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왕조한양가

한양오백년가(사공수) - 22.숙종

New-Mountain(새뫼) 2020. 9. 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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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숙종(肅宗)

 

숙종대왕 등극하니

그 왕비는 뉘시던가, 광산김씨 부인이요,

부원군은 누구던가, 광산 사람 만기로다.

둘째 왕비 뉘시던가, 여주김씨 부인이요,

부원군은 누구던가, 여주 사람 유중이라.

셋째 왕비 뉘시던가, 경주김씨 부인이오.

부원군은 누구던가, 경주 사람 주신이라.

숙종대왕 등극 후로 정치를 선치하니,

국태민안 한창이요 시화시풍 이때로다.

임금님은 성군이요 신하들도 충신이라.

숙종대왕 거동 보소.

성군은 성군이되 문왕만은 못하시다.

문왕은 성군으로 태사에게 하신 마음

정정하게 하시었고 중전에게 하신 도리

혹한 바는 없었는데, 어찌하다 숙종대왕

성군 이름 들으시며 중전 대접 잘못할꼬.

중첩에게 혹하신가, 혹한 첩은 누구던가?

장희빈이 이거로다.

희빈의 거동 보소.

인물 있고 글 잘하고 요악하고 간사하여

이간하기 일쑤더니, 희빈이 숙종 보고

이간하여 하는 말이,

중전께서 하시기를 상감 입에 악취 나면

말할 적에 민망하다.

이러하게 이간하고 중전 보고 하는 말이,

상감께서 하신 말씀 중전과 말하려니

입에서 악취 나면 말하려니 용렬하다.

용렬하게 이간하니 이 이간이 이상하다.

어느 날은 숙종께서 내전에 들어가서

중전과 말씀할 제, 전일에 희빈 말을

중전이 들은지라.

상감께서 하시기를 내 입에서 악취 나서

용렬하다 하신다니, 악취가 황공하여

감히 어이 마주 앉아 악취를 보내리오.

이러므로 돌아앉아 하신 말씀 대답하니

숙종대왕 생각하되

희빈 말이 참 옳도다. 거짓말이 아니로다.

내 입의 악취 싫어 돌아앉아 말하도다.

둘에게 붙인 이간 변통 없이 붙였구나.

용하도다, 장희빈이 이간에는 일수로다.

이후로 숙종대왕 중전 대접 하시기를,

날마다 소박하여 인정이 쇠하기를,

팔구월 찬 바람의 소소낙엽 이 아니면,

오경 한천 저문 날의 낙락 송성 이거로다.

도도서수 일반정은 중전 신세 이 아닌가.

슬프다, 세상 사람,

귀천 없이 부인 몸은 가장에게 매었구나.

제 가장이 그릇 알면 옳은 부인 그릇되고,

제 가장이 옳다 하면 그른 부인 옳아지니,

불쌍한 게 부인이요 가련한 게 부인일세.

부인 신원 누가 할까, 이렇듯이 말씀하더니

오늘날 하신 일은 세상에서 누가 알까.

만승천자 황후라도 천자에게 달려 있고

십이제후 왕후라도 왕에게 달렸으니,

하물며 예사 사람 부인 몸에 비하거든

삼춘 지난 꽃이로다.

우리 조선 두고 보면 왕비 되는 그 팔자가

건도는 원기 받고 곤도는 형기 받아,

이렇게도 귀하건만 귀한 몸도 천해진다.

숙종 대왕 거동 보소.

밀밀하고 깊은 인정 첫 인정 아니거든,

전하는 어찌하사 장희빈이 제일이요,

소소막막 설운 구박 민중전에 짝이 없네.

무오년(1708) 하사월에

편수궁에 폐비하니, 슬프다 중전 신세

적막하고 가련하다.

부위지강 말 있거든 편수궁에 내쳤으니,

어느 궁녀 하나 갈까,

어느 아들 다시 있어 그 모친을 찾아갈까.

따님도 넷을 나서 어려서 죽어 없고,

단독 일신 중전 몸이 일지 화수 분명하다.

폐비로 죽은 신하 누구누구 죽었는고.

오두인은 상소하여 정배 가서 죽어 있고,

이세화는 간하다가 장배하여 죽어 있고,

박태보는 전정에서 삼 일을 다툴 적에

화침질로 다스리되 지성으로 간한 말이,

전하 전일 하신 말씀 부부간을 의논컨대

생민의 시조 되고 만복의 으뜸이라.

쟁 소리 못할 것이 상하간의 부부이라.

이렇듯이 말씀터니 오늘날 하신 일은,

생민시도 간데 없고 만복원도 쓸데 없소.

주역을 못 보았소. 천지 만물 생긴 이치,

건곤 이자 이것이니 건곤이 으뜸이라.

건 때는 어떠하며 곤 때는 어떠한가.

건곤 이치 말할진대 무엇이 주장 되오.

건도는 원기 받고 곤도는 형기 받아,

원형이정 천도 되고 인의예지 인정 되니,

자천자 서인토록 건곤 이치 서로 지켜

천도 인정 이러커든 전하는 어찌하여

주역을 아시면서 건곤 이치 끊으시오.

태산 같은 저 중궁은 어느 궁녀 말을 듣고,

부위처강 말렸거늘 편수궁에 내쳤으니,

국가가 장원하며 부귀를 누리리까.

건곤 이치 상합할 제

건이 없어 어이 되며 곤이 없어 어이 되리.

군생 만물 사는 것은 건곤 이치 아니시면

춘하추동 사시절에 춘생추살 못하오니,

만물을 생각하되 폐비를 마옵시고

복위를 하옵소서.

숙종대왕 거동 보소.

더욱더욱 대노하여 쇠를 달궈 더 지지니

박태보의 거동 보소.

박팽년 단근질 할 시에 이 쇠가 차다더니,

박태보 하는 말이 박팽년과 같이 하니,

박씨들은 어찌하여 뜨거운 걸 차다 하니.

충성이 장하신들 오장이 다 탔으니

충신은 안 죽을까.

이때에 김익훈이 상부사로 중원 가서,

폐비한 줄 모르고서 압록강을 건너다가,

중궁 내침 들으시고 강두에 유숙할 때,

아무리 생각해도 숙종 회심 어렵도다.

등촉을 밝혀 놓고 동지섣달 긴긴 밤을

새도록 지을 적에 무슨 책을 지어 놓고

사씨남정기 그 책이로다.

유한림은 숙종 되고 사부인은 중전 되고

교녀는 희빈 되고 비유하여 지어내니

이 책 뜻이 무엇인가.

유한림은 가장이요, 사씨는 정실이요,

교녀는 첩이로다.

교녀 마음 요악하여 유한림의 뜻을 맞춰

사부인을 모함하여 희빈같이 꾀를 내어

유한림을 유혹하고 사부인을 박대하여

구축하여 내치더니,

건곤 이치 각별커늘 하느님이 무심할까.

유한림의 어진 마음 날마다 후회함이

봄풀같이 새로 나서, 사부인은 모셔 오고

교녀는 죽었으니 신기하고 이상하다.

이렇듯이 지어내서 숙종께 드릴 적에,

이번에 중원 가서 책 한 권 얻었으되,

창졸간에 판각 못해 등서하여 왔사오니

이 책 구경 하옵소서.

숙종대왕 거동 보소.

그 책을 받아보니 사씨남정기라.

희빈을 불러내어 책을 주며 하신 말씀,

중원에서 나온 책이 이상하고 좋다 하니

네가 잠깐 보아라.

희빈이 책을 보니 한 장 보고 두 장 보니,

사연이 재미있고 문체가 이상하다.

서너 장 보아가니 점점 보기 재미난다.

한중간 읽어가니 사부인은 무죄하고,

요악한 게 교녀로다.

숙종대왕 거동 보소.

금침을 돋아 베고 읽는 글을 들으시니,

심신이 불편하여 사부인 무죄한 줄

환연대각 깨달으시고, 벌떡 일어 앉으면서

네가 요년 교녀로다.

주사한 게 희빈인 제 폐비한 게 원통하다.

희빈이 미운 것이 칠팔 삭을 싸웠구나.

네가 요년 교녀 같다.

성화같이 호령하되

희빈이 잡아내어 능지하라 하옵시니,

벌떼 같은 저 군졸이 일시에 달려들어,

머리채를 잡아 쥐고 궁뜰 앞에 나아가서,

수레 위에 앉혀놓고 종묘로 끌고 가니,

그 아들이 달려간다. 그 아들은 누구던가.

경종이 아들이라. 경종의 거동 보소.

아무리 요악한들 어미는 죽는구나.

죽는 어미 아니 볼까, 죽는 게나 보려 하고

수레 앞에 서서 우니

희빈의 요악 보소, 경종을 부른 말이,

나는 이제 죽는 것이 모자간의 영결이라.

영결하는 오늘날의 손이나 만져 보자.

경종의 거동 보소.

어미 말을 들어본 즉 처량하고 가련하다.

가까이 들어서니 희빈의 모진 마음,

내 목숨은 죽으면서 내 몸이 난 자식으로

제 뒤를 잇게 할까.

손길을 얼른 내어 낭신을 훔쳐 쥐고,

아득아득 이를 갈며 앞으로 당기면서,

너와 함께 죽자꾸나.

경종의 거동 보소.

정신이 깜짝하여 실색하고 자빠지니,

대궐에 모셔 놓고 의원을 불러다가

아무리 약을 쓴들, 한 발이나 빠진 낭신

여전하기 어렵도다.

이 일을 생각하면 숙종대왕 성군일까.

후회가 자심하여 희빈을 죽인 후에

중전을 복위하고,

오두인 이세화와 박태보 세 신하를

충신으로 포창하고 충열각을 지었으니,

아마도 충신 열사

살아도 충신이요, 죽어도 충신일세.

경오년(1720) 유월달에 숙종대왕 승하하니

춘추가 육십이라.

일 년만 더 계시면 환갑을 지내실 걸

그 아니 절통할까.

양주 땅 삼십 리의 명릉이 그 능이요,

고양 땅 삼십 리의 왕비 능은 익릉이요,

둘째 왕비 셋째 왕비 배릉이 그 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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