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왕조한양가

한양오백년가(사공수) - 7.단종

New-Mountain(새뫼) 2020. 9. 1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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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단종(端宗)

 

 

단종대왕 거동 보소. 십이 세에 등극하니,

그 왕비는 뉘시던고, 여산송씨 부인이요,

부원군은 누구던가, 여산 사람 송현수라

십이 신하 충성 보소. 열심으로 임금 섬겨

어질기는 요순이요. 재주는 창해 같다.

삼 년을 지내오니 춘추가 십오 세라.

구중궁궐 깊은 집에 지성으로 공부하니,

시서백가 육경 글을 무불통지 알으시고,

단종대왕 재주 보소. 장단으로 글 지으니,

구구이 문장이요, 자자이 주옥이라.

지은 글을 들어 보소. 그 글에 하였으되,

 

산월섬섬 하동방하니 방문한기직성장을.

십년원별 하용이 천리소광 시재양을

편심수첩 홍라상 장몽수군 자수장을

팔자미수 무협녀 일지화우 두가랑을

빈상수비 소랭상 건중미문 합환향을

맥두양류 쟁춘색 화곡단삼 증육낭을

 

이 글 뜻을 말하거든, 자세히 들어 보소.

서산에 조각달이 동방으로 내려온다.

방문에 고운 빛은 비단 짜내 필이 되면,

십 년의 원앙 이별 어이 그리 용이한가.

천 리의 맑은 봄이 비로소 빛이 난다.

한 조각 첩의 마음 홍라상을 지키었고

길고 긴 그대 꿈은 자수장을 따라가니

팔자 아미 고운 얼굴 무산선녀 근심이요,

일지화수 봄바람은 두가랑의 이별이라.

빈상에 서릿빛을 그 누가 슬퍼한가.

수건 안에 합환향은 향기조차 들지 않네.

언덕 위에 저 버들은 봄빛을 다투는가.

화곡단삼 비단 적삼 육랑을 주었도다.

 

성삼문 이 글 보고 박팽년과 하는 말이,

우리 대왕 지은 글이 기상이 처량하다.

아마도 생각하니 수편이 부족하오.

박팽년이 하는 말이 글을 보고 어찌 알리

성삼문 이른 말이 슬프다, 박인수야.

수요궁달 부귀빈천, 글을 보고 아느니라.

글이야 용하건마는 구구이 가련하고,

말이야 옳건마는 자자이 처량하니

구중궁궐 사체하고 외로이 계시겠다.

아마도 생각하니 십중팔구 정녕하고.

박팽년 이 말 듣고 깜짝 놀라 일어나 앉아,

성삼문 이보시오. 이 말이 웬 말이오.

국정을 요량하니 만분이나 위태하거늘,

자네 말과 같을진대 단종대왕 어찌하리.

미구에 우리나라 국사가 말 아닐세.

둘이 서로 눈물 씻고 이렇듯이 말하더니,

을해년(1454) 십이월에 일조에 반정하고,

단종을 내쳐다가 영월이라 청령포에,

절벽에 집을 짓고 위리안치 두었으니,

그 아니 절박하며 이 아니 가련한가

궁노 하나 궁녀 열을 함께 보내 두었도다.

십오 세 어린 임금 오죽이나 가긍할까.

청령포 보낸 후로 소식을 영절하니,

사백 리 영월 땅을 어느 누가 찾아갈까.

위로는 절벽이요, 앞에는 대강이라.

듣기 싫다, 저 강물은 무슨 소리 그리 깊어,

밤낮으로 우는 물결 주야불식 흘러가나.

공산 낙월 깊은 밤에 슬피 우는 저 두견은,

황총에 피를 뿌려 불여귀를 일삼으니,

너의 심사 생각하니 나와 정녕 같을지라.

적막 공산 절벽 위에 촛불 앞에 혼자 앉아,

현릉 송백 바라보니 꿈 가운데 푸르러 있다.

두견 소리 슬피 듣고 심회를 정치 못해,

자규시를 지어내니 그 글에 하였으되,

 

한 마리 원통한 새 궁중에서 쫓겨나와

외로운 몸 홑 그림자 푸른 산중 헤매노라.

밤마다 잠 청하나 잠은 이룰 수 없고

해마다 한 다하나 한은 끝이 없었구나.

자규 소리 끊긴 새벽 멧부리에 달빛 희고

피 뿌린 듯 봄 골짜기 떨어진 꽃이 붉구나.

하늘은 귀머거리라 하소연을 못 듣는데

어찌해서 수심 많은 내 귀만 홀로 듣는가.

 

십이 충신 충성 보소. 서로 앉아 의논하되,

지하에 돌아간들 문종대왕 어이 보리.

병침에서 하신 말씀 두 귀에 걸려 있다.

세조대왕 거동 보소. 반정하고 들어앉아

만조백관 조회하나 열두 신하 아니오니,

세조대왕 대로하사 국청을 배설하고,

차례로 잡아다가 엄형 중벌 하는구나.

여섯 신하 하는 말이

여섯 신하 들어 죽고 여섯 신하 살아나서

단종 복위 하여 보세.

그 여섯이 하는 말이,

우리들은 못할 거니

그 여섯이 복위하고 우리들이 죽으리라.

열두 신하 서로 앉아 죽기만 쟁투하니,

박팽년 성삼문과 하위지 유응부와

이청보 유성원은 죽으러 들어가고,

김시습 이맹전과 조어계 남추강과

성문두 원관란은 그 길로 달아나서,

팔송정에 모여 앉아 밤낮으로 의논한들,

운수가 다했으니 의논해도 쓸데없네.

성삼문 잡아들여 세조 대왕 하는 말이,

백관이 조회하는데 너희들은 조회 없나,

성삼문 대답하되, 불사이군 충신 일을

평생에 지키다가, 내 섬기든 그 임금이

사지에 계셨으니, 내 임금 쫓아가서

지하에 가 섬기리니, 누구 보고 조회하리,

세조대왕 그 말 듣고 분기가 탱천하여,

성삼문 아들 삼 형제를 일시에 잡아들여

맏아들 목을 베며, 이러해도 항복 않나.

성삼문 하는 말이, 자식이 놀라우냐.

둘째 아들 베이면서, 이러해도 항복 않나

성삼문 하는 말이, 삼족을 멸한대도

평생에 먹은 마음 추호나 변할쏘냐!

세 살 먹은 셋째 아들 전정 앞에 박살하니,

성삼문 거동 보소. 눈물이 비치거늘

세조대왕 하신 말씀, 어린 자식 죽는 데는

네가 이놈 눈물 내니 그것은 무슨 일인가,

성삼문 하는 말이, 장성한 두 아들은

죽을 만한 일인 줄을 제가 알고 죽거니와,

세 살 먹은 어린 자식 무슨 일에 죽는 줄을

제가 어찌 알고 죽나. 그러므로 울었노라.

세조대왕 분을 내어 성삼문 부모들을

성화같이 잡아들여 전정에 꿇려놓고,

너희들 죽는 것이 자식 못난 탓이로다.

지성으로 이른 말씀, 너도 항복 못하겠나.

성삼문 부모 말씀, 죽이면 죽이지

무슨 욕설 그리할까.

세조대왕 분을 내어 일시에 다 죽인 후

궁노를 분부하사 소 네 필을 몰아들여

성삼문을 벌려 매어 등에다 글을 쓰되

만고역적 성삼문하니 아무리 소를 쳐도.

죽어도 아니 가네. 성삼문 하는 말이

내 사지를 떼려거든 내 등에 붙인 글이

무엇이라 써 붙였나,

이군불사 이 충신을 역적이라 써 붙이니

천리가 감동한들 원통치 아니할까.

등의 글을 고치시어 만고충신 성삼문

단종 위해 저 죽는다, 다시 고치신 연후에

그제야 소가 가니 거열이순 하는구나.

박팽년 잡아들여 쇠부쇠 불에 달궈

전신을 단근질하니, 박팽년 하는 말이

오히려 쇠가 차니 다시 달궈 가져오라.

세조대왕 하신 말씀,

종묘 제사 그날 밤에 너 독한 줄 내 알았다.

박팽년 하는 말이,

향로 쇠 달군 줄을 네 짓인 줄 내 알았다.

손톱 밑에 기름 냄은 너 보라고 내었도다.

박팽년 자식 잡아 일시에 죽일 적에,

궁관이 내려와서 권속을 사살하니,

박팽년 댁 종 어미가 이 말을 얼핏 듣고,

제 자식을 대신 주고 상전 아기 데려다가,

젖 먹여 길러내어 상전댁을 이어내니,

장할시고, 이런 종은 만고충비 이 아닌가.

이후로 팽연 자손 후원에 충비각을

단청 올려 정하게 짓고 춘추로 제향하니

충렬각 효자작이 상하귀천 없는지라.

사육신 여섯 사람 중 박팽년 한 집이나

혈손으로 내려옴은 종의 덕을 입었도다.

하위지를 잡아들여 말밤쇠를 깔아놓고

들어오라, 하위지의 거동 보소.

두 버선 훨씬 벗고 버쩍버쩍 높이 들어

모래같이 밟아오니, 말밤쇠가 발 찔러서

발등을 뚫고 올라, 찔린 구멍에 피가 흘러

자국마다 뜯는구나.

세조대왕 하신 말씀, 너도 항복 아니 하나.

하위지 거동 보소.

앙천대소 하는 말이, 충신을 욕 보여도

그 죄가 적지 않느니 사속히 죽여다오.

듣기도 나는 싫고 보기도 나는 싫다.

세조대왕 분을 내어 타살하고,

유응부를 잡아들여 기름 솥에 삶을 적에,

가마 안에 부은 기름 굽이굽이 끓는구나.

세조대왕 달랜 말이, 네가 하나 항복하면

좋은 벼슬 시킬 거니 항복을 못 하겠나.

유응부 거동 보소.

두 눈을 부릅뜨며 고성대책 하는 말이,

윤기 모른 네 소리는 충신 나는 고사하고

범인인들 듣기 싫지.

세조대왕 하신 말씀. 역적놈 유응부야.

사속히 저 가마에 옷을 벗고 들어가라.

유응부 거동 보소.

상하 의복 훨훨 벗고 끓는 솥에 들어가길,

삼복 여름 더운 날에 도랑물에 들어가듯,

추후나 겁낼쏘냐.

이개를 잡아들여 세조대왕 하신 말씀.

이개야, 네 듣거라. 자고급금 들어보라.

충신열사 자손 있나.

왕자 비간 이름나도 자손은 끊어졌다.

백이숙제 두고 보면 수양산 깊은 골에

채미하고 죽었으니 무엇이 쓸 데 있나?

이윤같이 어진 이도 하사비군 전했으니,

너 어이 고집하여 이윤을 본받지 않나.

단종이 내 조카라 삼촌 되고 못할쏘냐.

사적을 두고 보면 불사이군 하였으나,

조카 위를 삼촌이 하니 이군이 어이 되리.

한 자손에 한 혈육에 분간이 별로 없다.

단종 섬긴 충성으로 나를 섬겨 충성하면

충성 이름 일반이라. 부디 한 번 항복하라.

이개의 거동 보소. 호령하여 하는 말이,

자고로 두고 본들 삼촌으로 조카 죽여

그 위를 뺏는 임금 누구누구 보았느냐.

이윤이 섬긴 임금, 골육상쟁 임금인가.

형의 뒤를 영영 끊고 네 욕심만 생각하니

금수에 비할쏜가.

더러운 잔말 말고 사속히 죽여다오.

세조대왕 분을 내어 이 칼로 네 죽어라.

이개의 거동 보소.

삼척검을 입에 물고 앞으로 엎어지니

저 칼끝이 뒤꼭지를 뚫고 있네.

유성원을 잡아들여 세조대왕 하신 말씀.

다섯 놈은 무례하여 욕설하고 죽었으니

너는 욕설 못하리라. 이전 일을 생각하니

너와 나와 세의 있어 인정이 두터워라.

충신을 구할진대 효자문에 구한다니,

네가 정녕 충신이면 효성이 있을 거니,

효성이란 그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게 아닌가.

네 아비 살려낸 일 정녕 알 것이라.

유성원 대답하되,

내 선고는 그때 일을 죽기로 생각하니

너 살기를 생각하여 내 선고를 살렸으니

그것이 인정인가, 그 일을 두고 보면

내 선고 못 죽은 일 지금까지 한이로다.

그때에 못 죽어서 누명을 들었으니,

은혜는 고사하고 네가 내게 원수로다.

세조대왕 분을 내어 무사를 재촉하여

한 발 넘은 쇠 집게를 두 손으로 들어 벌여

유성원의 살점을 점점이 찝어내니

유성원 하는 말이

아무리 형벌을 해도

원수를 원수라지 은정이라 내 할쏘냐.

네 형벌을 못 견뎌서 부모 원수 안 말할까.

장하도다, 사육신은 이렇듯이 말을 하고.

십이 신하 굳은 절개 어찌하면 다 그렇지.

죽은 신하 여섯이요, 산 신하 여섯이라.

사육신과 생육신이 이때에 나섰도다.

생육신 여섯 중의 다섯 신하 함께 가서

팔송정에 모여 앉아, 원호는 혼자 가서

만학강 강물 위에 관란정을 지어 놓고,

단종대왕 소식 몰라 편지 왕래 서로 할 제,

하인은 못 부리고 조그마한 표주박을,

만학강에 띄워놓고 편지 써서 담아주니,

저 표주박 거동 보소. 강물에 따라 흘러

조그마한 표주박이 군신 편지 전해 주네.

청령포서 관란정이 삼십오 리 상간이라.

삼십오리 강수상의 표주박이 왕래하니,

내려올 땐 순류되나 올라갈 땐 역수되니,

순류는 쉽거니와 역수는 어렵도다.

다섯 신하 동모하고 한 신하 소식 알아,

옥체를 문안하니 그 아니 장할쏜가.

충성이 지극하면 하늘이 모르리오.

하늘이 알으시고 표주박이 역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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