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왕조한양가

한양오백년가(사공수) - 16.선조(1)

New-Mountain(새뫼) 2020. 9. 1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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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선조(宣祖) (1)

 

 

선조대왕 등극하니

그 왕비는 뉘시던가, 나주박씨 부인이라.

부원군은 누구던가, 나주 사람 응순이라.

둘째 왕비 뉘시던가, 연안김씨 부인이오.

부원군은 누구던가, 연안 사람 제남이라.

국운이 침체하나 충신 열사 극성한다.

선치는 못하시나 백성은 무사하더니,

이때가 어느 때야, 임진년(1592) 사월이라.

국운이 쇠진한지 백성이 불행하던지

난리가 나는구나. 난리는 어디 났나.

일본서 나온 난리 삼조팔억 다 나온다.

대장은 누구던가, 소서와 청정이오.

중군장은 누구던가, 한나북과 성종노라.

모사는 누구던가, 평수길이 제일이라.

대장군 소서는 십만 군병 거느리고,

서해로 돌아와서 해주를 함몰하고,

평양으로 들어와서 연광정에 좌정하고,

성종노와 한나북은 백만 군병 거느리고,

동래에서 하륙하여 언양 양산 소멸하고,

진주로 들어와서 단성 지경 소멸하고

촉석루에 좌정하니,

조선 장사 삼장사는 누구누구 삼장사인가.

김성일과 유천일과 최성호 이 셋이가

그때의 삼 장사라. 삼장사 거동 보소.

진주를 보존타가 왜진에 싸였구나.

사면을 돌아본즉 천병만마 뒤끓는데,

무슨 재주 그리 있어 날고 기는 저 장사를

셋이 들어 당할쏘냐, 할 수 없어 하는 말이,

우리 셋이 장사로서 항복하기 원통하니,

죽기로 작정하고 스스로 죽는 것이

죽어도 당당하다.

술잔을 서로 들고 한 잔씩 마신 후에,

 

글 두 구를 지어 놓고 그 글에 하였으되,

촉석루상 삼장사가 일배소진 장강수를

장강만리 유도도하니 파불류혜 혼불수라.

 

이 글 뜻을 들어보소

촉석루 중 삼장사는 한 잔 술을 서로 들고

장강 물을 가리킨다, 장강 물이 흐른 물이

물결은 흘러가고 죽은 혼만 남아 있다.

 

장사 셋이 죽은 후의

논개는 누구던가, 진주 기생 논개로다.

최성호의 첩이 되어 절개 있게 섬기더니

최성호 죽은 후에 열기만 남았구나.

이때 마침 왜장들이 촉석루에 모여 앉아,

논개의 인물 듣고 논개를 불러 올려,

술을 먹고 춤을 출 제 논개의 거동 보소.

한 손으로 성종노 잡고 또 한 손에 한나북 쥐고,

셋이 서로 손길 잡고 난간으로 돌아갈 제,

만경창파 저 강물에 아주 셋이 풍덩 빠져

내 천자로 누었으니,

성종노 한나북이 두 장수 거동 보소.

몸을 떨쳐 솟으려고 물결을 밀치고서

머리를 들고서니, 논개의 거동 보소.

둘의 손길 점점 쥐고 이를 갈고 하는 말이,

죽기 전엔 못 놓으리라.

셋이 함께 죽었으니 충렬 마음 하나이면,

범 같은 저 장수를 섬섬약질 아녀자가

두 장수를 안고 죽네.

장한지고 저 기생은 일개 기생 한 몸으로,

일변은 위국하고 일변은 가장 위해

이팔청춘 꽃 시절에 수중고혼 되었으니

열녀충신 겸했도다.

곽망우의 장략 보소.

이만 군병 의병으로 화왕산에 진을 치고,

왜진을 막으려고 석포관에 불을 놓아,

천 명 죽였으니 그 장략이 오죽한가.

장한지고 조중봉은

오십 기를 거느리고 금산 땅에 진을 쳤다.

용맹 있는 신 장사가

팔천 병을 거느리고 탄금대에 진을 치고,

의사 많은 권화산은

사천 명을 거느리고 치산개에 진을 쳤다.

충성 있는 정우복은

육천 병마 거느리고 상주읍에 진을 치고,

재주 있는 마호백은

삼천 병마 거느리고 세마산성 진을 치고,

충무대장 이순무는

거북선을 모아 타고 세류강 잠궈두고,

죽기 모른 김선원은 화약고에 불 지른다.

육도삼략 허봉이는 질남장군 되어 있고,

활 잘 쏘는 손무사는

사천 병마 거느리고 임진을 막아낸다.

관운장의 혼령 보소. 몇천 년을 지냈으되

신병을 거느리고 왜병을 짓쳐내니,

왜장의 거동 보소.

보이지 않는 장수 나서 인명을 살해하니

이것이 신병이라. 즉시에 백마 잡아

군중에 피 뿌리고 사불범정 이 아닌가.

신병이 달아난다.

삼조 팔억 많은 군사 빈틈없이

곳곳을 에워싸니 쌈 싼 듯이 싸는구나.

패한 것이 조선이요, 죽는 것이 조선이라.

아무리 생각한들 하는 수가 무엇인가.

한양 성중 도륙하니 선조대왕 거동 보소.

사직이 위태하고 옥체가 경각이라.

옥새만 품에 품고 말 탈 여가 전혀 없다.

한 몸으로 달아나니 천보 가상 여길지라.

남한산성 올라갈 제 박한남의 등에 업혀

창망하게 달아날 제, 왜장의 거동 보소.

활을 메어 들어 쏘니 박한남의 왼 귀 맞아

이렇듯이 애를 쓰니

활촉 끝에 떨어지니, 장할씨고 한남 충성

충성 있는 박한남아, 용맹 있는 박한남아.

좌우로 흐른 화살 빗발같이 들어오되,

한 손으로 임금 업고 한 손으로 살을 빼어

살을 꺾어 버리시니 그 용맹이 오죽한가.

이렇게 위급할 제 계책을 누가 낼까.

학봉 선생 김성일과 오성 대감 이항복이

두 사람 함께 앉아 의논하여 하는 말이

이래서는 안 되겠네, 청병을 가자스라.

대국으로 청병 가세. 둘이 함께 동행할 제,

압록강 건너서서 칠백 리 요동 들을

창망하게 들어갈 제, 저 왜진의 거동 보소.

청병 길을 막으려고 도로에 나열했다.

학봉 오성 두 사람이 군기 하나 없었으니

적수공권뿐이로다.

화살 하나만 맞았으면 별말 없이 죽겠구나.

낮으로는 산에 숨고 밤으로만 길을 가니

그 경상이 오죽할까. 낮으로는 산에 숨고

밤으로 가자 하니 지형을 분간할까.

엿새 밤을 가고 가서 하룻밤은 길을 잃고,

갈 곳을 찾지 못해 둘이 서로 마주 서서,

지형을 물어본즉 너나 나나 첫길이라.

내가 아나 네가 아나 이렇듯이 애를 쓰니

침침칠야 어둔 밤의 망망대야 아득하다.

월락오제 상만천에 마침 멀리 바라보니,

일점등화 불이 있어 사람을 인도하네.

그 불을 바라보고 천방지방 찾아가니,

평사만리 언덕 밑에 이간 토옥 집이로다.

문밖에 둘러서서 주인을 불러보니,

주인이 문을 열고 내달아 하는 말이,

손님네 어디 있소, 방으로 들어오오.

반갑고 즐겁도다. 신을 벗고 들어앉아

사면을 살펴보니 가도 사벽 뿐이로다.

주인을 다시 보니, 백발 할미 노구로다.

오성 대감 하는 말이, 주인 할멈 말 좀 묻세.

저 노구 대답하되, 서방님네 들으시오.

학봉 선생 하는 말이 이곳이 어디메오.

만리평사 넓은 들의 인가 하나 없는 곳에

할멈 혼자 계시는가.

노구의 거동 보소. 한숨 짓고 하는 말이,

천태산 상상봉의 초옥 삼 칸 집을 짓고,

조그마한 딸 데리고 글공부를 시키다가,

손세가 부족한지 딸 하나도 못 키워서,

거년 봄에 죽고 없어 화증이 절로 나서,

집이나 옮겨 볼까 이곳으로 새로 와서

이 집을 새로 짓고, 영감 하나 얻으려니

나의 나이 칠십이라,

어느 영감 나를 보고 살자고 허락하리.

할 수 없어 혼자 있소, 내 일은 그러하나

서방님네 두 양반은 어느 곳에 살았으며,

무슨 소관을 맡아 침침칠야 깊은 밤에

종모지모 어디 가오.

학봉 선생 대답하되, 여기 온 우리들은

조선국에 사옵더니, 국운이 불행하여

졸지에 난리 나서, 사직이 위태하고

국가가 망케 되니, 하는 수가 전혀 없어

대국으로 청병 가네.

정성이 부족한지 가는 길을 찾지 못해,

노변으로 방황타가 불만 보고 왔삽더니,

불행 중 다행으로 할멈 같은 주인 만나,

하룻밤을 유숙하고 길을 물어 가려니와,

저녁 두 상 하여 주오.

주인 노구 이 말 듣고 불 켜 들고 밖에 나가

저녁 두 상 해 왔거늘 달게 먹고 일어 앉아

주인 노구 데리고서 이윽토록 담화하니,

주인 노구 이 말 듣고 천문지리 말도 하며

세상 형편 말도 하니, 사사이 고상하다.

말말이 유의하다.

천문도 능통하고 지리가 소연하여,

흥망성쇠 고금사를 황홀하게 말씀하니

요량컨대 이 노구가 천태산에 있었다 하니

마고선녀 아니신가, 둘이 서로 의심터니,

주인 노구 하는 말이 서방님네 들으시오.

조선국의 이번 난리 국운으로 난 것이라,

한탄을 말으시고 청병이나 잘하시오.

일어나서 농문 열고 화상 하나 내어놓고,

서방님네 화상 보소.

화상이 어디에 있나.

대국에 있는 것이오. 대국 명장 이여송을

생화상 그린 것이오.

대국에 들어가서 천자님을 보시거든,

화상을 내어놓고 이 화상과 같은 장수

부디부디 달라 하오.

이 장수를 못 얻으면 천만 장수 얻더라도

이번 난리 쓸데없소.

화상 값을 의논하면 은자 삼천 주고 가오.

학봉 선생 오성 대감 둘이 서로 돌아보고,

눈짓하며 하는 말이, 그리하오, 사 가리다.

행장의 은자 내어 삼천 금을 주신 후에,

화상 받아 간수하고 목침 베고 누었으니,

여러 날 노독으로 홀연히 잠이 온다.

한잠 자고 깨어보니 동방이 밝아온다.

둘이 함께 일어나 앉아 사방을 살펴보니,

자던 집도 간데없고 노구 또한 간데없어,

언덕 밑에 둘이 앉아 기이하여 하는 말이,

이것이 무엇인가, 귀신인가 사람인가.

이상하고 기이하다

행장을 풀고 보니 화상이 정녕하니,

그제야 생각하니 둘의 정성 지극키로,

천태산 마고선녀 화상 주러 예 왔구나.

화상을 들고 보니 은자 삼천 여기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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