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풍물한양가

한양가(한산거사) - 5.놀이 _ 마.기생점고

New-Mountain(새뫼) 2020. 10. 1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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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놀이

 

마. 기생 점고

 

각색 기생 들어 온다, 예사로운 놀음에도

치장(治粧) 놀랍거든 하물며 승전(承傳)놀음

별감(別監)의 놀음인데 범연(泛然)히 치장하랴.

얼음 같은 누런 전모(氈帽) 자지갑사(紫芝甲紗) 끈을 달고

구름 같은 허튼 머리 반달 같은 쌍얼레로

솰솰 빗겨 고이 빗겨 편월(片月) 좋게 땋아 얹고

모단삼승(毛緞三升) 가르마를 앞을 덮어 숙여 쓰고

산호잠(珊瑚簪) 밀화(蜜花)비녀 은비녀 금봉차(金鳳釵)를

이리 꽂고 저리 꽂고 당가화(唐假花) 상가화(常假花)를

눈을 가려 자주 꽂고 도리불수(桃李佛手) 모초단(毛綃緞)을

웃저고리 지어 입고 양색단(兩色緞) 속저고리

갖은 패물 꿰어 차고 남갑사(藍甲紗) 은조사(銀條紗)며

화갑사(花甲紗) 긴치마를 허리 졸라 동여 입고

백방수주(白紡繡紬) 속속곳과 수갑사(繡甲紗) 단속곳과

장원주(壯元紬) 넓은 바지 몽고삼승(蒙古三升) 겉버선과

안동상전(安東商廛) 수운혜(繡雲鞋)를 맵시 있게 신어 두고

백만교태(百萬嬌態) 다 피우고 모양 좋게 들어온다.

내의녀(內醫女) 침선비(針線婢)며 공조(工曹)라 혜민서(惠民署)며

늙은 기생(妓生) 젊은 기생 명기(名妓) 동기(童妓) 들어온다.

오동양월(梧桐良月) 밝은 달에 밝고 밝은 추월(秋月)이며

춘래편시(春來片時) 도화수(桃花樹)라 벽도(碧桃) 홍도(紅桃) 들어온다.

설만장안(雪滿長安) 학정홍(鶴頂紅)하니 외로울사 일점홍(一點紅)이

정부만리(征夫萬里) 수타향(戍他鄕)하니 바라볼사 관산월(關山月)이

앵전고지(鶯囀高枝) 연입루(燕入樓)하니 소리 좋은 연앵(燕鶯)이며

청천삭출(靑天削出) 금부용(金芙蓉)하니 의젓한 부용(芙蓉)이며

천류앵제(穿柳鶯啼) 녹영홍(綠映紅)하니 탈색(奪色)할사 연산홍(映山紅)이

구봉침(九鳳枕) 잠깐 보니 화려할사 채봉(彩鳳)이며

옥출곤강(玉出崑崗) 금생여수(金生麗水) 보배로운 금옥(金玉)이며

선성재수(蟬聲在樹) 홀사양(忽斜陽)하니 신기(神奇)롭다 초선(貂蟬)이며

낙양장안(洛陽長安) 봄 늦었다 번화로운 만점홍(滿點紅)이

강성오월(江城五月) 낙매화(落梅花)하니 향기로운 매향(梅香)이며

녹죽의의(綠竹猗猗) 청고절(靑高節)하니 절개 있는 죽엽(竹葉)이며

경수무풍(鏡水無風) 야자파(也自波)하니 곱고 고운 백능파(白凌波)로다.

운빈화안(雲鬢華顔) 금보요(金步搖)하니 설부화모(雪膚花貌) 참치시(參差時)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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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모(氈帽): 여자 하인이나 아이들이 비 올 때 쓰던 갓의 한 가지. 대나무로 삿갓 모양의 테두리를 만들고 겉에 종이를 발라 기름에 결여 만듦.

* 자지갑사(紫芝甲紗): 자줏빛 갑사 비단

* 쌍얼레: 양쪽에 빗살이 있는 얼레빗. ‘얼레빗’은 빗살이 굵고 성긴 큰 빗.

* 편월(片月): 조각달.

* 모단삼승(毛緞三升): 두툼한 털로 만든 모자.

* 가리마: 부녀자들이 예복을 갖추어 입을 때 큰머리 위에 덮어쓰던 검은 헝겊.

* 산호잠(珊瑚簪): 산호로 만든 비녀.

* 금봉차: 금으로 봉황을 새긴 비녀.

* 당가화(唐假花): 중국에서 수입한 조화.

* 상가화(常假花): 조화의 일종인 듯.

* 모초단(毛綃緞): 질이 좋고 무늬가 아름다운 비단.

* 남갑사(藍甲紗): 남색 갑사 비단.

* 은조사(銀條紗): 날실과 씨실의 수와 배열과 조합을 다르게 하여 구멍이 나게 짠 여름철의 한복용 옷감.

* 화갑사(花甲紗): 꽃무늬의 갑사 비단

* 백방수주(白紡繡紬): 백방사주(白紡絲紬). 흰 고치에서 켠 실로 짠 비단.

* 속속것: 여자의 맨 속에 입는 속옷.

* 수갑사(繡甲紗): 수를 놓은 갑사 비단

* 단속곳: 속속것 위에 덧입는 속곳.

* 안동상전(安東商廛): 안국동에 있던 가게.

* 수운혜(繡雲鞋): 수를 놓아 꾸민 여자의 가죽신.

* 내의녀(內醫女): 내의원에 소속되어 있는 의녀(醫女).

* 침선비(針線婢): 상의원에서 바느질을 맡아 하던 기녀

* 혜민서(惠民署): 가난한 백성을 무료로 치료하고 여자들에게 침술을 가르치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

* 양월(梧桐良月): 음력 10월

* 춘래편시(春來片時) 도화수(桃花樹): “봄이 오니 온통 도화수만 넘치는데.” - 왕유(王維), <도원행(桃源行)>

* 설만장안(雪滿長安) 학정홍(鶴頂紅): “눈 가득한 장안에 하니 붉은 동백이 피어나니”

* 정부만리(征夫萬里) 수타향(戍他鄕): “만 리 밖으로 출정하여 타향에서 수자리를 사니”

* 관산월(關山月): “변방에 달이 뜨는구나”

* 앵전고지(鶯囀高枝) 연입루(燕入樓): “앵무새는 높은 가지에서 울고, 제비는 누각으로 날아드니”

* 청천삭출(靑天削出) 금부용(金芙蓉): “푸른 하늘에 금으로 연꽃을 깎아 세웠으니”

* 천류앵제(穿柳鶯啼) 녹영홍(綠映紅): “꾀꼬리는 버들에서 지저귀고 녹음에서 붉은 꽃이 비치느니.”

* 구봉침(九鳳枕): 봉황 한 쌍이 일곱 마리의 새끼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을 수놓은 베개.

* 옥출곤강(玉出崑崗) 금생여수(金生麗水): “옥은 곤륜산에서 나고, 금은 여수에서 나느니”

* 선성재수(蟬聲在樹) 홀사양(忽斜陽): “매미 울음소리 나무에서 나더니 문득 노을이 짙어 오느니”

* 초선(貂蟬): 담비 꼬리와 매미 날개. 관(冠)의 장식으로 쓰임

* 낙양장안(洛陽長安): ‘낙양’은 위나라의 도성 . ‘장안’은 한나라의 도성

* 만점홍(滿點紅): 일만 점이 붉음.

* 강성오월(江城五月) 낙매화(落梅花): “오월의 강성 땅에는 매화가 떨어지니” – 이백(李白), <취적시(吹笛詩)>

* 녹죽의의(綠竹猗猗) 청고절(靑高節): “푸른 대가 무성하여 절개가 높았으니”

* 경수무풍(鏡水無風) 야자파(也自波): “거울같이 맑은 물은 바람 없이도 물결이 일어나니” - 하지장(賀知章), <채련곡(採蓮曲)>

* 백능파(白凌波): 구운몽의 여주인공.

* 운빈화안(雲鬢華顔) 금보요(金步搖): “구름머리 꽃 얼굴에 금장식이 흔들리니” – 백거이(白居伊), <장한가(長恨歌)>

* 설부화모(雪膚花貌) 참치시(參差時): “흰 살결 고운 얼굴이 양귀비 같다 하니” ​– 백거이(白居伊), <장한가(長恨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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