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왕조한양가

한양오백년가(사공수) - 34.결사

New-Mountain(새뫼) 2020. 9. 2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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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결사(結辭)

 

우리나라 임금님이 도합하면 삼십 대라.

옥새 놓고 등극한 이 스물여섯 임금이라.

추숭하신 그 임금은 누구누구 추숭인고.

덕종 원종 추숭이요, 진종 익종 추숭이라.

이십팔 왕 임금 중에 내친 임금 누구던가.

연산주와 광해주라.

임금은 그러하나 왕비도 합하니,

사십이 왕 왕비로다.

안변한씨 왕비 하나, 곡산강씨 왕비 하나,

경주김씨 왕비 둘과, 여주민씨 왕비 넷이,

청송심씨 왕비 셋이, 안동김씨 왕비 하나,

여산송씨 왕비 하나, 파평윤씨 왕비 넷이,

청주한씨 왕비 다섯, 거창신씨 왕비 하나,

나주박씨 왕비 둘, 여산김씨 왕비 하나,

능주구씨 왕비 하나 양주조씨 왕비 하나,

덕수장씨 왕비 하나, 청주김씨 왕비 둘과,

안동김씨 왕비 셋이, 남양홍씨 왕비 하나,

광산김씨 왕비 하나, 함종어씨 왕비 하나,

달성서씨 왕비 하나, 풍양조씨 왕비 둘과,

풍산홍씨 왕비 하나, 연산 광해 왕비까지

사십사 왕비로다.

연산 배위 신부인과 광해 배위 유부인은,

두 부인을 함께 모아 후록에 기록함은,

내친 임금 탓이로다.

우리 조선 우리나라 조선 된 지 언제던가.

태백산 단목하에 신인 하나 내려와서,

임금으로 들어앉아 선치 하셨으니

무이이화 훈훈하여 태고 적 시절이네.

이 때가 어느 때냐, 요임금과 같이 섰네.

요순우탕 다 지내고 문왕 때에 이르러서,

문왕께서 기자 봉해 조선 국왕 삼았으니,

기자 임금 거동 보소, 평양의 도읍 보소.

치국치민 하올 적에 팔조목을 베풀어서,

인의예지 가르치니 주소풍화 이 아닌가.

고구려 백제성은 칠백오 년 다 지내고,

박석김 신라국은 구백구십 다 지내고,

왕건 태조 고려국의 사백칠십 다 지내니,

장할씨고, 우리 태조 한양에 도읍하사,

기자 유풍 이어내사 삼강오륜 어진 법과,

인의예지 좋은 법을 일월같이 밝혀 놓고,

군군신신 엄절하고 부부자자 친밀하여,

이렇듯이 좋은 풍속 상하 간에 동각하여,

가가이 화락하고 호호이 화순터니,

요순 세계 언제던가, 하우 천지 이때로다.

이같이 좋은 나라 십여 대를 지나와서,

효종 때에 이르러서 사색이 새로 난다.

사색이 무엇인가.

노론인지, 남인인지, 소론인지, 소북인지,

이것이 사색일세.

우암선생 노론 되고 미수선생 남인 되고

명재선생 소론이요 계남선생 소북이라.

일후로 풍속 되어

남인 노론 척이 지고 소론 소북 척이 져서,

벼슬에도 척이 지고 혼인에도 분간 있어,

남노 통혼 아니 되고 소론 소북 겨우 하니,

이게 역시 폐단이라. 혼인을 말할진대

남인 집 좋은 혼인 노론 집 원통하고,

노론 집 좋은 혼인 남인 집 절통하다.

후생을 두고 보면 노론이라 칭탁하고

남인 선생 험언하고 남인이라 칭탁하고

노론 선생 비방하니 색목 좇아 시비 나면

후생 행실 무렴하다.

사색 친구 저네들이

남인 잔치 회중에서 남인 장사 무덤에서

술 먹고 취담으로 서로 앉아 하는 말이

저기 앉은 저 친구는 색목이 무엇인지

저 친구 거동 보소, 갓철대 덜걱하면

우리는 별말 없이 노론 행색 분명하오,

노형댁을 무엇인가.

우리는 남인이요

여기 있는 저 친구는 무슨 색목 하오니까.

저 친구 하는 말이

색목이라 할 것 있소, 소론 행색 나는 하오.

저기 있는 저 친구는 색목이 무엇이라 하오.

남인 노론 소론 중에 참예 못한 색목이오.

이렇듯이 자랑하니 시비 말이 분분하여

선형 사적 평론하니 주제넘은 색목 시비

망담하기 아주 쉽네.

노론 소년 거동 보소

술 먹고 취한 중에 헛되게 하는 말이

미수선생 문적 보면 도덕은 무슨 도덕

도덕 있다 헛말이네.

남인 소년 썩 나서면 눈길이 좋지 못해

대답이 분분하다

우암선생 행실 보소, 평생에 하는 말이

상인해물 아니 하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소론 중에 어떤 소년 누웠다가 앉으면서

소북 선생 그 양반은 분필은 넉넉던가.

사색 편에 참예한가

소북 소년 불을 내어 소론 미워 하는 말이

명재선생 사록 보면 배사하고 나가던가.

사색 친구 모여 앉아 낯 붉히며 시비하니

이게 모두 망담이네.

남로 색목 일어날 때 적서 분간 시비 난다.

적서 분간 언제 났나, 상고부터 있느니라.

정처 아들 적자 되고 첩의 소생 서자로다.

적자인지 서자인지 적서가 이리 되니,

상놈 딸에 장가가니 이것이 적자 되고,

양반 과부 데려다가 그 몸에 아들 나도

그 자손이 서자 되니 주제넘은 적서법이

이렇게도 더럽도다. 적서 분간 대단하다.

적가들은 적가대로 서로 가려 혼인하니

서파들은 서파대로 서로 찾아 혼인하니

이것이 웬일이오, 우리 조선 악속이라.

적가 사람 서파 사람 친구라 하는 사람

허교하기 꺼리거니 아니꼽고 더러우니

상놈의 외가 소생 양반 과부 외가 소생

이것들의 적서 보니 외가로 의논하면

천양지간 되건마는 그중에도 적서 찾아

아니꼽게 하는 놈들 눈 아파서 못 보겠네.

우리 한양 백성들은 남인 노론 저러하고

적서분간 이러하매 양반법이 심하더니

이 세상이 이리된 데 아직도 그 풍속이

조그만치 남아 있어 없다고 하면서도

혼인에 두고 보면 성복 보는 하인 놈도

여기저기 간혹 있어 적서 분간 하는 연식

드문드문 남았더라. 슬프고 슬프도다.

세상 사람 만물 두고 보면 천지도 변하나니,

오월 유월 너무 더워 견디지 못하다가,

동지섣달 설한풍에 너무 추워 못 견디니,

사람 역시 이 이치라, 우리 조선 풍속 보소.

양반이라 하는 사람 지체 좋은 그것 믿고,

상놈 잡아 토색하니 상놈은 죽어난다.

명현 자손 까딱하면 양반 팔월 추석 섣달까지

가만히 앉았다가, 상놈에게 나는 돈을

제 돈 같이 마구 쓰니 그 짓인들 될 것인가.

그러므로 이 세상에 반상 분간 없어졌네.

만물이 극성하면 필경에는 쇠해지고,

양반이 극성하면 상놈이 도로 되니,

양반질은 하올망정 양반으로 말한대도,

전조 양반 고사하고 아조 양반 두고 보면,

오백 년을 두고 반상 분간 정한 후에,

양반은 양반이요, 아전은 아전이요,

중인은 중인이요, 상놈은 상놈이요,

종놈은 종놈이요, 백성은 백성이요,

상하가 있는 법이 하늘같이 높았더니,

지금 세상 돌아보면 대패로 민 듯하니,

아무 형기 없었으니 이것이 웬일인가.

양반 등신 탓이로다.

슬프다, 양반들아, 양반 생각 하지 마라.

양반 분간 보자 하면 후세 상세에 다시 보세.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상에 그만일세.

오백 년 양반 되어 무엇이 부족턴가.

가엾도다, 가엾도다. 한양가를 짓고 보니

슬픈 회포 나는 것이 측량치 못할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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