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성진이 대당국 회남의 양처사 집에서 소유로 환생하다
性眞隨使者爲風力所驅, 飄飄搖搖無所終薄至于一處, 風聲始息兩足已在地上矣,
性眞收拾驚魂, 擧目而見 則蒼山鬱鬱而四圍,
淸溪曲曲而分流, 竹籬茅屋隱映草間者才十餘家.
성진수사자위풍력소구 표표요요무소종박지우일처 풍성시식양족이재지상의
성진수습경혼 거목이견 즉창산울울이사위
청계곡곡이분류 죽리모옥은영초간자재십여가
성진이 사자를 따라가다가 바람의 힘에 밀리어 흔들거리며, 펄펄 나부끼며 흔들리며 지향 없이 한 곳에 이르자, 바람 소리 비로소 멈추면서 두 발이 이미 땅 위에 닿았다. 성진이 놀란 혼을 수습하고 눈을 들어 보니, 푸른 산이 울창하게 사면에 둘러 있고, 맑은 시내가 굽이굽이 여러 갈래로 흘러가는데, 대울타리 띠 집이 수풀 사이로 보일락말락 하는 것이 겨우 여남은 채가 있었다.
數人相對而立, 私相語曰 :
"楊處士夫人, 五十後有胎候, 誠人間稀罕之事矣, 臨産已久尙無兒聲可怪可慮.”
性眞默想曰 : "我當輪生於人世 而顧此形身, 只箇精神而已, 骨肉正在蓮花峯上已火燒矣,
我以年少之故未畜弟子, 更有何人收我舍利?“
思量反覆心切悽愴俄而,
수인상대이립 사상어왈
양처사부인 오십후유태후 성인간희한지사의 임산이구상무아성가괴가려
성진묵상왈 아당윤생어인세 이고차형신 지개정신이이 골육정재연화봉상이화소의
아이년소지고미휵제자 경유하인수아사리
사량반복심절처창아이
몇 사람이 마주 보고 서서 서로 은밀히 이르기를,
“양처사(楊處士) 부인이 오십이 넘었는데도 태기가 있어, 참으로 인간으로서는 희한한 일인데, 해산에 임한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아직까지 아이 울음소리가 없으니 괴이하기도 하고 염려스럽기도 하도다.”
성진이 조용히 생각하기를,
“내가 마땅히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는 하였으나, 이 몸의 형체를 되돌아보면 다만 한낱 정신뿐이고 골육은 바로 연화봉 위에 남아 있어 이미 불에 태워 버려졌을 것이라. 내 나이 젊은 까닭에 제자를 기르지 못하였으니 어느 누가 나의 사리(舍利)를 대신 거두었겠는가?”
생각을 거듭할수록 마음은 절실하게 슬프고 처량할 따름이었다.
使者出揮手招之言曰 : "此地卽大唐國淮南道秀州縣也.
此家卽楊處士家也, 處士乃汝父親, 其妻柳氏乃汝慈母也.
汝以前生之緣爲此家之子, 汝須速入毋失吉時.”
사자출휘수초지언왈 차지즉대당국회남도수주현야
차가즉양처사가야 처사내여부친 기처유씨내여자모야
여이전생지연위차가지자 여수속입무실길시
이윽고 사자가 나와 손짓하며 부르면서 이르기를,
“이 땅은 곧 대당국(大唐國) 회남도(淮南道) 수주현(秀州縣)이라. 이 집은 곧 양처사의 집이니, 처사는 너의 부친이고, 그 처 유씨는 너의 자애로운 모친이니, 너는 전생의 인연으로 이 집 아들이 되는 것이라. 너는 모름지기 속히 들어가 좋은 때를 잃지 말도록 해라.”
性眞卽入見則處士戴葛巾穿野服, 坐於中堂對爐煎藥,
香臭靄靄然襲矣, 房內隱隱有夫人呻吟之聲矣.
使者促性眞入房中, 性眞疑慮逡巡, 使者自後推擠, 性眞蹶然仆地,
神昏氣窒 若在天地飜覆之中者然.
성진즉입견즉처사대갈건천야복 좌어중당대로전약
향취애애연습의 방내은은유부인신음지성의
사자촉성진입방중 성진의려준순 사자자후추제 성진궐연부지
신혼기질 약재천지번복지중자연
성진이 곧 들어가 보니 처사는 갈건(葛巾)을 쓰고 야복(野服)을 꿰매어 입고 중당(中堂)에 앉아 화로에 약을 달이고 있었다. 향내가 자욱하여 사람에 젖었고, 방 안에서는 은근히 부인의 신음 소리가 났다.
사자가 성진을 재촉하여 방 안에 들라고 하는데, 의심스러워 근심하여 머뭇머뭇하니, 사자가 몸소 뒤에서 밀쳐버렸다. 성진이 놀라서 땅에 엎드리니 정신이 아득하고 숨이 막혀 천지가 뒤바뀌는 것 같았다.
性眞大呼曰 : “救我救我.”
而聲在喉間不能成語, 只小兒啼哭之作聲矣.
侍婢走告於處士曰 : "夫人誕生小郞君矣.“
處士奉藥碗而入, 夫妻相對滿面歡喜.
성진대호왈 구아구아
이성재후간불능성어 지소아제곡지작성의
시비주고어처사왈 부인탄생소랑군의
처사봉약완이입 부처상대만면환희
성진이 크게 부르짖기를,
“나를 구하라, 나를 구하라.”
하였으나, 소리가 목구멍에서만 나며 말을 이룰 수가 없어, 다만 어린애 울음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이때 시비가 달려가 고하기를,
“부인께서 사내 아기를 낳으셨나이다.”
처사가 약탕관을 조심스레 들고 들어와 두 내외가 서로 마주 대하는데, 즐거움이 얼굴에 가득하였다.
性眞飢則飮乳, 飽則止哭, 當其始也, 心頭尙其蓮花道場矣,
及其漸長, 知父母之恩情然後, 前生之事 已茫然不能知矣.
處士見其兒子骨格淸秀, 撫頂而言曰 : “此兒必天人謫降也.”
名之曰少遊, 字之曰千里.
성진기즉음유 포즉지곡 당기시야 심두상기연화도장의
급기점장 지부모지은정연후 전생지사 이망연불능지의
처사견기아자골격청수 무정이언왈 차아필천인적강야
명지왈소유 자지왈천리
이후 성진은 배고프면 곧 젖을 먹고 배부르면 곧 울음을 그쳤는데, 갓 나서는 마음에 오히려 연화 도량 일을 기억하였지만, 점점 자라나 부모의 은정을 안 연후에는 전생의 일은 이미 망연히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처사가 아이의 골격이 깨끗하고 준수함을 보고, 머리를 어루만지며 이르기를,
“이 아이는 하늘의 사람이 지상으로 내려온 것임에 틀림없도다.”
하며, 이름을 소유(少遊)라 하고, 자(字)를 천리(千里)라 하였다.
流光水駛犀角日長, 於焉之間已至十歲,
容如溫玉眼若晨星, 氣質擢秀智慮深遠, 魁然若大人君子矣.
유광수사서각일장 어언지간이지십세
용여온옥안약신성 기질탁수지려심원 괴연약대인군자의
세월이 물같이 빨리 흐르고 무소뿔이 나날이 자라듯이, 어언 간에 이미 열 살이 되었는데, 용모는 고운 옥 같고 눈은 샛별 같으며, 기질은 남달리 빼어나고 지혜와 생각이 깊고 원대하여 빼어남이 마치 대인군자와 같았다.
處士謂柳氏曰 : “我本非世俗之人, 而與君有下界因緣故,
久留於烟火之中, 蓬萊仙侶寄書招邀者已久, 而念君孤子不能決去.
今皇天默佑, 英子斯得, 聰達超倫頴睿拔萃, 眞吾家千里駒也.
君旣得依倚之所, 晩年必將覩榮華 而享富貴也, 此身去留 湏不介念也.”
처사위유씨왈 아본비세속지인 이여군유하계인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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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황천묵우 영자사득 총달초륜영예발췌 진오가천리구야
군기득의의지소 만년필장도영화 이향부귀야 차신거류 수불개념야
처사가 유씨에게 이르기를,
“나는 본래 세속 사람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하계(下界)에 인연이 있기 때문에 오래 속세의 인간 속에 머물렀소이다. 봉래산 신선 친구가 글을 보내어 부른지는 이미 오래되었으나, 부인의 외로움을 염려하여 아직 가겠다는 결정을 못 하고 있었소이다.
이제 하늘이 조용히 도우셔서 이렇듯 영민한 아들을 얻었으니, 총명하며 맑고 슬기로움이 예사 아이들보다 특별히 뛰어나니, 진실로 우리 집안이 천 리로 뻗을 것이외다. 부인이 이미 의지할 곳을 얻었고, 늘그막에는 필연 장차 영화를 보고 부귀를 누릴 것이니, 이 몸이 떠나서 없더라도, 모름지기 걱정할 필요가 없겠소이다.”
一日衆道人來集於堂上, 與處士或騎白鹿, 或驂靑鶴向深山而去,
此後惟往往自空中, 寄書札而已, 蹤跡未嘗到家矣.
自楊處士作仙之後, 母子相依經過日月, 少游才過數年才名藹蔚,
本郡守以神童, 薦于朝而少游, 以親老爲辭不肯就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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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군수이신동 천우조이소유 이친로위사불긍취지
하더니, 하루는 도인(道人)의 무리가 내려와 대청 위에 모였다가, 처사와 함께 혹은 흰 사슴을 타고, 혹은 푸른 학을 타고 깊은 산으로 들어가니, 그 후에는 비록 왕왕 공중으로부터 서찰을 보내올 따름이고, 그 종적은 아직껏 집에 이르지 아니하였다.
양처사가 신선이 되어 올라간 후에 모자는 서로 의지하며 세월을 보냈는데, 겨우 수년이 지난 후 소유의 재명(才名)이 크게 일어났다. 본 고을 태수(太守)가 신동으로 조정에 천거하였지만, 소유는 늙은 어머니를 위하여 사양하며 즐겨 나아가지 아니하였다.
年至十四五, 秀美之色似潘岳, 超越之氣似靑蓮. 文章燕許如也, 詩才範謝如也.
筆法僕命鐘王, 智略弟畜孫吳,
諸子百家 九流三敎, 天文地理 六韜三略, 舞槍之法 用劍之術, 神授鬼敎 無不精通,
盖以前世修行之人, 竇澈洞澈 胸海恢廓, 觸處融解如竹迎刃, 非凡類俗士之比也.
연지십사오 수미지색사반악 초월지기사청련
문장연허여야 시재범사여야 필법복명종왕 지략제축손오
제자백가 구류삼교 천문지리 육도삼략 무창지법 용검지술 신수귀교 무부정통
개이전세수행지인 두철통철 흉해회곽 촉처융해여죽영인 비범류속사지비야
나이 십사오 세에 이르니 뛰어나게 아름다운 용모는, 진(晉)나라의 반악(潘岳)을 닮았고, 준수한 기상은 청련(靑蓮)을 닮은 듯하였으며, 문장은 연국공(燕國公)과 허국공(許國公)과도 같았으며, 시재(詩才)는 포조(鮑照)와 사영운(謝靈運)과 같았다. 필법은 종왕(鐘王)을 따르고, 지략은 손자(孫子)와 오자(吳子)를 따랐다.
제자백가(諸子百家)와 구류삼교(九流三敎), 천문지리(天文地理), 육도삼략(六韜三略), 창 쓰는 법과 칼 쓰는 기술은 신이 전수받고 귀신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정통치 아니한 것이 없었다.
대체로 여러 세대에 수행해 온 사람과 같아서 마음의 틀이 깊고 넓고 맑으며, 가슴이 바다같이 넓고도 컸다. 닥치는 일마다 모두 해결하였니, 대나무가 칼을 맞듯 평범한 세속의 선비로서 따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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