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왕조한양가

한양오백년가(사공수) - 16.선조(3)

New-Mountain(새뫼) 2020. 9. 1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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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선조(宣祖) (3)

 

 

군관이 영을 듣고 나는 듯이 달려가서,

덕령 집을 찾아가서 덕령을 재촉하여

한양 성중 득달하니, 이여송의 거동 보소.

덕령의 손을 잡고 반가이 하는 말이,

이 같은 난세 중에 그대 같은 장략이

수간모옥 집 가운데 박박이 누웠는가.

조선을 나와 보니 난리가 대단하오.

창생은 고사하고 사직이 말 아닐세.

임금이 가천하니 시각이 어렵도다.

일본 대장 소서는 지묘장략 의논컨대,

사마양저 무가내요

손빈 오기 가소롭다.

이렇듯이 장한 장수 백만 병을 거느리고,

평양을 도륙하고 연광정에 진을 치고

북도에 웅거하니, 잡기를 의논컨대

그대 장략 아니면은 어느 누가 잡으리오.

행장을 바삐 차려 사속히 내려가서,

대사를 도모하여 소서의 목을 베어

내 앞에 바치어라.

덕령이 청령하고

필마단기 재촉하여 나는 듯이 내려갈 제,

임진강을 얼른 건너 송도를 지난 후에,

말마역 숙소하고 제역을 얼른 지나,

청강성을 바삐 가서 백설령을 급히 넘어,

청양점에 숙소하고 모란봉을 잠깐 지나,

을밀대에 잠깐 쉬어 기린골을 바삐 지나,

패강을 얼른 건너 장림들을 다다르니,

부벽루가 어디메뇨. 연광정이 여기로다.

김덕령 이십 세에 평양 감사 비장으로,

삼 년을 지낼 적에 누구와 친했던가.

여하 미인 여럿 중에 그중에도 유정하다.

평양 기생 화월이와 은밀한 인정 맺어,

백년을 기약 두고 맹세를 깊이 맺어,

평생을 잊지 말자. 이렇듯이 굳은 마음

전라 어사 이도령이 남원 기생 춘향이와,

백년 기약 맺은 듯이 둘이 서로 맺은 듯이.

덕령의 거동 보소. 이전 인정 생각하여

화월을 찾아가니 화월 어미 춘계 말이,

반갑도다 우리 사위. 즐겁도다 우리 사위.

나의 딸 화월이와 함께 죽자 맹세터니,

행차 한 번 떠난 후로 소식조차 돈절하오.

죽자 사자 하던 인정 그다지도 매몰찬가.

사위 연세 십구 세요, 화월 나인 십육 세라.

부벽루 죽림 속에 이별할 제 뿌린 눈물

지금까지 마르지 않네.

여보 여보 나리님요, 마소 마소 그리 마오.

사람 대접 그리 마오. 아무리 천첩인들

인정조차 다르리오.

비장 나리 가신지가 지금까지 몇 해 되오.

을유년(1585)에 맺은 언약 임진년에 풀러 왔소.

아무리 언약 둔들 제 몸이 기생이요,

제 나이 청춘이라.

이팔청춘 젊은 년이 독숙공방 홀로 앉아

지금까지 수절하니, 기생치고 장하지 않소.

칠팔 년을 수절타가 금년 팔월 보름날에,

일본 대장 소서가 위력으로 잡아다가

왜장의 첩이 되어, 방수 들러 들어가서

그 후로는 아니 왔네.

화월 아비 제삿날이 오늘 지나 내일이요,

제삿날에 온댔으니 그때에 만나 보소.

덕령의 거동 보소. 할미 말을 잠깐 듣고

들은 후에 생각하니 옳고도 무안하네.

화월 어미 거동 보소. 푸닥거리 한참 하고

후회가 도로 나서, 손길 잡고 방에 들어와

술 부어 대접하고, 담뱃대 앞에 놓고

이렇거나 저렇거나 잡담고사 다 치우고,

아까 했던 할미 말을 노여 말고 분하다 마소.

이 같은 난세 중에 어찌하여 여기 왔소.

나를 찾아 오셨는가, 화월 보러 와 계시오.

칠팔 년 그린 얼굴 아무려나 반가워라.

나으리는 귀공자요, 화월이는 천인이라.

일개 천한 기생으로 한번 잠깐 언약 두고

몇천 리 먼먼 길을 찾아오심 황송하오.

부디부디 할미 말을 추호도 꺼리지 마오.

이 역시 기생 어미 망령되기 예사이니

하해 같은 마음으로 그리 요량 하옵소서.

김비장 대답하되

장모님 내말 듣소. 나도 예서 올라간 후

천지상을 다 당하니 상주되고 출입 못해,

편지나 하려 하니 기러기 얻지 못해

편지도 못 부치니, 장모 마음 고사하고

내 마음은 좋을쏜가.

그럭저럭 황혼 되어 석반상이 들어온다.

등촉을 밝혀놓고 밥상을 살펴보니

진수성찬 에계로다.

무창의 살찐 고기 안호의 찰진 밥과

소담하게 차려 놓고 지성으로 권한 말이,

밥이나 자시오.

덕령의 거동 보소.

그 밥을 먹은 후에 그날 밤에 혼자 자고,

화월이 나오기를 고대하여 바라더니,

왜나팔 부는 소리 창밖에 들리거늘,

왜 군사 수십 인이 화월을 고이 모셔

춘계 집으로 들어온다.

화월의 거동 보소.

옥빈홍안 고운 얼굴 의구하게 어여쁘다.

화월 어미 거동 보소. 화월 보고 하는 말이,

고령 사는 김비장이 어젯날 여기 왔네.

화월이 이 말 듣고 안색이 불평하여

발연하여 대답하되,

김비장이 누구신가, 내가 모른 그 사람이

나의 집을 어찌 왔소.

가마 타고 들어가며 어미더러 하는 말이,

내일 다시 나올 게니 주육이나 많이 하오.

덕령이 생각하니 계집은 헛것이로다.

저와 나와 맺은 언약 금석같이 굳었더니,

왜장과 친한 후에 마음이 변했구나.

나오기를 기다리어 저년부터 죽이리라.

객창한등 찬바람에 심신이 불평하여

목침을 돋워 베고 삼척검을 어루만지며

경계하여 하는 말이,

칼아 칼아 이내 칼아, 이번 걸음 내 온 일은

너도 정녕 알 것이라. 부디부디 성공하고

너와 나와 함께 가자. 칼도 또한 신의 있어

이번 성공 내 못하면, 내 목숨은 고사하고

국사가 말 아니다.

이렇듯이 경계하고 날 새기를 기다리니,

오경한천 풍우중에 계명성이 낭자하니,

동방이 밝아오며 소슬 동창에 해가 뜨니,

아침상이 들어옴에 밥을 먹고 앉았으니,

창외에서 들린 소리 화월이가 또 나온다.

화월이 들어와서 어미 보고 하는 말이,

술과 고기 어찌했소.

춘계의 거동 보소. 술동이 들어내고

고기 그릇 들어내어, 마당에 포진하고

왜졸을 대접하니, 저 왜졸의 거동 보소.

서로 앉아 지껄이며 고기 먹고 배부르고

술 마시고 취한 후에, 홍몽천지 여기로다.

취리건곤 여기로다.

홍몽천지 취한 놈이 무슨 말을 들을쏘냐.

화월의 거동 보소. 방문 열고 뛰어들어

덕령의 손을 잡고 일희일비 하는 말이,

반갑도다 반갑도다, 비장 행차 반갑도다.

좋을시고 좋을시고, 비장 행차 좋을시고.

칠년대한 비 오신들 이보다 더 좋을까.

죽은 부모 살아온들 이보다 더 좋을까.

반갑도다 반갑도다. 천 리 행차 반갑도다.

멀고 멀고 먼먼 길에 행차나 편히 했소.

을유년(1585)에 이별하고 임진년에 다시 보니

세월은 빨랐으나 얼굴은 의구하오.

낭군님이 아니 와도 평생을 홀로 늙어,

첩의 몸이 죽은 후에 지하에서 만나볼까.

이렇듯이 마음먹고 사창에 홀로 누워,

눈물로 세월 보내다 뜻밖에 난리 나서,

왜 대장이 첩을 불러 금줄 안에 가둬 두고,

어머니도 못 보오니 화월의 팔자 보소.

청춘에 가장 그려 독숙공방 설운 회포

굽이굽이 맺혔거늘 가장을 말할진대

천 리 밖에 있었으니 원망치는 못하나마,

곁에 있는 저 어미도 마음대로 못 보았소.

덕령의 거동 보소.

어제날 했던 일을 내가 보고 분이 나서

네 마음이 변했다고 오늘날 다시 오면

죽이기로 작정하고 너 나오기를 바랐더니,

오늘날 하는 일을 다시 보고 요량하니,

너 보기가 부끄럽다. 우리 둘이 만날 적에

너의 나인 십육 세요, 나의 나인 십구 세라.

십육 세의 여자는 장부 심정 알건마는,

십구 세 대장부는 여자 마음 몰랐으니,

장부 되기 부끄럽고 여자 되기 아깝도다.

화월의 손을 잡고 희희낙락 희롱하니

화월이 하는 말이,

희롱을 말으시고 진담으로 하옵소서.

덕령이 대답하되,

이별한 지 팔 년 만에

너의 얼굴 생각하면 눈에 삼삼 어려 있고,

너의 음성 생각하면 귀에 쟁쟁 들리도다.

아무리 보자 하나 육년 초토 지낸 후에

난리를 또 당하니 무슨 여가 있으리오.

이번에 여기 옴은 월태화용 고운 얼굴

다시 한번 보러 왔다.

화월이 이 말 듣고

낯빛을 다시 보고 정색하여 하는 말이,

아직도 장군님이 첩의 마음 모르시고

농담으로 희롱하니 그 아니 원통한가.

장군님 이번 걸음 대사를 도모코자

첩을 찾아 오셨으니 이 일을 도모하실진대

첩 아니면 뉘와 하리.

덕령의 거동 보소. 이 말 듣고 대희하여

잡은 손목 다시 놓고 흔연히 하는 말이,

나의 마음 너 알았다. 과연 정령 그러하다.

이번에 내가 온 걸음 소서를 잡으려고,

용천검 드는 칼을 갈고 갈고 또 갈아서,

금자철병 칼집 속에 깊이 꽂아 차고 왔다.

화월이 이 말 듣고 덕령에게 하는 말이,

장군님아 장군님아 첩의 말을 들어 보소.

소서가 하는 일을 낱낱이 말 하리다.

사방에 큰 줄 매고 칸칸이 방울 달아,

바람이 언뜻 불어 방울 소리 떨렁하면

잠을 깨어 기침하고, 잠자는 법을 보면

사흘씩 크게 잘 제, 첫잠은 얕게 들고

이튿날은 깊이 들어 사람 출입 모르오고

사흗날은 점점 깨어 약간 하면 크게 내어

기침하는 그 소리에 방울이 달랑달랑.

턱밑을 만져보면 돈짝 같은 저 비늘이,

층층이 붙여 박혀 겹겹이 싸고 있어

구리쇠로 만든 듯하며,

시시로 용맹 나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기지개를 켤 때 보면 첩첩이 박힌 비늘

낱낱이 일어나서, 비늘 틈에 살이 보이니,

그럴 적에 칼로 치면 제아무리 역신이라도

아니 죽고 무가내지.

잠들기를 얕게 들면 두 눈을 아주 감고,

잠들기를 깊이 들면 두 눈을 번쩍 떠서

사람을 보는 듯하며,

소서가 하는 일이 사람을 의심하여,

저와 같이 형용 그려 등신이를 만들어서,

셋이 같이 누워 있으니

어느 것이 소서인지 얼른 보면 모릅니다.

양편에 누운 것은 등신이가 누운 것이요,

그 가운데 누운 것이 소서가 분명하다.

임아, 임아, 장군님아, 내 말 부디 명심하오.

내일이 이틀째라 큰 잠 자는 그 날이오.

부디부디 들어오소 내일 밤에 들어오면

장군님의 이번 대사 성공하고 가시리다.

이렇듯이 약속하고 화월이는 들어가서,

바지 솜을 빼어 들고 그 많은 방울 구멍을

나갈 적에 틀어막고 들어오며 다 막으니,

아무리 출입해도 방울이 소리 없네.

덕령의 거동 보소.

삼경이 지난 후에 칼을 짚고 들어가니,

좌우의 왜졸들은 적적히 잠을 자고

인적이 고요하다. 연광정을 올라가니

화월이의 거동 보소.

덕령 온 줄 정녕 알고 문을 열고 내달아서

손을 잡고 인도하니, 덕령이 뒤를 따라

문을 열고 서서 보니, 집동 같은 소서가

셋이 같이 누웠으니 알고 봐도 놀랍도다.

덕령의 장략 보소.

한번 보매 기가 막혀 칼을 짚고 혼잣말로,

대단할 사 소서여, 듣던 말과 과연 같다.

정신을 다시 차려 자는 눈을 살펴보니

두 눈 빛이 경쇠 같고 불빛과 서로 비춰

안광이 영롱하여, 노기가 등등하여

덕령을 보는 듯하다.

덕령의 용맹 보소.

오른발을 높이 들어 자는 놈의 코를 차니,

소서의 용맹 봐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두 발을 벌리고서 기지개를 한참 켤 때,

덕령이 칼을 들어 비늘 사이 살을 치니

칼을 맞고 떨어질 때 머리 없는 저 장수가

설설 기어 칼을 찾아 덕령을 친다는 게

연광정 대들보를 치니, 칼날로 친 자취가

지금까지 완연하니,

목 없는 저 장수가 저렇듯이 장하거든

목 있을 때 용맹 나면 용맹이 오죽할까?

화월이 곁에 있어

깍짓재에 흩어 놓으니 죽은 몸이 요동 없네.

덕령이 거동 보소.

벤 머리 싸서 들고 화월이를 하직할 제,

측은하게 하는 말이

장하도다 이 화월아.

팔 년 만에 이제 와서 이리 가기 섭섭하다.

갈 길이 바빴으니 지체하기 어렵도다.

난리나 평정되면 다시 한번 볼 것이니

부디부디 너희 모녀 잔명이나 보존하라.

화월이 이 말 듣고 슬피 울며 하는 말이,

장군님아 장군님아, 첩의 말을 들어 보소.

살려 두곤 못 가리니 첩의 목을 베어 주오.

장군님의 드는 칼로 첩의 목을 베어다가

첩의 어미 주고 가오.

덕령이 이 말 듣고 탄식하고 하는 말이,

너와 같이 도모하여 만고 없는 대장 머리

한 칼에 베었거늘, 너의 공을 의논하면

천금상을 준다 해도 천금이 부족하고,

만금상을 준다 해도 만금이 부족하거늘,

상금이야 못 줄망정 마라마라 그리 마라.

남남에도 못 하거든 하물며 부부간에,

내 칼로 너의 머리 차마 어이 벤단 말인가.

추호라도 해할쏘냐? 살처구장하는 사람

오기밖에 또 있느냐? 인정 박해 못 하겠다.

부디부디 잘 있거라.

화월이 이 말 듣고 진정으로 비는 말이,

오늘 밤에 장군님이 첩과 함께 동모하여

왜장을 죽이시고 장군님만 가고 보면,

저 왜졸의 거동 보소. 저희 장수 죽였다고

첩의 모녀 죽일 거니, 오늘 밤에 장군님이

첩의 목을 끊어다가 첩의 어미 주고 가면,

첩은 이미 죽었어도 첩의 어미 살아나지.

제발 덕분 장군님은 첩의 목을 베어다가

가는 길에 주고 가오 첩의 원이 이것이오.

덕령의 거동 보소. 한숨 짓고 생각하니

사정은 박절하나 사세는 당연하다.

꽂은 칼을 다시 빼어 화월의 목을 베어

나오다가 불러주니, 화월 어미 거동 보소

홍채 비단 치마 벌려 딸의 머리 받아들고,

덕령을 붙들고서 슬피 울며 하는 말이,

가련하다 화월이야, 불쌍하다 화월이야.

어미를 생각하여 나를 두고 네가 죽었나.

이런 일을 볼작시면 화월이는 기생이되,

충효를 겸전하니 후세 사람 본받을세.

덕령이 거동 보소. 필마단기 가는 행차

대공을 이루오니 천고에 희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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