이출

지휘삼군진어위교 토적선봉금좌현왕

적세대좌잠사둔거 상서추격삼전삼첩 잠수급삼만 획전마팔천필 이첩서보지

천자대열 사즉반사론제장지공 이차상뢰

 

황상께서는 소유에게 장수의 재질이 있음을 평소에 아시는지라, 곧 대장을 내리어, 경영군(京營軍) 삼만으로 그들을 토벌케 하여 즉시 떠나도록 하셨다. 상서가 하직 인사를 올리고 나와 군사를 지휘하여 위교(渭橋)에 진을 치고, 도적의 선봉을 쳐서 좌현왕(左賢王)을 사로잡았다.

도적들의 힘이 크게 꺾이어 사기가 꺾인 도적들이 도망을 가니, 상서가 추격하여 세 번 싸워 세 번 모두 이기고 수급(首級) 삼만을 베었으며, 전마(戰馬) 팔천 필을 노획하고서 승전 보고서를 황상께 올렸다.

이에 천자께서 무척 기뻐하시어 즉시 군사를 돌이키도록 하고, 여러 장수의 공을 논하여 차례로 상을 주었다.

 

少游在軍中上疏, 其疏曰 : “臣聞王者之兵貴於萬金, 而坐失機會則功不可成也,

又聞常勝之家難與慮敵, 而不乘飢弱則賊不可破也.

소유재군중상소 기소왈 신문왕자지병귀어만금 이좌실기회즉공불가성야

우문상승지가난여려적 이불승기약즉적불가파야

 

소유가 군중에 있으면서 상소를 올렸으니 그 상소에서 아뢰기를,

“신은 ‘왕자의 군사는 만금보다 귀하니, 앉아서 기회를 잃으면 공을 이룰 수가 없다.’라고 들었고, 또 ‘항상 이기는 군사는 더불어 적을 염려하기가 어렵고, 주리고 약한 때를 타서 치지 않으면 도적을 깨뜨릴 수가 없다.’라고 들었나이다.

 

今賊之兵力 不可謂不强, 器械不可謂不利而, 彼則以客而犯京, 我則以飽而待飢,

此臣所以得樹尺寸之功, 而賊之形勢一蹙 而兵日弱矣, 兵法乘勞 而不勝者, 由糧饋之不及也,

地利之不便也, 今賊旣挫蹈舞至此, 賊之勞獘極矣, 雄州大城 皆思峙蒭粮 則我無半菽之患,

금적지병력 불가위불강 기계불가위불리이 피즉이객이범경 아즉이포이대기

차신소이득수척촌지공 이적지형세일축 이병일약의 병법승로 이불승자 유량궤지불급야

지리지불편야 금적기좌도무지차 적지로폐극의 웅주대성 개사치추량 즉아무반숙지환

 

지금 도적의 병력이 별로 강하지 않다고 할 수 없고, 무기가 이롭지 않다고 할 수 없사옵니다. 즉, 저들은 객으로서 주인을 범하고 우리는 배부른 것으로써 주린 것을 기다렸사오니, 이는 소신이 한 자 한 치 만한 공로를 세운 것이옵니다. 도적의 형세가 날로 줄고 군사도 날로 약해져 있사옵니다. 병법에 수고로움을 타고도 이기지 못하는 자는, 양식이 미치지 못하여 식사를 공급할 수가 없고, 지리가 편치 못함에 말미암음이라고 하였사옵니다. 이제 도적의 기세가 이미 꺾여 도망하였사오매, 도적의 피폐함이 극진하고, 웅주대성(雄州大城)이 다 군량과 마초를 산같이 쌓아, 우리는 조금도 주리는 근심이 없사옵니다.

 

平原廣野最得形便, 則彼無設伏之處, 若蓄銳勇進追躡其後, 則庶幾坐收全功,

今乃狃一時之小捷, 棄萬全之良策 徑罷王師, 不竟天討者 臣未知其得計也.

伏願陛下博採廟議 廊揮乾斷, 許令臣駈兵遠襲 直搗巢穴.

雖不能燔龍城之績, 勒燕然之石, 誓使隻輪不返 一箭不發, 以除我聖上西顧之憂矣.”

평원광야최득형편 즉피무설복지처 약축예용진추섭기후 즉서기좌수전공

금내뉴일시지소첩 기만전지량책 경파왕사 불경천토자 신미지기득계야

복원폐하박채묘의 낭휘건단 허령신구병원습 직도소혈

수불능번룡성지적 륵연연지석 서사척륜불반 일전불발 이제아성상서고지우의

 

평원과 광야에 가장 좋은 지형의 편리함을 얻었던 즉, 저들의 복병을 놓을 근심도 없사옵니다. 만일 용감하고 날랜 군사로 하여금 그 뒤를 쫓게 하면, 거의 온전한 공을 앉아서 이루수 있사옵니다. 이제 한순간의 적은 승첩을 다행으로 여겨, 만전의 좋은 계책을 버리고, 짐작으로 황상의 군대를 피하게 하여 평정함을 아니 하려 하시오니, 신은 그 계교를 알지 못하나이다.

폐하께옵서는 조정의 의논을 널리 캐어 보시고, 조정의 결단을 내려 주옵소서. 신으로 하여금 군사를 몰아 멀리 엄습하여, 곧바로 소굴을 소탕케 허락해 주시길 엎드려 바라나이다. 신이 비록 용성(龍城)의 업적까지는 이룰 수 없어도, 연연(燕然)의 돌은 새길 수 있사옵니다. 맹세코 도적들의 수레 하나도 돌아가지 못하고, 하나의 화살도 쏘지 못하게 하여, 우리 성상께옵서 서녘을 근심하시는 것을 덜게 하겠나이다.”

 

䟽奏上壯其意嘉其忠 卽進秩, 拜御史大夫兼兵部尙書征西大元帥,

賜尙方斬馬劒彤弓赤箭, 通天御帶 白旄黃鉞, 詔發朔方河東隴西諸道兵馬, 以助其軍勢.

楊少游奉詔向闕拜謝, 擇吉日祭旗纛仍發行,

言其兵法則六韜之神謀也, 語其陣勢則八卦之奇變也,

軍容井井 號令肅肅, 因建瓴之勢 成破竹之功, 數月之間 復所失五十餘城.

소주상장기의가기충 즉진질 배어사대부겸병부상서정서대원수

사상방참마검동궁적전 통천어대 백모황월 조발삭방하동롱서제도병마 이조기군세

양소유봉조향궐배사 택길일제기독잉발행

언기병법즉육도지신모야 어기진세즉팔괘지기변야

군용정정 호령숙숙 인건령지세 성파죽지공 수월지간복 소실오십여성

 

이렇듯 상소를 아뢰니, 황상께서 그 뜻을 장하게 여기시고 충정에 감탄하시어, 벼슬을 돋우어 어사대부(御史大夫) 겸 병부상서(兵部尙書) 정사대원수(征西大元帥)를 삼으셨다.상방참마검(尙方斬馬劒)과 동궁(彤弓)과 적전(赤箭) 그리고 통천어대(通天御帶)와 백모황월(白旄黃鉞)을 주시고, 이에 조서를 내리시어, 삭방(朔方)과 하동(河東)과 농서(隴西) 등 각도 병마를 발하여 군사의 기세를 돋우라 하셨다.

소유가 조서를 받들어 대궐을 바라보며 감사의 절을 하고, 길일을 택하여 기둑(旗纛)에 제사하고 길을 떠났다. 소유의 병법을 말하자면 육도(六韜)의 신기한 꾀요, 그 진영의 형세를 일컫자면 팔괘(八卦)가 기이하게 변하는 법이었다. 군대의 장비가 질서 정연하고 호령이 엄숙하매, 이는 마치 기와를 세우는 기세로 대나무를 깨치듯 공을 이루는 듯하여, 수개월 사이에 잃었던 오십여 고을을 회복하였다.

 

駈大軍至積雪山下, 一陣回風 忽起於馬前, 有鳴鵲橫穿陣中而去,

尙書於馬上 卜之得一卦曰 : “賊兵必襲吾陣 而終有吉也.”,

留陣山底 鋪鹿角蒺藜於四面, 整齊三軍 設備而待.

尙書坐帳中燒椽燭 閱看兵書, 巡軍已報三更矣.

구대군지적설산하 일진회풍 홀기어마전 유명작횡천진중이거

상서어마상 복지득일괘왈 적병필습오진 이종유길야

류진산저 포록각질려어사면 정제삼군 설비이대

상서좌장중소연촉 열간병서 순군이보삼경의

 

대군을 휘몰아 적설산(積雪山) 아래에 이르렀을 때, 한 떼의 회오리바람이 홀연히 말 앞에서 일어나고, 까치가 울며 진중을 뚫고 지나갔다.

상서가 점을 쳐 보고, 한 괘를 얻고, 이르기를,

“적병이 필연 우리 진을 기습하겠으나, 나중에 길할 징조로다.”

하고, 산 밑에 진을 치고 사슴뿔과 질려(蒺藜)를 사면에 벌려 펴고, 삼군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갖추어 적병을 기다렸다. 상서가 장막 가운데 앉아 연촉(椽燭)을 밝히고 병서를 자세히 보고 있는데, 순라군(巡邏軍)이 벌써 삼경(三更)이 되었음을 알렸다.

 

忽寒颷滅燭 冷氣襲人, 一女子自空中下 立於帳裡, 手把八尺匕首 色如霜雪矣.

尙書知其刺客 而神色不變, 威稜益冽徐問曰 : “女子何人 夜入軍中 有甚意也.”

女子答曰 : “妾承吐蕃國贊普之命, 欲取尙書首級而來矣.”

尙書笑曰 : “大丈夫何畏死也? 湏速下手.”

홀한표멸촉 냉기습인 일녀자자공중하 입어장리 수파팔척비수 색여상설의

상서지기자객 이신색불변 위릉익렬서문왈 여자하인 야입군중 유심의야

여자답왈 첩승토번국찬보지명 욕취상서수급이래의

상서소왈 대장부하외사야 수속하수

 

홀연 음산한 바람이 일어나 촛불을 꺼뜨리고 찬 기운이 사람을 엄습했다. 이때 한 여인이 공중으로부터 내려와 장막 속에 섰는데, 손에는 여덟 자나 되는 비수를 들고 있었는데, 빛은 서릿발 같았다. 상서는 그가 자객인 줄 알면서도, 조금도 안색을 변하지 아니하고, 존엄한 위력을 더욱 늠름히 하면서 천천히 묻기를,

“여자는 어떠한 사람이며, 밤에 군중에 들어오니 필연 깊은 연고가 있으렷다.”

여인이 답하기를,

“첩이 토번국 찬보(贊普)의 명을 받아, 상서의 머리를 얻고자 왔나이다.”

상서가 웃으며 이르기를,

“대장부가 어찌 죽기를 두려워하리오. 마땅히 내 목을 벨지어다.”

 

女子擲劒而前叩頭而對曰 : “貴人毋慮 妾何敢驚動貴人乎?”

尙書就而扶起曰 : “君旣挾利刃入軍營, 反不害我何也?”

女子曰 : “妾之本末雖欲自陳, 恐非立談之間所能盡也.”

尙書賜坐而問曰 : “娘子之涉險冒危, 來見少游必有好意也. 將何敎之?”

其女子曰 : “妾雖有刺客之名, 實無刺客之心, 妾之心肝 當吐露於貴人矣.”

여자척검이전고두이대왈 귀인무려 첩하감경동귀인호

상서취이부기왈 군기협리인입군영 반불해아하야

여자왈 첩지본말수욕자진 공비립담지간소능진야

상서사좌이문왈 낭자지섭험모위 내견소유필유호의야 장하교지

기녀자왈 첩수유자객지명 실무자객지심 첩지심간 당토로어귀인의

 

여인이 칼을 던지고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답하기를,

“귀인께서는 염려 마옵소서. 첩이 어찌 귀인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겠나이까?”

상서가 다가가서 그 여인을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이르기를,

“그대가 이미 비수를 끼고 군영에 들어왔거늘, 도리어 나를 해치지 않음은 어떤 까닭인가?”

여인이 답하기를,

“첩의 본말을 스스로 아뢰고자 할진대, 아마도 이렇게 서서 잠깐 하는 말로는 이루 다 할 수 없나이다.”

상서가 자리를 내주며 묻기를,

“낭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소유를 찾아와 만나매 필연 좋은 뜻이 있으리라. 장차 무슨 가르침을 주시려 하는고?”

그 여인이 답하기를,

“첩은 비록 자객이란 이름이 있사오나, 실로 자객의 마음은 없은즉, 첩의 깊은 마음을 마땅히 귀인께 토설하겠나이다.”

 

自起燃燭 當前而坐, 其人椎結雲髮 高揷金簪, 身着挾袖戰袍而袍上,

畵石竹花 足着鳳尾靴 腰懸龍泉劒, 天然艶色 若浥露之海棠花,

非從軍之木蘭, 必偸盒之紅線也.

자기연촉 당전이좌 기인추결운발 고삽금잠 신착협수전포이포상

화석죽화 족착봉미화 요현룡천검 천연염색 약읍로지해당화

비종군지목란 필투합지홍선야

 

스스로 일어나 촛불을 켜고 상서 앞에 나와 앉았다. 그 여인은 구름 같은 머리털을 쓰러 묶고서 머리에는 금비녀를 높이 꽂았으며, 몸에는 소매가 좁은 전포(戰袍)를 두르고 그 위에 석죽화(石竹花)를 수놓았으며, 발에는 봉미화(鳳尾靴)를 신고, 허리에는 용천검(龍泉劒)을 비스듬히 차고 있었다. 천연한 절색이 이슬에 젖은 해당화 같아, 종군(從軍)하던 목란(木蘭)이 아니라면, 필시 금합(金盒)을 도둑질하던 홍선(紅線)과 같았다.

 

繼而言曰 : “妾本楊州人也. 世爲大唐之民 幼失父母, 從一女子爲其弟子,

其女子劒術神妙 敎弟子三人, 卽秦海月 金綵虹 沈裊烟, 裊烟卽妾也.

學劒術三年能傳變化之術, 乘長風逐飛電, 瞬息之頃行千餘里矣.

三人劍術別無高下而, 師或欲報仇欲殺惡人, 則必遣綵虹海月 而獨不使妾

계이언왈 첩본양주인야 세위대당지민 유실부모 종일녀자위기제자

기녀자검술신묘 교제자삼인즉진해월 김채홍 심요연 요연즉첩야

학검술삼년능전변화지술 승장풍축비전 순식지경행천여리의

삼인검술별무고하이 사혹욕보구욕살악인즉필견채홍해월 이독불사첩

 

여인이 계속해서 이르기를,

“첩은 본디 양주(楊州) 사람이옵니다. 여러 대에 걸쳐 당나라 백성이옵고,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한 여자를 따라서 제자가 되었사옵니다. 그 여자의 검술이 신묘하여 제자 세 사람을 가르쳤는데, 진해월(秦海月), 김채홍(金綵虹) 심요연(沈裊烟)이며, 요연이 곧 첩이옵니다.

검술을 배운지 삼 년에 능히 변화하는 법을 전수 받아, 바람을 타고 번개를 따라 순식간에 천여 리를 달리게 되었사옵니다. 세 사람이 검술은 별로 차이가 없었는데, 스승이 원수를 갚으라 하거나 혹은 악한 사람을 없애라 하면, 반드시 채홍과 해월의 두 제자만 보내고 첩만 홀로 보내지 않았사옵니다.

 

妾問, 吾三人共事師傅, 同受明敎而弟子, 則獨未報師傅之恩, 敢問妾才拙,

不足任師傅使令乎?

師曰 爾非我流也. 他日當得正道 終有成就, 今若共此兩人殺害人命,

則豈不有損於汝之心行乎? 是以不遣也.

첩문 오삼인공사사부 동수명교이제자 즉독미보사부지은 감문첩재졸

부족임사부사령호 오소이교여검술자 욕사여인차소기득봉귀인

사왈 이비아류야 타일당득정도 종유성취 금약공차양인살해인명

즉기불유손어여지심행호 시이불견야

 

첩이 스승께 묻자오되,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사부님을 모시고 가르치심을 받았으나, 제자 가운데 첩만 홀로 스승의 은혜를 갚지 못하였사온 즉, 감히 묻기는 첩의 재주가 용렬하여 사부님의 명을 받아 행하기에 부족하나이까?’

하자, 스승께서 이르시기를,

‘너는 우리 무리와는 다르니라. 후일에 마땅히 바른 도를 얻어 마침내 뜻을 펴게 될 것이라. 이제 만일 너도 저 두 사람과 같이 인명을 살해하면, 어찌 너의 마음과 행동에 손해가 없겠느냐? 이러므로 너를 보내지 않는 것이로다.’

 

妾又問曰, 若然則妾學得劍術 將何用乎?

師曰汝之前世之緣, 在於大唐國 而其人大貴人也,

汝在外國 邂逅無便, 吾所以敎汝劍術者, 欲使汝因此小技得逢貴人,

汝他日當入百萬軍中, 得成好緣於戎馬之間矣.

첩우문왈 약연즉첩학득검술 장하용호

사왈여지전세지연 재어대당국 이기인대귀인야

여재외국 해후무편 오소이교여검술자 욕사여인차소기득봉귀인

여타일당입백만군중 득성호연어융마지간의

 

하시기에 첩이 또 묻기를,

‘만일 그러하오면 첩이 배워서 깨친 검술은 장차 어디에 쓰게 되리이까?’

스승이 또한 타이르시기를,

‘네 전생의 연분이 대당국(大唐國)에 있고, 또한 그는 큰 귀인인데, 너는 외국에 있는지라 만날 도리가 없음이라. 내 너에게 검술을 가르침은, 너로 하여금 이 조그만 재주로 인해 귀인을 만나게 하려 함이니, 네 후일에 마땅히 백만 군중에 들어가 전쟁터에서 좋은 인연을 이루리라.’

 

今春師又謂妾曰, 大唐天子使大將軍征伐吐蕃, 贊普榜募刺客 欲害唐將,

汝湏趁此 下山往于吐蕃國, 與諸劍客 較長短之術, 一以救唐將之禍, 一以結前身之緣.

妾奉師命之蕃國, 自摘城門所掛之榜, 贊普召妾而入, 使與先到衆刺客較才,

妾片時能割十餘人椎髻, 贊普大喜遣妾而言曰,

待汝獻唐將之首 封汝爲貴妃. 今逢尙書 師傅之言驗矣.

願自此永奉履綦 忝侍左右, 相公其果肯諾乎?”

금춘사우위첩왈 대당천자사대장군정벌토번 찬보방모자객 욕해당장

여수진차 하산왕우토번국 여제검객 교장단지술 일이구당장지화 일이결전신지연

첩봉사명지번국 자적성문소괘지방 찬보소첩이입 사여선도중자객교재

첩편시능할십여인추계 찬보대희견첩이언왈

대여헌당장지수 봉여위귀비 금봉상서 사부지언험의

원자차영봉리기 첨시좌우 상공기과긍락호

 

하시고, 금년 봄에 첩에게 이르시기를,

‘대당국의 천자께서 대장군으로 하여금 토번을 정벌케 하실 것이라. 이에 찬보(贊普)가 자객을 모집하는 방을 붙이고 당나라 장군을 해치려 할 터이니, 너는 마땅히 이때 주저하지 말고 산에서 내려가 토번국에 가거라. 모든 자객과 더불어 장단의 검술을 겨루어, 한편으로는 당나라 장수의 화를 면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전생의 좋은 인연을 맺으라.’

하시기로, 첩이 스승의 명을 받들고 토번국에 가서, 몸소 성문에 붙인 방을 떼었사옵니다. 찬보가 첩을 불러서 들어간즉, 먼저 온 여러 자객과 재주를 겨루게 하였기에, 첩이 이때 십여 사람의 상투를 베어 버렸나이다.

찬보가 무척 기꺼워하며 첩을 보내면서 말하기를,

‘네가 당나라 장수의 머리를 베어 오길 기다려서, 내 너를 후궁으로 삼겠노라.’

하였는데, 이제 상서를 만나 뵈오니 과연 사부님의 말씀과 같나이다. 이로부터 영원히 상공의 신발이나마 받들며, 좌우에서 모시기를 원하옵니다. 상공께서는 과연 승낙하실는지요?”

 

尙書大喜曰 : “娘子旣救濱死之命, 且欲以身而事之, 此恩何可盡報? 白首偕老是我志矣.”

因與同寢, 以槍劒之色 代花燭之光, 以刁斗之響 替琴瑟之聲,

伏波營中月影正流, 玉門關外春色已回, 戎幕中一片豪興, 未必不愈於羅帷彩屛之中矣.

상서대희왈 낭자기구빈사지명 차욕이신이사지 차은하가진보 백수해로시아지의

인여동침 이창검지색 대화촉지광 이조두지향 체금슬지성

복파영중월영정류 옥문관외춘색이회 융막중일편호흥 미필불유어라유채병지중의

 

상서가 무척 기뻐하며 이르기를,

“낭자가 이미 죽게 된 내 목숨을 구하고, 또 몸으로 섬기고자 하니,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으리오? 백년해로하는 것이 바로 내 뜻이로다.”

인하여 동침하였는데, 창검의 빛으로 화촉을 대신하고, 동라(銅鑼) 소리로 거문고와 비파 소리를 대신하였다.

복파 장군(伏波將軍)의 군영 가운데 달빛이 뚜렷하고 옥문관 밖에 춘색이 이미 가득하니, 병영 속의 한 조각 호방한 흥취가, 비단 천막 속의 아름다운 병풍 안보다 반드시 낫지 않다고 할 수 없었다.

 

是後尙書晨昏沈溺, 不見將士至三日矣. 裊烟曰 : “軍中非婦女可居之處, 兵氣恐不揚矣.”

乃欲辭歸 尙書曰 :

“仙娘非世上紅粉兒所可比也, 方祈畫奇計運妙策, 敎我而破賊矣, 娘何棄歸耶?”

裊烟曰 : “以相公之神武, 蕩殘賊之巢窟在唾手間耳, 何足以煩相公之慮哉?

妾之此來 雖仍師命, 未及永辭矣, 歸見師傅姑居山中, 徐待相公回軍, 當歸拜於京城矣.”

시후상서신혼침익 불견장사지삼일의 요연왈 군중비부녀가거지처 병기공불양의

내욕사귀상서왈

선낭비세상홍분아소가비야 방기화기계운묘책 교아이파적의 낭하기귀야

요연왈 이상공지신무 탕잔적지소굴재타수간이 하족이번상공지려재

첩지차래 수잉사명 미급영사의 귀견사부고거산중 서대상공회군 당귀배어경성의

 

이후로 상서는 새벽과 황혼 녘에 심요연에게 빠져들어, 장수와 사졸들을 보지 않음이 연사흘이 되니, 심요연이 이르기를,

“군중은 부녀자가 거처할 곳이 아닐뿐더러, 군병의 사기가 오르지 못할까 두렵나이다.”

이어서 하직 인사를 올리고 돌아가려 하거늘 상서가 이르기를,

“선랑(仙娘)은 세상의 보통 여자들과 견줄 바가 아니니, 바야흐로 나에게 기묘한 계책을 알리고 묘책을 사용하도록 내게 가르쳐 주어 적을 깨드리도록 하라. 선랑은 어찌 나를 버리고 돌아가려고 하는가?”

요연이 이르기를,

“상공의 신묘한 무예로 쇠잔한 적의 소굴을 소탕하기는 순식간이온데, 어찌 상공께서 근심하실 필요가 있겠사옵니까? 첩이 여기에 온 것은 비록 스승의 명 때문이오나, 아직 길이 하직을 하지 않았사옵니다. 돌아가서 사부님을 뵙고 산속에 얼마 동안 머물러 있다가, 상공께서 군사를 돌이키시는 것을 서서히 기다려서, 마땅히 서울에 돌아가 뵈옵겠나이다.”

 

尙書曰 : “然娘子去後 贊普更遣他刺客, 將何以備之?”

裊烟曰 : “刺客雖多 皆非裊烟之敵手. 若知妾歸順於相公 則他人安敢來乎?”

手探腰間 出一顆珠曰 :

“此珠名妙兒玩, 則贊普髻上所繫者也. 相公命使者送此珠, 使贊普之妾無復歸之意也.”

상서왈 연낭자거후 찬보갱견타자객 장하이비지

요연왈 자객수다 개비요연지적수 약지첩귀순어상공 즉타인안감래호

수탐요간 출일과주왈

차주명묘아완 즉찬보계상소계자야 상공명사자송차주 사찬보지첩무복귀지의야

 

상서가 묻기를,

“그러나 낭자가 간 후에 찬보(贊普)가 다시 자객을 보내면, 장차 어찌 준비해야 되겠느냐?”

요연이 답하기를,

“자객이 비록 많으나 모두가 요연의 적수가 아니옵니다. 만일 첩이 상공께 귀순한 것을 알면, 다른 사람이 어찌 감히 오겠나이까?”

손으로 허리춤을 더듬어서 구슬 한 개를 내놓으며 이르기를,

“이 구슬의 이름은 묘아완(妙兒玩)으로 곧 찬보의 상투 위에 맨 것이옵니다. 상공께서 명을 내리시어, 사자에게 이 구슬을 보내시어, 찬보에게 첩이 다시 돌아갈 뜻이 없음을 알려 주소서.”

 

尙書又問 : “此外更無可敎者乎?”

裊烟曰 : “前路必過盤蛇谷, 無可飮之水 相公湏愼之, 鑿井飮三軍 則好矣.”

尙書又欲問計, 裊烟一躍騰空 不可復見矣.

尙書會將士 語裊烟之事 皆曰 : “元帥洪福如天, 神武慴敵 想有神人來助矣.”

상서우문 차외갱무가교자호

요연왈 전로필과반사곡 무가음지수 상공수신지 착정음삼군 즉호의

상서우욕문계 요연일약등공 불가부견의

상서회장사 어요연지사 개왈 원수홍복여천 신무습적 상유신인래조의

 

상서가 또 묻기를,

“이밖에 다른 가르침은 없는가?”

요연이 답하기를,

“앞길에 긴 뱀처럼 생긴 골짜기를 반드시 지날 것이옵니다. 그 골짜기에는 먹을 물이 없사오니, 상공께서는 반드시 신중을 기하시어 우물을 파서 삼군을 먹이시면 곧 좋을 것이나이다.”

상서가 또 계책을 물으려 하자, 요연이 한 번 몸을 공중으로 솟구치니 다시는 볼 수가 없었다. 상서가 장수와 사병들을 모아 놓고 요연의 일을 얘기하자, 모두 이르기를,

“원수의 큰 복이 하늘과 같아서 신묘한 무예로 적을 떨게 하니, 어느 신인(神人)이 와서 도운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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