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후기(後記)
이 가사를 누가 지었나 영남 선생 지은 거다,
시년이 팔십이라, 백수풍진 헛날이고
무슨 마음 그리 좋아 한양가를 지었는가.
세상 탄식하던 끝에 한양 사직 생각하다
비회를 금치 못해 이 가사를 지었나니
심신이 불평하여 그런 중에 생각하니
객지에서 과세하여 객회가 막심이라.
객회를 못 견디어서 이 가사를 지어내니
가사도 좋으니와 사직이 소연하고
저 임금은 선치하고 이 임금은 불치하고
저 임금은 선하시고 이 임금은 박하던 일
대쪽같이 바로 하니 춘추필법 이 아닌가.
아무라도 가사 보면 오백 년 한양 일을
어제 본 듯 오늘 본 듯 거울같이 밝았으니
보신 뒤에 웃지 말고 유심한 줄 그리 아오.
글 한다고 다할 손가, 사람마다 못하나니
그리만 아옵시오.
이팔청춘 소년들아, 부디부디 놀지 마라.
부지런히 글 읽어라, 세월이 오래지 않다.
슬프다 소년들아, 이 가사 짓는 나도
청춘이 어제러니 백발이 오늘이라.
나는 간다, 나는 간다, 갑자년에 다시 보자.
갑자년을 생각하니 십 년이나 남았도다.
십 년을 더 지나면 나의 나이 팔십이라.
옛적의 강태공은 팔십까지 궁하다가
문왕을 만난 후로 팔십에 달한 고로
지금까지 하는 말이 위수강의 강태공이
궁팔십 달팔십이 이를 두고 이름이라.
이 가사 짓는 나도 문왕 같은 임금 만나
태공같이 궁하다가 태공같이 달해 보세.
장부가 사는 나이 팔십이 깜작 간다.
후세상에 만나 보세.
이 세상에 끄신 일을 후세에 복수할까
그리만 믿고 사세.
이같이 편안하니 가사 임자 아무라도
심심할 때 보시거든 지은 나을 생각할까
자자이 지은 공력 일자천금 이 아니가
부디 간수 깊이 하여 천대 말고 잘 보시오.
가사에 있는 말을 자세히 알고 보면
남자되고 유식할 것 이 위에 또 더 없네.
임자년(1912) 섣달부터 기축년(1913) 정월까지
날마다 지어내니 일백마흔일곱 장에
구수로도 합하니 삼천삼백이 구이로다.
구구이 분한 마음 자자이 원통한 일
무엇이 분하던가 한양이 망한 후에
호국 백성 되는 일이 그것이 원통하오.
팔도의 창생 백성 외국 백성 된단 말인가.
자다가 생각해도 칼을 물고 죽을지라.
가사 짓는 이 사람도 임자년 정월달에
충청도 진천 땅에 글 가르치고 있다가
이 가사를 지었는데 진천에서 등서하니
그리 알고 감춰 두소, 할 말도 없거니와
그만저만 그쳐 보세 장성하면 지루하오.
지루하면 실없나니 이만치 마쳐 보세.
한양가 종
기축 정월 십오 일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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