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왕조한양가

한양오백년가(사공수) - 16.선조(5)

New-Mountain(새뫼) 2020. 9. 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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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선조(宣祖) (5)

 

 

선조대왕 평복하고 치국치민 오년 만에,

서산대사 사명당이 상소하여 하는 말이,

소승이 중이로되 천기를 아는 고로,

낙산사 어젯밤에 천기를 잠깐 보니,

임진년에 패한 왜병 여분을 풀지 못해,

열세 해를 지금까지 군사 군기 조련하여,

미구에 나오기를 주야로 경영하니,

남천을 바라보니 살기가 충천이라,

난리 나기 불원하니 미리 막아 보옵소서.

선조대왕 상소 보고 사명당을 불러들여,

선조대왕 하는 말이

이 일을 어찌하리?

사명당 대답하되,

소승은 생불이라. 소승이 한 걸음에

일본의 항복 받고 후폐 없이 하오리다.

선조대왕 즐겨 하사 사명당을 보낼 적에

어필로 친히 쓰되,

조선 국왕 수신사의 사명당이 생불이라.

이 날에 떠나갈 제 각도 열읍 관장들이,

수신 행차 소문 듣고 어느 관장 아니 오리.

필마로 내려가서 동래읍을 들어가서

사흘을 유련하되, 동래 부사 송경이는

아니 오고 하는 말이,

허다한 속인 두고 어느 신하 못 보내서

일개 산승 중 보낼까.

사명당이 이 말 듣고 분기를 못 참아서,

동래 부사 나입하여 수죄하여 하는 말이,

송경아 네 듣거라.

너 같은 역신들은 벼슬만 탐을 내고,

국사를 네 모르니 신하 도리 무엇이냐.

네 목을 끊어서 천백 명을 징계한다.

내 아무리 중이라도 왕명을 받들고서

만리 타국 들어가면, 사직을 보존하고

백성을 생각하거늘, 안연히 네가 앉아

만홀하게 말만 하니, 네 소위를 생각하니

처참이 마땅하다.

처참후계 길을 떠나 배를 타고 들어가니

왜국이 어디메오, 구중대궐 여기로다.

사명당이 하는 말이 나는 조선 생불이라.

왜의 왕이 이 말 듣고

네가 정녕 생불이면 못할 것이 없으리라

즉시에 분부하사,

팔만대장경을 병풍에다 써서 놓고

그 병풍을 벌려 세워 그 앞으로 말을 타고

지나오며 얼른 보고, 그 글을 다 외우라.

사명당 재주 보소. 말을 타고 지나가며

대장경을 다 본 후에, 왜왕 앞에 올라 앉아

대장경을 다 외우고 두 쪽을 안 외우니,

왜 왕이 하는 말이 두 편은 안 외우나.

사명당 대답하되 안 본 것을 어찌 알리

병풍을 나가보니 바람에 겹쳤도다.

왜왕의 거동 보소. 또 다시 분부하여

쇠 방석을 들여다가 저 물에 떨쳐 타고

임의로 떠 다녀라. 

사명당의 조화 보소

그 방석을 잡아타고 물 위에 다니기를,

배 타고 다니듯이 임의로 왕래하니,

지남지북 저리 가고 지동지서 이리 오며,

팔만대장 많은 경을 고성대독 다 외우니,

저 왜왕 생각하니 아마도 생불인가?

구리쇠로 집을 짓고, 사명당을 들여 보내

그 가운데 앉혀 놓고, 사면으로 숯을 쌓아

불을 질러 숯이 타니, 대풍로로 부쳐내어

그 쇠가 불에 녹아, 불집이 되었구나.

왜왕이 생각하니,

제 아무리 생불이나 아니 죽고 살았으리.

사명당 거동 보소.

방에는 얼음 빙자 벽에는 눈 설자를,

그 두 자를 써 붙이고 그 가운데 앉았구나.

그 이튿날 왜놈들이 사명당이 녹았는가

쇠집 안을 살펴보니, 사명당의 거동 보소.

이마에는 눈이 싸고 수염에는 얼음 달여,

안연히 꿇어 앉아 왜졸을 호령하되,

조선서 듣기에는 일본이 따뜻하길

천하의 제일이라, 이렇듯이 알았더니

차갑기가 짝이 없다. 이놈들아 불 좀 넣어라.

왜왕이 이 말 듣고 놀라 듣고 하는 말이,

생불은 생불이라. 이 생불을 어이 하리.

쇠말을 만들어서 숯불에 달궈내어

사명당을 타라 하니, 사명당이 생각하니

하던 중에 극난이라.

하늘을 우러러서 지성으로 비는 말이,

소소하신 하느님은 조선 생불 위하시사

일장풍우 빌려주소서.

시각 내로 천둥소리 강산이 진동한다.

산천이 무너진 듯 하해가 뒤눕는 듯

강천이 갑갑하여, 주루 좍좍 오는 비가

순식간에 오는 비가, 가엾도다 왜 왕국이

어별 소가 되었구나.

왜 왕의 거동 보소.

창황 대겁 일어나서 사명당 앞에 와서,

무지한 왜왕이 생불을 몰라보고

욕설로 대접하니 만사무석 죽여주오.

생불인줄 몰랐으니 비를 그쳐 살려주면

분부대로 하오리다.

사명당 거동 보소. 왜왕에게 하는 말이,

우리 조선 임금님은 어진 덕을 닦은 고로,

하느님이 감동하사

전라도 낙산사의 생불을 점지하니,

삼 년에도 하나 나고 오 년에도 하나 난다.

다시 한번 생불 오면 너의 나라 멸망한다.

이번에 망할 터이나 아직 참고 나가느니,

삼백 장 인피 벗겨 연년이 조공하여라.

왜왕이 하는 말이, 영대로 하오리다.

사명당이 나올 적에 다시 분부 하는 말이

인피를 벗긴대도 죽은 영장 인피 말고

산 사람 인피로 하라.

사명당이 나온 후로

삼백 장 인피 벗겨 연년이 조공하니

하다가도 생각하니 국용이 탕갈이라.

사람 씨가 없어질 새 다시 조공 고치어서

주사 동철 대신하니,

경명주사 삼백 근과 구리 쇠 삼천 근을,

하다가도 생각하니 국용이 탕갈이라.

다시 빌어 하는 말이

삼백 명 군사 나와 수자리를 사오리다.

그리 하라 허락하니

동래 읍내 초량 앞에 좋은 집을 지어 놓고,

삼백 명 왜인들이 거기 와서 살림하니,

그 후로 자금까지 동래 왜관 거기로다.

무신년(1608) 이월 달에 선조대왕 승하하니,

춘추가 얼마신가, 오십칠이 분명하다.

양주 땅 이십리의 목릉이 그 능이요,

두 왕비도 목릉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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