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가(한산거사) - 3.관아 _ 다.의정부

3. 관아

 

다. 의정부

 

의정부(議政府) 삼상(三相)네는 애민하사(愛民下士) 하는 모양

평교자(平轎子) 늦은 줄에 낮은 키 별구종(別驅從)이

고이 메어 가오실 제 호피(虎皮) 꼬리 땅을 쓴다.

대로 결은 파초선(芭蕉扇)을 햇빛을 반쯤 가려

벽제(辟除)도 크지 않고 행보(行步)도 완완(緩緩)하다.

거룩하다 서불장개(暑不張盖) 상위(相位)의 도리로다.

이(吏)호(戶)예(禮)병(兵)형(刑)공(工)은 육경(六卿)이 되었어라.

호기(豪氣) 있는 대사마(大司馬)는 백보(百步)밖에 인배(引陪) 세우고

건장한 노자(奴子) 기수(旗手) 원앙진(鴛鴦陣) 작대(作隊)하여

쌍쌍이 벽제(辟除)소리 날래고도 영렬(英烈)하다.

외바퀴 높은 초헌(軺軒) 키 큰 구종(驅從)들이

손을 들어 밀어 갈 제 좌우에 색구(色驅) 견배(牽陪)

호한(豪悍)한 별배(別陪)들이 날개로 벌려 서서

세 층 벽제(辟除)소리 기구(器具)도 엄위(嚴威)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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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민하사(愛民下士): 백성을 사랑하고 선비를 낮춤.

* 평교자(平轎子): 종일품 이상 및 기로소(耆老所)의 당상관이 타던 가마. ‘기로소’는 일흔 살이 넘는 정이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해 세운 기구.

* 별구종(別驅從): 관원을 모시고 다니던 하인.

* 파초선(芭蕉扇): 정승이 외출할 때 머리 위를 가리기 위해 썼던 파초 잎 모양으로 만든 부채.

* 벽제(辟除): 지위가 높은 사람의 행차할 때, 하인들이 잡인의 통행을 금하던 일.

* 서불장개(暑不張盖): 춘추시대 진(秦)나라 대부 백리해(百里奚)의 고사. 백리해가 정승이 되어서 수고로워도 수레에 앉지 않고(勞不坐乘. 노부좌승) 더워도 일산을 펴지 않았다고(暑不張盖, 서부장개) 함.

* 상위(相位): 정승의 지위.

* 육경(六卿): 육조(六曹) 판서.

* 대사마(大司馬): 병조판서. 중국 주나라 때의 사마 벼슬에 빗대어 이르던 말.

* 인배(引陪): 정삼품 이상의 벼슬의 앞을 인도하던 관노.

* 원앙진(鴛鴦陣): 원앙처럼 두 사람씩 짝을 이룬 진.

* 작대(作隊): 대오를 지음.

* 영렬(英烈): 기질이 뛰어나고 용맹스러움.

* 초헌(軺軒): 종이품 이상의 벼슬이 타던 외바퀴 수레.

* 색구(色驅): 높은 벼슬의 하인들 가운데 우두머리 하인.

* 견배(牽陪): 무리를 이끌고 감.

* 호한(豪悍): 호방하고 사나움.

* 별배(別陪): 벼슬 집에서 사사로이 부리던 하인.

* 기구(器具): 의식(儀式)이 예법대로 골고루 갖추어져 있는 형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