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왕조한양가

한양오백년가(사공수) - 16.선조(2)

New-Mountain(새뫼) 2020. 9. 1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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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선조(宣祖) (2)

 

화상을 수습하여 요동 들을 다 지나고,

심양강을 얼른 지나 연정사로 숙소하고,

장성 앞을 다 지나니 황극전이 여기로다.

천자 전정에 올라가서 고두사배 하는 말이,

조선 국왕 이 아무개는 국운이 불행하여

왜란이 지금 나서, 삼백 년 지낸 사직

일조에 망케 되니, 복원복망 황제 전에

하해 같은 덕택 입어 장수 하나 주옵시면,

저 난리를 소멸하고 왕명을 보존하여

국운을 갚으오면, 지하에 돌아가서

선대왕을 뵈오리다.

황제 듣고 하신 말씀,

너의 나라 이번 난리 국운뿐 아니로다.

천운이 그러하니 아무리 구원해도

유익함은 없을 거니, 잔말 말고 그저 가라.

장수 줄 뜻 전혀 없다.

김성일의 정성 보소.

갓 벗고 망건 벗어 옥계 아래 던져두고,

천자 전에 엎드려서 머리를 두드리고,

유혈이 낭자하여 옥계 하에 흘러가니,

천자님이 보시다가 김성일을 어루만져

용상을 어루만져 탄식하고 하신 말씀,

조선 국왕 이 아무는 저런 충신 두었구나.

짐의 조정 돌아보면 성일 같은 충성 있나

장수 하나 명하시되,

정서장군 장성진을 압령하여 주시거늘

학봉 선생 거동 보소. 화상을 내어 놓고

지성으로 비는 말이,

황공하고 황공하나 장수를 주시려거든

이 화상 보신 후에 그 장수를 주옵소서.

다른 장수 쓸데없소, 그 장수를 주옵소서.

애걸하고 복걸하며 지성으로 비는구나.

천자께서 화상 보고 대경하여 하신 말씀,

너희들이 이 화상을 어디서 구했느냐.

짐의 명장 이여송은 흉노 치러 나간 지가

다섯 달이 지나도록 지금까지 아니 왔다.

없어서도 못 줄 것이요 있어도 안 줄 것이니

저 장수를 데려가라.

학봉 선생 거동 보소.

신등이 오는 길에 연정사를 길을 잃어,

어찌할 줄 모르다가 집을 하나 찾아가니,

노구 하나 앉았기에 그 노구를 물어본즉,

천태산에 있다 하고 이 화상을 내어주며,

여차여차 하온 후에 인홀불견 간데없어,

기이하여 돌아보니 집도 없고 사람 없어

다만 화상뿐이오니,

삼고무인적한데, 신등은 생각하니

하늘이 지시한 듯 신선이 도우신 듯,

이상하고 신기하니 이 장수를 주옵소서.

천자께서 이 말 듣고 놀라시며 탄식하사,

하늘이 도우시니 너의 국왕 운수로다.

이여송을 불러다가 천자께서 명령하되,

너의 아우 여백 보내 너 대신에 흉노 치고,

너는 지금 조선 가서 왜란을 물리치고

조선 국왕 도와주라.

이여송의 거동 보소.

흉노 친 다섯 달에 성공 못해 분을 내어

가기를 꺼리거늘, 천자께서 강권하니

나오기는 나왔으나, 마음이 앙앙하여

까딱하면 반정한다 약간 해도 돌아간다.

대국 지경 다 지나고 조선 지경 다다르니,

압록강이 여기로다.

깊고 깊은 저 강물을 순식간에 건너온다.

배 대어라, 길 바쁘다.

저 사공의 거동 보소.

대도독이 행차한 줄 풍편에 얼른 듣고

황급하게 대답하며, 제밋대를 높이 들고

만경창파 저 강물을 물 삿대로 밀쳐내어,

이리 풍덩 저리 풍덩 풍덩풍덩 저어내니

깊고 깊은 저 강물을 순식간에 건너온다.

이여송의 거동 보소.

강두에 유진하고 트집 내어 하는 말이,

오늘 점심 지을 적에 황하수를 길어다가

점심 진지 지어놓고, 용의 간을 회를 치고

석간적을 구워 오라.

추상같이 호령하니

학봉 선생 오성 대감 둘이 서서 의논할 제,

마침 멀리 바라보니 반갑도다, 즐겁도다.

한음 선생 앞서 오고, 서애 대감 뒤서 온다.

이여송 오는 소문 듣고 어느 편에 들었던지

영접을 하는지라. 넷이 서로 모여 앉아

한음 선생 서애 대감 둘이 함께 들어가서

이여송을 치하하되,

황송하오 대도독이 조선국을 위하시사

만리 원정 행차함은 황공하고 감사하오.

이여송 하는 말이

그 사이 왜진들이 어느 지경 되어 있소.

서애 대감 대답하되

거의 망케 되어 있소. 조선은 망해 가고

왜란은 극성하니 판세가 위급하오.

하직하고 돌아와서 넷이 서로 모여 앉아

점심 진지 공론하되 황하수를 어이할까.

한음 선생 하는 말이

황하수는 어렵지 않네, 압록강 상류 물이

황하수 원류이오니 그 물 길어 지으소서.

석간적은 무엇인가.

오성 대감 하는 말이

석간적은 어렵지 않다. 조포가 그 적일세.

용의 간을 어이 하나.

학봉 선생 하는 말이

용의 간은 내 구하지.

그 길로 급히 나와 강가에 꿇어앉아,

재배하고 통곡하며 두 손으로 비는 말이,

소소하신 하느님은 하감하여 들으소서.

조선 국왕 위태함이 조석에 달려 있고,

억조창생 여러 목숨 시각에 달렸으니,

명명하신 덕택으로 용 한 마리 주옵소서.

이여송을 대접하여 저 난리 소멸하고

보존하여 살려니와, 그러지 아니하면

삼백 년 오던 사직, 일조에 전복하고

국파군망 하오면은, 그 아니 망극하며

이 아니 원통할까.

방성통곡 크게 우니 이상하고 기이하다.

강물이 뒤끓더니 난데없는 용 한 마리

물결을 헤치면서, 기둥 같은 굵은 몸이

강가에 뒤척인다. 학봉 선생 거동 보소.

삼척도 드는 칼을 얼른 빼어

배를 그어 간을 내고, 용을 들어 물에 넣으니

용의 조화 이상하다. 물 속으로 들어가네.

학봉 선생 돌아와서 용의 간을 회를 치고,

점심 진지 들여가니 이여송의 트집 보소.

점심상을 돌아보고 또 다시 하는 말이,

용의 회를 먹자 하면 다른 저로 못 먹느니,

소상 반죽 젓가락을 시각 내로 가져오라.

진짓상을 물리거늘 서애 대감 거동 보소.

행전 말기에 손을 넣어 반죽 저를 빼어 내어

두 손으로 받들어서 진짓상에 올려놓으니,

이여송의 거동 보소. 낙담하고 탄식하며

크게 칭찬하는 말이,

장하시다, 조선 신하. 충성도 장하거니와

재주가 더욱 용타. 석간적은 예사로되

황하수를 어이 알며, 황하수도 어렵거든

용의 간을 어찌 얻나, 용의 간은 고사하고

반죽 저를 어찌 구해, 행전 가에 차고 있다

이다지도 속히 내니, 할 말이 다시 없다.

주야로 행군하여, 의주로 들어가니

천문만호 어디 갔나, 불을 질러 다 탔구나.

한양성에 득달하니

피란 가고 없는 사람, 물에 빠져 죽은 사람,

총에 맞아 죽은 사람, 칼에 찔려 죽은 사람,

태반이나 죽었으니 적벽싸움 이 아닌가.

조조 군사 이 아닌가.

남은 사람 몇이던가, 백분의 일이 어찌 되리.

장안을 돌아보니 소조막심 가련하다.

임금은 어디 갔나, 남한산성 피란 갔네.

이여송의 거동 보소. 군관을 재촉하여

남한산성 올라가서 선조대왕 뫼셔오라.

선조대왕 거동 보소.

이여송의 소문 듣고 급히 접대하니,

이여송의 트집 보소.

선조대왕 얼굴 보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얼굴 보니 섭섭하다. 아무리 구원해도

국왕 되지 못할 자니, 오늘로 반사하여

나는 정녕 갈지어다.

오성 대감 이 말 듣고 궐내에 들어가서

대왕에게 여쭈오되,

중원 명장 이 도독이 대왕 천안 아까 보고,

왕자 기상 아니라고 구원할 뜻 전혀 없고,

오늘날로 반사하길 결단하고 일어서니,

어찌하면 되오리까?

선조대왕 이 말 듣고 크게 근심하신 말씀.

반사를 하기 쉽지, 천생으로 생긴 얼굴

오늘날 고칠쏘냐, 국운을 가지로다.

오성 대감 여쭈오되

좋은 일이 있사오니 대성통곡 하옵소서.

선조대왕 이 말 듣고 대궐 문을 열어 놓고,

하늘을 우러러서 한번 통곡하니

곡성이 웅장커늘,

이여송이 놀라 듣고

이 울음을 누가 우나.

오성 대감 하는 말이,

대도독 반사 영을 우리 대왕 들으시고,

국사를 생각하사 대성통곡하나이다.

이여송이 이 말 듣고 대희하여 하는 말이,

얼굴은 잠깐 보니 왕자 기상 못 되더니,

울음 소리 들어보니 벽해상 운무 중에

청룡의 소리로다. 용의 소리 가졌으니

조선 국왕 넉넉하다.

그제야 대장기를 금자로 새겼는데,

중원문 대도독의 이여송의 대장기라.

장단 전에 세워 놓으니 바람 끝에 펄렁펄렁.

장단에 급히 앉아 천기를 바라보니,

남방의 장성 하나 고령군에 떨어졌다.

분부하여 하는 말이, 바삐 가서 데려오라.

이 장수가 누구던가. 김덕령이 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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