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풍물한양가

한양가(한산거사) - 6.능행 _ 다.능행준비

New-Mountain(새뫼) 2020. 10. 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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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능행

 

다. 능행 준비

 

전세(田稅) 대동(大同) 실은 배와 두대박이 외대박이

당도리며 먼정이며 중거루 낚거루를

십리장강(十里長江) 넓은 물에 머리 맞게 늘어 세고

선장(船匠)이며 지휘목수(指揮木手) 주야(晝夜)로 일을 할 제

주교별장(舟橋別將) 군복(軍服)하고 이리 가며 저리 가며

등패(等牌)를 영통(領統)하여 결곤(決棍) 신칙 일을 몬다.

배 위에 장송(長松) 깔고 장송 위에 박송(薄松) 깔고

그 위에 모래 펴고 모래 위에 세사(細砂)펴고

그 위에 황토(黃土) 깔고 좌우에 난간 짜고

팔뚝 같은 쇠사슬로 뱃머리를 걸어 매고

양 끝에 홍전문(紅箭門)과 한가운데 홍전문에

홍기(紅旗)를 높이 꽂고 좌우의 뱃사공은

청의청건(靑衣靑巾) 남전대에(藍纏臺)에 오색기(五色旗) 손에 들고

십리주교(十里舟橋) 벌였으니 천승군왕(千乘君王) 위의(威儀)로다.

 

주교대장(舟橋大將) 주교별장 신칙 호령 엄위(嚴威)하다.

유도대장(留都大將) 영군(領軍)하고 종로(鐘路) 마루 한가운데

차일(遮日)을 높이 치고 차일 밑에 유둔(油芚)치고

유둔 아래 군막(軍幕)치고 군중(軍中)에 호령한다.

신시(申時)에 취군(聚軍)하여 돈화문(敦化門) 밖 다 모인다.

경야(經夜)를 하려 하고 어한제구(禦寒諸具) 가졌구나.

길마재[鞍峴] 한 봉화(烽火)에 남산 봉화 응하여서

일제히 네 자루가 변방무사(邊方無事) 보(報)하였다.

초겻[初更] 삼경(三更) 인정(人定) 소리 이십팔수(二十八宿) 응하였고

전루(傳漏)를 몰아 쳐서 오경(五更)이 벌써 되니

서른 세 번 파루(罷漏) 소리 그치면서 초엄(初嚴)치고

재엄(再嚴)치고 삼엄(三嚴)치니 묘정삼각(卯正三刻)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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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田稅) 대동(大同): 세금.

* 두대박이 외대박이: 돛이 두 개인 배와 하나인 배.

* 당도리: 바다로 다니는 큰 나무배.

* 먼정이: 만장이. 뱃머리가 삐죽한 큰 목조선.

* 중거루: 크기가 비교적 큰 거룻배.

* 낚거루: 낚싯거루. 낚시질하는 데 쓰는 작은 배.

* 선장(船匠): 배를 만드는 목수.

* 지휘목수(指揮木手): 목수들의 우두머리

* 주교별장(舟橋別將): 산성(山城)ㆍ도진(渡津)ㆍ포구ㆍ보루(堡壘)ㆍ소도(小島) 등의 수비를 맡던 무직(武職).

* 등패(等牌): 역사(役事)를 할 때 일꾼을 감독하던 사람.

* 결곤(決棍): 곤장으로 죄인을 치는 형벌을 집행하던 일.

* 장송(長松) 박송(薄松): 큰 소나무와 소나무를 얇게 켜서 만든 널.

* 세사(細砂): 잔모래.

* 홍전문(紅箭門): 능(陵), 원(園), 묘(廟), 대궐, 관아(官衙) 등의 정면에 세우는 붉은 칠을 한 문(門). 둥근 기둥을 두 개 세우고 지붕 없이 붉은 살을 세워서 죽 박았음.

* 천승군왕(千乘君王): 천 대의 병거(兵車)를 갖춘 군왕.

* 유도대장(留都大將): 임금이 서울을 떠났을 때 서울에 머물러 있으면서 도성을 지키는 대장.

* 신시(申時):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 취군(聚軍): 군사나 인부(人夫) 등을 불러 모음.

* 경야(經夜): 밤을 지샘.

* 어한제구(禦寒諸具):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물건.

* 변방무사(邊方無事): 변방에 아무 일이 없음.

* 인정(人定): 밤에 통행을 금지하기 위해 종을 치던 일.

* 이십팔수(二十八宿): 하늘을 별자리에 따라 스물여덟으로 등분한 구획.

* 전루(傳漏): 도성 안에서 시각을 알리던 경점군사(更點軍士)들이 북을 쳐서 밤 시각을 알리던 일.

* 오경(五更): 오전 세 시에서 다섯 시까지

* 파루(罷漏): 울에서 야간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해 오경 삼점(五更三點)에 종각의 종을 서른세 번 치던 일.

* 초엄(初嚴): 임금이 거둥할 때 북을 쳐서 알리는 한 번의 엄. 엄은 세 차례 북을 치던 것.

* 묘정삼각(卯正三刻): 오전 6시 45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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