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왕조한양가

한양오백년가(사공수) - 16.선조(4)

New-Mountain(새뫼) 2020. 9. 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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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선조(宣祖) (4)

 

 

평양 사백오십 리를 사흘 만에 득달하여

소서의 끊은 머리 이여송 대장 앞에

봉한 채로 올리오니,

이여송이 거동 보소. 대희하여 일어서서

함을 열고 헤쳐 보니, 소서의 죽은 머리

두 눈이 끔쩍끔쩍, 함 안에 어린 피가

오히려 마르지 않네. 덕령의 손을 잡고

크게 칭찬하는 말이,

장할씨고 김 장군아, 놀랍도다 김 장군아.

범 같은 이 장수를 혼자 들어 잡아내니,

그대의 용맹 보니 중원에서 나셨던들,

용맹과 그 도략이 나에게서 백불이라.

이렇듯이 칭찬하니 덕령이 여쭈오되,

이번에 성공함은 장군님의 덕택이요,

소장 공은 아니외다.

그 이튿날 행군할 제

이여송은 대원수요 김덕령은 아장이라.

십만 대병 거느리고 동정서벌 간 곳마다,

패한 것이 왜진이요 죽는 것이 왜졸이라.

강홍립을 분부하여 삼천 병마 거느리고

황해도로 내려가서 서홍 연안 백천 막고,

김응서를 불러다가 오천 명을 거느리고

충청도로 내려가서 충주읍을 구원한다.

이여송 김덕령이

금산진을 찾아가니 조중봉은 전망하고

화왕산을 찾아가니 권화산은 전패하소

상주읍을 들어가니 정우복도 전망하고

충청도를 찾아가서 탄금대를 찾아가니

신장사도 간 데 없다.

이여송 금덕령이 도처마다 왜병 치고

왜진을 소멸하니 이 해가 어느 해야?

갑오년(1594) 칠월이라.

영남으로 다시 내려와 성주 땅에 다다라서,

무계를 얼른 지나 한계 앞을 지나가니,

왜병이 모였거늘 한칼에 무찌르고,

현풍읍을 지났더니 왜장인 청정이가

오천 병마 진을 치고 대진을 막았거늘,

이여송의 용맹 보소. 한 손으로 칼을 들고

한 손에 창검 들어, 억만 군병 적진 중의

나는 듯이 달려들어 가며 치고 오며 치니,

칼끝에 죽는 군사 몇 천 명이 죽었으며,

창끝에 죽는 군사 몇 백 명이 죽었느냐.

주검이 태산 같고 피 흘러 강수로다.

대병을 거느리고 전라도로 내려가서

강진 나루 건너가니, 십리평사 너른 들에

왜장인 평수길이 백만 군병 진을 치니

진법이 엄숙하다. 변화불측 측량 없네.

잡기가 극난하다.

이여송의 거동 보소. 덕령을 돌아보고

급히 일러 하는 말이 나는 잠깐 쉴 것이니

김 장군이 얼른 가서 적진을 파하여라.

덕령의 용맹 보소.

갑옷을 단속하고 투구 끈을 졸라매고,

삼척검을 손에 들고 말머리를 두드리며,

진중에 얼른 들어 사십여 합 싸웠으나,

승부를 결단 못해 날이 이미 저물거늘,

본진으로 돌아와서 이여송과 의논하되,

평수길의 재주 보소, 칼을 들어 목을 치니

맞은 목은 그저 있고 곁에 있는 군사 목이

대신하여 떨어짐에, 다시 들어 목을 치니

수길은 간 데 없고 말머리만 떨어지니

이것이 수상하오.

아마도 생각하니 변화불측 이 아닌가.

변화가 무엇인가, 둔갑 장신 이 아니요,

둔갑 장신 저 장수를 어이하여 잡으리까.

이여송 하는 말이,

명일에 다시 싸워 제가 내일 싸움에서

둔갑 장신 또 하거든 둔갑 막을 그 법수가

어렵지 않고 쉬우리라

둔갑을 제 하거든 나는 먼저 비켜서서

을방으로 돌아들어 좌편을 먼저 치고,

장신을 제 하거든 나는 몸을 비키어서

정방으로 돌아들어 우편을 먼저 치면,

제 아무리 둔갑해도 둔갑이 쓸데없고

제아무리 장신해도 장신을 못하느니,

그럭저럭 들이치면 아니 죽고 어이하리.

덕령이 이 말 듣고 계교를 배운지라.

이튿날 접전할 제 덕령이 칼을 들고

을방으로 돌아드니 수길이 거동 보소.

어허어허 이상하다. 둔갑 막는 그 재주를

어제는 모르더니 오늘은 아는구나.

수길이 할 수 없어 필마로 달아난다.

덕령의 거동 보소.

장수 없는 저 군사를 한칼로 소멸하니

피 흘러 적지로다. 본진으로 돌아오니

이여송이 덕령 보고 칭찬하고 하는 말이,

아무려나 장군 용맹

맹분 오획 다시 나도 장군님만 못할 것이요,

관우 장비 또 있어도 장군님만 못하리라.

이때가 어느 때냐, 정유년(1597) 팔월이라.

맹군을 거느리고 팔도를 평정하니

이 난리가 오죽할까, 김해를 들어가니

수길이 거동 보소. 다 죽고 남은 군사

겨우 모아 오백 명을 둔취하여 진을 쳤다.

이여송의 거동 보소. 덕령과 둘이 들어

수길을 찾아가니, 수길의 재주 보소.

오백 명 저 군사로 오작진을 치고 있네.

이여송과 김덕령이 오작진을 들어가니

수길의 진법 보소.

반공중에 솟아올라 운무로 진을 치고

성신으로 군사 삼아, 일월로 장수 삼고

무지개로 칼을 삼아 이렇듯이 하였거늘,

이여송은 앞에 서고 김덕령은 뒤를 따라

둘이 서로 칼을 들고 운무중에 삼 장사가

셋이 함께 싸울 적에, 이 장수를 저 장수를

피차 서로 분별못해,

이여송은 칼을 들고 김 장군아 어디 있나.

김 장군은 칼을 들고 이 도독이 어디 있소.

두 장수가 서로 물어 수길만 찾아 치니,

수길이 위급하여 도망하기 어렵도다.

운무가 자욱하니 검광도 없어지고,

칼날이 서로 닿아 성겅성겅 하는 소리,

구름 속에 나는 듯이 순식간에 지나갈 적에,

아래 있는 왜군사가 하늘만 바라보고

승부를 바라더니 머리 하나 떨어지네.

군사들이 팔을 들어 머리를 들고 보니

왜장인 수길일세.

저 군사 거동 봐라.

오백 명 우는 소리 천지가 진동한다.

이여송 김덕령이 수길의 머리 따라

둘이 함께 내려와서 왜졸을 소멸하고,

팔도에 남은 군사 씨 없이 무찌르니,

삼조 팔억 나온 군사 한 사람도 못 살았네

청정은 어데 가고 죽은 곳이 없었으니,

아마도 청정이는 고국으로 갔단 말이

정녕코 분명하다.

청정이 들어갈 제 방휼시를 지었으니

 

그 글에 하였으되, 

대방수양 피일한지 휼금하사 노상간고 

신리굴택 주태손이 족답사장 취익잔을 

폐구나기 개구해하 입두유이 출두난은 

조지구락 어인수되 운수비잠 각자안이라

 

이 글 뜻을 들어보소, 방휼시가 용하시오

크고 큰 큰 조개가 추운 날을 겁을 내어,

양지를 따라 나와 물가에 붙었으니

날아가는 저 황새가 무슨 일로 성을 내어

서로 밉게 보았다고, 가련하사 저 조개는

굴터를 떠나올 제 붉은 자태 손상되고

어여쁘다 저 황새야, 사장을 밟을 적에

푸른 나래 쇠잔하다. 불쌍하다 저 조개야.

입을 막고 있을 적에, 입을 열면 화 피할 줄

어이 그리 몰랐으며, 가엾도다 저 황새야.

들어오기 쉽건마는, 나가기가 어려운 줄

네가 어이 몰랐더냐. 우리 둘이 어옹 손에

한가지로 떨어질 줄 어이 그리 몰라더냐

너는 날아 백운중에 가고, 나는 잠깐 물에 가서

피차 서로 화 피할 것을, 어찌타 못하였나

후회한들 쓸 데 있나, 둘의 목숨 그만이다.

 

기해년(1599)에 평정하니 팔년풍진 이 아닌가.

이여송의 거동 보소. 팔 년 풍진 소멸하고

흉한 심사 새로 나서 조선 산천 둘러보니,

산천 정기 유명하니 인재가 많이 나겠구나.

팔도를 돌아다녀 명산대천 찾아가서,

쇠말뚝을 치켜들고 곳곳이 혈을 질러,

산맥을 끊을 적에 넉 달을 다녔구나.

넉 달을 혈을 질러 그 해를 의논하면

팔년풍진 더 심하다

슬프다, 조선 풍속. 공신 대접 허무하다.

팔년 공신 김덕령을 공후 작록 하더라도

그 공을 다 못할 걸, 봉작은 고사하고

함정에 든 범이 되니 그 신원을 누가 할까.

덕령이만 죽었구나.

이여송이 거동 보소.

제 강산을 만들려고 풍진을 소멸하고

수 삼삭을 지체하니, 우리 한양 국운 보소.

오백 년 전할 운수 임진년에 마칠쏘냐.

난데없는 초립동이 조그마한 나귀 타고

삼척동자 정마 들려 이여송의 진중으로

기탄없이 지나가니, 이여송이 대분하여

군사 놈을 급히 불러 호령하고 하는 말이,

당돌하다 어떤 놈이 만진 중을 멸시하고

말을 타고 지나가니 죄사무석 놓을쏘냐.

한 걸음에 바삐 가서 성화같이 잡아 오라.

저 군사 거동 봐라. 쇠털 벙거지 제쳐 쓰고

군복 자락 홀쳐매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들숨날숨 헐떡거려, 바라보며 쫓아가며

숨찬 중에 하는 말이,

저기 가는 저 소년아 거기 잠깐 머물러라.

너 잡으러 내가 간다.

그려그려 급히 가니 두 발 동안 떼어 놓고,

아무리 쫓아가도 그 모양 띄었구나.

게 있거라 소리 하니

타고 가는 초립동도 아무 말도 아니하고,

몰고 가는 삼척동자 들은 체도 아니하고

고만치만 하고 가니, 그려그려 쫓아가서

수십 리를 따라가서 본즉 그 소년이 이 말 듣고

반석 위에 올라앉아 호령하여 하는 말이,

분을 품고 말할진대

네 놈부터 죽이리라. 네 놈은 무죄하니

잠깐 참아 두거니와, 지금 당장 바삐 가서

네 장수 보내어라.

저 군사 눈치 보니 아마도 귀신이지

사람이 아니로다.

무사 얼른 좇아가서 그 연유를 주달하니,

이여송이 이 말 듣고 마음에 대경하여,

필마로 타고 가니 그 소년 하는 말이,

이여송 네 듣거라. 어찌 장약 있어

천자 명령 네 받들고 조선을 네 나와서,

군병을 거느리고 풍진을 소멸하여,

동국을 보존하니 네 공은 기특하나,

네 마음을 생각하면 베임이 마땅하되,

공로를 짐작함에 동국 공신 극진하다.

대공을 이루었으니 국왕에게 하직하고

네 국으로 돌아가서 천자 명령을 갚는 것이

신자 도리 당당하나,

쇠말뚝을 모두 싣고 곳곳에 혈을 질러,

산천 기운 상하게 하니 무슨 심사 그러하냐.

그 일은 고사하고 천의를 모르고서

범람한 뜻을 두니, 기일 없이 진을 치고

수월을 지체하니, 네 죄를 네가 아냐.

오십 근 철퇴 들어 이여송 이마 위에

덩그렇게 걸어놓고, 수죄하여 하는 말이

네 이마가 쇠 이마냐.

철퇴 들어 한번 치면 네 두골이 무엇 되냐.

이여송 거동 보소. 창황급히 일어나서

한출첨배 일어서서 복복사죄 하는 말이,

오늘 당장 가오리다.

절하고 돌아보니 초립동은 간 데 없고

반석 하나 남았도다.

초립동은 누구던가. 삼각산 신령이네.

이여송 돌아와서 군중에 영을 놓고

각처로 흩뜨린 후에, 한양으로 올라가서

선조대왕 뵈었으니, 선조대왕 전별하사

용상 아래 내려와서 호송하여 하신 말씀,

대도독의 팔 년 공을 만분 일을 갚을쏘냐.

삼만리 악한 경도 무양하게 행차 하소.

이오성 김학봉이 이여송을 전송하여,

임진강에 다다라서 악수 상별하는 말이,

대도독의 이번 공로 죽백에 올렸다가

천추에 전하리다.

이여송 하는 말이,

이번에 이룬 공은 두 선생의 충성이요

김 장군의 공덕이니, 소장은 말씀 마오.

이여송이 나왔다가 대공은 이뤘으나,

마음 한번 잘못 쓰고 초립동에 혼이 나서

이여송이 들어간 후, 조선이 태평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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