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왕조한양가

한양오백년가(사공수) - 33.경술국치

New-Mountain(새뫼) 2020. 9. 2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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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경술국치(庚戌國恥)

 

슬프다, 우리 한양.

역력히 생각하니 오백 년이 한정이네.

태조 대왕 하신 자취 장원하고 무궁터니

경술년(1910) 칠 월달에 합방 문자 들어오니

누가 능히 막아내리.

오백 년 예의국이 속일본이 되었단 말인가.

장할씨고, 민영환, 합방 거동 아니보고

도장 찍던 그 때 죽어, 죽은 후에 충절 맺혀

대나무가 솟아나서, 마루를 뚫었으니

이 대나무 어데 났나, 민영환이 죽은 터라.

이 대나무 모양 보소. 이상하고 기이하다.

네 가지는 조금 작고 세 가지는 조금 굵어,

쪽빛같이 푸른 대가 충절같이 빛나도다!

당초에 개화함은 민영환이 부지중에

일본 출입 자주하여 개화는 시켰으나

충절이 아니시면 난데없는 대가 나리.

당초 일을 생각하면 충신 될 것 없지마는,

죽은 뒤의 뒤를 보니 아마도 무심치 않네.

합방 문자 들어올 제 장한 일이 또 있느니.

금산 군수 홍범식이 결항하여 죽었으니,

그 일도 장하지 않소.

충신열사 몇몇이되, 형적 없이 죽은 사람

그것이 충절인지.

죽은 허물 말하거든 자세히 들으시오.

민영환을 두고 보면 개화한 게 흠절이요.

홍범식을 생각하면 개화 벼슬 흠절이요.

최익현을 만할진대 도장시에 못 죽어서,

일본으로 잡혀가서 굶어 죽은 흠절이라.

아무나 이러하기 동공일체 분명하다

남의 죽음 말하기는 여반장 쉽거니와

사람마다 이러하기 어렵고도 어렵도다.

죽기같이 어려우리. 말이야 이러하나

당하면 죽기 겁내 충절 없이 못 하느니,

나 남 없이 이 사람도 헛장담뿐이로다.

합방 이후 한양 보소.

만고역적 윤택영은 부원군 명색 되고

임금의 옥새 뺏어 일본 통감 갖다주고

제 빚을 갚고 나니,

만고역적 윤택영은 처참할 이 놈이라.

나라 효상 어찌되나.

근정전 만수궁은 통감이 앉아 있고,

흥덕궁 덕수궁은 상감 부자 갈라 있고,

나라 모양 기구하다. 임금 처지 가엾도다

삼천리 좋은 강산

금포단에 도장 찍어 문서째로 남을 주고,

용포 옥새 다 뺏기고 덕수궁에 아들 두고,

흥덕궁 저 방안에 적막히 홀로 앉아,

환갑이 언제던가, 진갑이 무엇인가.

시월을 다 지내니 백수 군왕 가련하다.

내삼천 외팔백은 어느 임금 찾아가며,

삼태육경 저 신하는 육조 여몽 이 아닌가.

삼천 궁녀 나인 년은 중서방을 붙어가고,

만리타국 있는 아들 일본 황제 신하 되고,

본국에 있는 아들 숙맥 되어 앉았으니,

무슨 의논 하여보며 무슨 정담 하여볼까.

슬프다, 우리 한양. 이씨국이 아니 될 줄

어느 누가 알았던가. 독립국 만들 적에

대국 구원 끊을 줄을 아는 놈이 있었다네.

그놈은 누구던가, 일본과 한편이라.

이런 신하 벼슬 주고 믿어 하여 두는 임금.

그 임금이 숙맥이지. 옳은 신하 다 죽이고,

소인 놈만 두었다가 이 모양이 되었으니,

수원수구 할 수 없네.

자고급금 두고 보면 망한 나라 임금마다

충신을 다 없애고 환자 놈 아니면은

외척 신하 잘못 두어 국파군망 아주 쉽네.

그러므로 임금 됨이 어렵지 않고 쉬울쏜가.

창업주가 어렵도다. 수신수가 더 어렵네.

사직 하나 안보하기 난어상천 이 아닌가.

치국치민 잘하기가 왕정의 으뜸이지.

한심코도 가련하다. 심장이 삭는구나.

한양 사직 닦고 보니

태정태세 문단세 덕예성중 인명선

원인효현 숙경영 진정순익 헌철광의

이십팔 왕 제왕 중에 우리 상감 가련하다.

십이 세에 등극하여 사십칠 년 지내도록,

선정 한번 못하시고 나라만 잃으시니,

갑자년(1864)과 경술년(1910)이

원진이 되었던가.

오백 년 지킨 사직 일조에 박살난다.

삼천 리 이 강산을 한 폭도 못 지키고,

삼천 궁궐 좋은 집을 한 칸도 못 두어서,

남의 집을 빌려 앉아 다달이 요를 받아,

의지식지 붙여놓고 곁방살이하시다가,

아마도 생각하니 육십 평생 처음이지.

신해년(1911) 구 월달에 장안을 돌아보니,

한숨 끝에 눈물나고 눈물 끝에 피가 난다.

흥인문 숭례문은 원집 같이 세워두고,

좌우 성을 헐어내어 철로 길을 닦아 놓으니,

화륜선 전기선은 화살같이 왕래하고,

자행거 인력거는 총살같이 달아나니,

슬프다 이 물건이 상감 전에 있었던가.

옛일을 생각하면, 한숨 끝에 눈물이라.

백낙관 홍재학과 유원식 허원식과,

최익현 상소 글을 지금도 모르실고.

그 좋은 경복궁이 황금옥이 아니던가.

그 집을 지을 적에 각도각읍 행관하여,

주석쇠 서 근 반씩 가가호호 거두어서,

편철을 만들어서 서까래를 사뭇 빼니,

황금 되었구나, 황금옥 구경 가세.

가엾도다, 황금옥이. 황금옥도 세월 없네.

경복궁을 뜯어내어 기둥과 서까래는,

종로 백성 사다 가서 장작으로 팔아먹고,

그 안을 치워내어 온갖 짐승 길러내서,

경복궁은 불이 되고 헌 재목은 재가 되니,

대원군 살았으면 그 짐승을 구경하지.

사가로 비한대도, 부자간이 불목하고

구부간도 불화한 후, 내외간만 좋아하여

그 부모를 박대하면, 천 석 한들 그 집 되며

만 석 한들 그 집 될까.

부자자효 집이 되고 부화부순 집이 되니,

부자구부 그 사이가 서로 미워 틈이 나면,

국가이고 사가이고 망치 않고 어찌되나.

자손 난들 무엇하리.

그 자식이 자식 나면 그 할아비 손자 되고

그 조모 손자 되어, 자식이 불효한즉

손자도 반갑지 않고 자식도 보기 싫어

상담에 이르기를 생불이 틀어지면

귀신이 저어하네. 그런 이치 생각하면

부모 박대 할 것인가.

사가도 그러하네. 국가도 그 이치라.

대소는 다를망정 천륜이야 다를쏘냐.

우리 국가 생각하면 상감님의 하는 일과

중전의 하는 도리, 어이 그리 이상하며

어이 저리 무던한가, 가련하고 망연한가.

오백 년 저 사직을 계계승승 하였더니,

어찌하다 우리 상감 국운도 그만이요,

세상도 다했던가, 삼천 리 이 강산을

일조에 허실하고, 오백 년 중한 사직

전할 곳이 전혀 없네.

슬프다, 우리 상감 절통한 우리 상감

신세 이리 되실 줄을 미리 요량하셨으면,

임오년(1882) 군변 후에 충신 상소 살펴보고,

정신을 다시 차려 개과천선 하셨으면,

부모를 잘 섬기고 국정을 선치하고

조정을 돈정하고 백성을 보존하면,

일본국이 강성한들 이 지경은 못될 것을,

인필자모 하온 후에 사람이 회지하고

국필자모 변하온 후 사람이 변지하니

가필자훼 하온 후에 저 사람이 해케 하고

상감님의 이 나라를 상감이 먼저 쳐서,

일본서 와서 치니 옛 말씀이 그르던가.

국가에서 많은 재변 몇 번이나 났건마는,

망할 징조 모르시고 한결같이 조심 없어,

내 나라를 망케 하니 어이 그리 애달프오.

저 강물에 흩은 쌀을 외처에 봉치하고,

저 강물에 던진 돈을 외처에 감췄으면,

남의 요는 안 자실 걸 지금도 후회 없어.

원통하다 상감님은 쓸데없는 흥덕궁에,

종실에 홀로 앉아 필부 몸이 되었으니,

생각하면 아득하고 깨달으면 맹랑하지.

만조백관 좋은 신하 일조에 간 데 없고,

삼천궁녀 많은 나인 어떤 임금 모셨는고.

한양 성중 돌아보면 이전 한양 아니로다.

사십 리를 주회 삼아 철통 같은 굳은 성이

모래 방천 잠깐이라.

천장만장 높은 봉이 삼각산을 바라보니

복정산이 분명하다.

오강수 흐른 물결 소리조차 처량하다.

한양성을 하직하고 서해로 조회 간다.

국파군망 우리 한양 군신유의 간데 없다.

주석지신 장동김씨 지금도 주석인가.

칠백 탕건 민씨들이 탕건 쓸 때 신하더니,

그 많던 탕건 신하 어디로 가고 없나.

칠백 탕건 이씨들은 탕건 쓸 때 있다더니

그 많던 탕건 신하 어디로 가고 없나.

칠백 중 일곱 신하 임금 곁에 누가 가며

오백 중 다섯 신하 임금 사생 제 알던가.

국초로 민씨들이 국혼을 하였으되

민중전이 제일인가.

민영환 하나로 각국이 알았으니

민씨에는 중시조라.

슬프다, 우리 한양. 한양 판세 어떠턴가.

임금 하나 버려두고 적적히 왕래 없네.

이웃 영감 같이 하고 모른 사람 같이 하네.

사방으로 흩어져서 머리 깎고 관찰사 하며,

각처로 내려가서 사포 쓰고 군수 되니,

예의 동방 우리나라 군신유의 이렇던가.

그 많던 충신들이 지금은 어데 있나.

그 많던 열사들이 어느 곳에 가고 없나.

귀하도다, 귀하도다 충신열사 귀하도다.

충신열사 있었으면 저 임금이 저리 될까.

어느 임금 불쌍한고. 한양 임금 불쌍하다.

오늘같이 추운 날에 궁방이나 더웠던가.

아침볕이 돋아날 제 등을 끄고 나 앉으니,

따뜻하다 이 볕살은. 상감에게 드리고자.

이상하다, 우리 임금. 충신열사 한을 마오.

송도가 망할 적에 충신이 칠십이요,

한양이 망할 적에 소인이 칠십이라.

충신열사 상관없소, 임금에게 달린 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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