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왕조한양가

한양오백년가(사공수) - 5.세종, 6.문종

New-Mountain(새뫼) 2020. 9. 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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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종(世宗)

 

세종대왕 등극하니,

그 왕비 뉘시던고, 청송심씨 부인이요.

부원군은 누구던고, 청송 사람 심온이라.

심 왕비 나실 적에 이상하고 기이하다.

청천백일 밝은 날에 난데없는 무지개가

한 끝은 대궐 있고, 또 한 끝은 청송 있어

삼 일이 지나도록 완연히 뻗혔거늘

세종대왕 거동 보소.

무지개가 이상하다 군관을 보내시고

무지개를 추종하니, 청송으로 내려가서

호박골을 들어가니, 그 집이 뉘 집인가.

심이방의 집이로다.

궁비를 보내시고 왕비를 모셔 오니,

그 아니 천연이면 이 아니 이상한가.

복력 좋은 세종대왕 삼십이 년 즉위하사,

국사창명 무사하고, 시화세풍 태평이라.

대국에서 패문 나와 문장 명필 부르거늘,

글 잘하는 성삼문과 글씨 잘 쓴 광평군

둘이 함께 들어가서, 천자 전정 올라가서

배례하고 앉았으니 천자 하신 말씀 보소.

짐에게 있는 병풍 화제가 없었기로

천하에 광구하여 문장 명필 다 왔으니

아무라도 이 병풍에 화제를 써서 내라.

서촉 선비 하는 말이, 소인이 쓰오리다.

저 선비의 거동 보소. 붓대 잡아 써서 내니,

천자 보고 대로하사, 저 선비를 꾸짖으시되,

네 어이 당돌하게 그 문필을 가지고서

문필한다 자랑하고 짐에게 속이느냐.

즉시에 축출하니, 이 좌석이 어떠한가.

성삼문 거동 보소. 화제를 지어 내니,

광평군 붓을 잡아, 일필휘지 써 올리니,

천자 보고 탄복하여 글과 글씨 칭찬하사,

천금상사 후히 주고, 대찬하여 가라사대,

이렇게야 문장이요, 저러해야 명필이지

아무래도 조선국이 소중화가 분명하다.

저 화제를 살펴보니 글씨에 하였으되,

 

한 나무에 어찌하여 두 색 꽃을 피우는가.

그 뜻을 알 수 없어 동풍에게 물었더니,

가지에 앉아있는 새가 말하기를

강물도 깊고 얕고 서로 색이 다르더라.

 

이 병풍 어떠한고. 매화를 그렸으되

한 가지는 덜 붉었고, 한 가지는 더 붉었네.

말 잘하는 앵무새는 가지 사이 그렸거늘

그 격에 맞게 하니, 어이 아니 어려우리.

이 글 뜻을 들어 보소. 아니 용하고 어떠한가.

한 나무가 어찌하여 빛이 같지 아니한고.

이 글 끝을 가져다가 동풍에게 물어보라.

다행히도 그사이에 말 잘하는 새가 있어,

깊이 붉은 저 꽃 빛과 엷게 붉은 이 꽃 빛이,

서로 빛이 그러하니 이러하기 기이하네.

이러므로 둘의 문필 중국까지 이름났지.

그 후로 세종대왕 선비를 불러들여,

성균관에 불러들여 문치가 대단하고

팔도에 행관하사 글공부를 권학하니

문장도 많거니와 문필도 흔히 난다.

과거를 보이시되 문필 보고 과거 주니,

팔도에 굵은 선비 불철주야 공부한다.

이십 팔 황제 중에 좋고 편하신 이

세종대왕 제일이라.

세종대왕 등극 후로 국가를 두고 보면,

추호도 일이 없어 요순 세계 분명하니,

하우천지 부럽지 않네

경오년(1450) 유월달에 오십 사에 승하하니.

여주 땅 팔십 리에 영릉이 그 능이요,

왕비능도 한 능이라.

 

 

 

6. 문종(文宗)

 

문종대왕 등극하니

그 왕비는 누시던가, 안동권씨 부인이요.

부원군은 누구던가, 안동 사람 권전이라.

문종대왕 거동 보소. 단종을 늦게 두고

국가가 창망하니, 골육상쟁 쉬우리라.

가련하다 권왕비는 단종을 낳으시고,

강보에 아들 두고 이십사에 승하하니,

양주 땅 사십 리에 현릉이 그 능이요.

여한이 무궁하여 영혼이 있었구나.

문종대왕 거동 보소. 춘추는 높지 않으나

환후가 자주 있어 병침에 누었도다.

시시로 혼자 앉아 국사를 생각하니,

아들은 어리시고 아내는 그리우시니,

아마도 생각하니 국사가 위태하여,

박팽년과 성삼문과 하위지와

유응부와 이개와 유성원과

김시습과 이맹전과 조여계와

남추광과 성문두, 원호 등을

시시로 불러들여, 군신이 서로 앉아

국사를 의논할 제, 문종 대왕 하신 말씀,

열두 신하 경등에게 유주를 부탁하니,

옛적의 주공같이 성왕을 보존하소.

생각하니 내 죽은 후 저 아들이 위태하니

옥침에 뜨는 눈물 점점이 피가 된다.

십이 신하 이 말 듣고 일시에 일어나 앉아

임금과 같이 우니, 비 오듯이 흐르는 눈물

조복 소매 다 젖는다. 문종 대왕 거동 보소.

옥수로 눈물 씻고 가긍하게 하신 말씀,

경등은 예 앉아서 내 말씀 들어 보소

만약에 약차하면 경등은 어찌하리?

저 신하들 대답하되

나중 일은 모르오나

약차하고 여차하면 신등의 마음이야

백골이 진토된들 추호나 변하리까.

슬프다, 죽음이여.

삼황오제 저 임금도 죽음을 면치 못해

무주청산 무덤 되니

문종대왕 어이하리. 임신년(1452) 오월달에

우연히 승하하니 춘추가 삽십구라.

창천이 욕회하고 일백이 무광한 듯.

양주 땅 사십 리의 왕비 능과 한 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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