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왕조한양가

한양오백년가(사공수) - 8.세조

New-Mountain(새뫼) 2020. 9. 1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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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세조(世祖)

 

 

세조대왕 거동 보소. 함 안 들여 등극하니

그 왕비는 뉘시던가. 파평윤씨 부인이오.

부원군은 누구던가. 파평 사람 윤번이라.

임금 마음 불인하여 억지로 등극하니,

왕비도 어질지 않고 부원군도 불측하다.

부원군 마음 보소. 세조에게 권한 말이,

달아난 생육신이 복위하자 경영이라.

단종을 그저 두면 국가가 분분하지.

세조대왕 마음 보소. 그 말을 옳게 듣고

약기를 보내시니, 약기 가진 사자 보소.

약기를 가지고서 아무리 생각한들,

단종같이 어진 임금 나도 역시 구신이라.

약기를 올릴쏘냐. 사육신은 못될망정

소인은 되지 마세. 앙천통곡 슬피 울고

약기를 번쩍 들어, 강물에 던지기를

돌같이 던졌구나, 던져두고 생각하니,

왕명으로 내 왔다가 그대로 올라가서

물에 넣고 왔다하면, 엄혹하신 세조 대왕

육시같이 죽일 거니, 아서라 내 목숨은

내 손으로 죽으리라. 옷고름에 차인 칼을

한 손으로 얼른 빼어 목을 찔러 죽었으니

이 사람도 충신이네.

약기 사자 죽은 소식 시각에 올라가네.

세조대왕 대로하여 약기 사자 또 보낸다.

세 번 사자 다 죽으니 단종 대왕 착한 마음

사자 죽은 소문 듣고 백이사지 생각해도,

박복한 날로 하여 무죄한 저 사람이

몇 사람이 죽을는지. 아무려나 내가 죽어

황천에 돌아가서 부모나 만나보자.

아무리 생각해도 죽을 일이 맹랑하다.

약 먹고 죽자 하니 약 없서 못 죽겠고,

칼로 죽자 하니 칼 없서 못 죽겠다.

중방 밑을 뚫어내어 명주 줄을 걸어 놓고,

궁노 복득 불러내어, 복득아, 말 들어라.

어젯밤 찬 바람에 감기가 대단하니

구미가 절로 없어, 취한할 것 생각하니

개밖에 또 있느냐. 개 한 마리 구했으나

내가 차마 잡을쏘냐, 명주 줄을 걸어주니

밖에서 당기다가 그만 커든 너 그쳐라.

복득이 놈 거동 보소. 두 발길로 문턱 밀고

명주 줄을 손에 잡고 힘대로 당기더니,

슬프다, 이럴 적의 단종 대왕 승하하셨네.

복득이 놈 거동 보소.

아무리 당기어도 그만 말씀 안 계시니,

복득이 생각하니 개는 정녕 죽었는데

어찌 말씀 안 계신고. 괴이하여 문을 여니

단종대왕 모양 보소. 죽은 모양 말 하자니

애고 차마 말 못 할세.

복득이 놈 거동 봐라. 아무리 시킨 대도

제 손으로 당겼으니 제가 살까 보냐.

언덕 위에 높이 올라 일성장호 통곡하고

크게 외쳐 하는 말이, 영월 사람 들어 보소.

단종대왕 승하하셨소.

전후 사연 기록하여 창벽 위에 붙여 놓고

백 길 넘은 높은 언덕 왈칵 뛰어 떨어지니,

복득이 죽는 모양 돌 한 덩이 구르듯이

궁글궁글 구르더니, 청령포 강가까지

구르며 내려올 제 그 모양 오죽할까.

두골이 깨어지고 수족이 부러졌네.

가련하다, 궁녀 보소. 단종 신체 안고 앉아

굿뱀같이 우는 모양, 구곡간장 다 녹인다.

명주 줄을 벗겨 놓고 목을 안고 우는 말이,

애고 답답 대왕님은 이것이 웬일이오.

죽을 작정 하신 것을 우리들이 알았으면,

우리들이 죽더라도 대왕님을 말려내지.

애고애고 우리 대왕, 이리할 줄 몰랐었소.

착하고도 어진 대왕 이리될 줄 누가 안가.

어질고도 착한 임금, 십칠 세에 죽단 말까.

애고 답답 어찌할까, 세조 대왕 모질도다.

이 조카를 이리하고 무슨 복을 받고 살까.

거동이 참혹하고 경상이 가련하다.

저 궁녀 거동 보소. 목이 메여 못 울러라.

저 궁녀 하는 말이 아무리 아녀자나

심장조차 다를쏘냐.

어리고도 어진 임금 청령포로 오신 후로,

저 임금을 모시고서 두 해를 지냈으니,

인정인들 없을쏘냐.

군신지간 그 이치가 남녀간에 다르리오.

슬프다, 우리들도 이럴 적에 함께 죽세.

지하에 돌아가서 단종대왕 모셨으면

문종대왕 뵈옵기가 부끄럽지 아니하리.

저 궁녀들 모두 나와 층암절벽 바위 위에

녹의홍상 입은 채로 아주 펄펄 내려지니,

삼월 동풍 시냇가의 낙화분분 이 아닌가.

이걸 두고 볼작시면 궁노 하나 궁녀 열이

충신열녀 이 아닌가.

그 후로 바위 이름 낙화암이 되었구나.

슬프고도 슬프도다. 단종대왕 승하할 제

이렇게도 참혹하다 왕을 따를 궁노비도

몸이 성케 못 죽으니 단종의 운수신가.

신민의 운수런가.

허다히 죽은 목숨 와석종신 못하니시

아무리 참혹한들 수원수구 누가 할까.

자고급금 여섯 신하 단종 일로 죽은 사람

천추에 이름 있어 동국사기 오래 가니

죽어도 한이 없네.

단종 승하 하신 후에 영월 백성 우는 소리

산천이 무너진 듯 강물이 끊어진 듯

슬프고도 애달프다. 단종왕비 송씨 부인,

단종 소문 들으시면 궁녀같이 아니 죽고,

무슨 영화 보려 하고 그 목숨을 아끼던다.

어이 그리 죽기 싫어 팔십 셋을 살았는가.

저 궁녀를 생각하니 송왕비가 부끄럽다.

참실 같은 저 목숨을 알뜰히도 보전했네.

왕비 춘추 생각하면 청춘이 아까우나

단종 춘추 십칠이요, 왕비 춘추 십팔 세라.

슬프고 한심하고 가엾고도 가련하다.

이리하여 생각하니 팔송정에 모여있는 신하,

복위한다 하였으나 복위는 못 하고서,

다만 몇 해 더 살 것을 목숨을 재촉했네.

단종대왕 혼령 보소. 백마 한 필 타고

복득이 놈 정마 들여 영월을 지나갈 제,

영월 백성 문안 말이 대왕 행차 어이 했소.

대왕님 대답하되, 태백산 구경 간다.

대왕님 승하하신 소문 한양 성중 들어가니,

세조대왕 이 말 듣고 영월에 관자하되,

단종 신체 거둔 놈은 삼족을 멸하리라.

이 말을 들은 후에 어느 뉘가 거두리오.

제 몸 하나 죽는 것도 범같이 겁내거든,

하물며 삼족이야 말하여 무엇 하리.

단종대왕 돌아가신 저 신체가 청령포

삼 칸 집에 사오 일을 거저 있네.

장할씨고, 엄흥도의 충성이여.

엄흥도는 누구던가, 영월 호장 아전이라.

이런 충신 또 있는가, 삼족 형벌 겁 안내고

대답하고 하는 말이 신민 되고 그저 있나.

수의복과 염포 등을 낱낱이 갖춰두고,

관가에 들어가서 원님에게 고한 말씀

단종대왕 저 신체를 어이하여 옳으리까.

영월부사 거동 보소. 묵묵부답 하고 앉아

눈물만 흘리고서 대답이 없었거늘,

엄충신 하는 말이 소인이 치우러 가오.

구족을 멸한대도 신민 도리 어찌하리.

하직하고 일어서니 영월 부사 거동 보소.

버선발로 내려와서 엄호장의 손을 잡고

치하하고 하는 말이,

장하도다, 엄호장아. 자네 어찌 호장으로

충신 열사 마음 가져, 내 못할 일 자네 하나.

놀랍도다, 엄충신아, 패인관 되는 마음

자네 보기 부끄럽네. 충신 열사 효자 열녀.

지체 상관 없는 것이. 충신 충신 엄충신아.

부디 부디 조심하여 청산 일곡 아무데나

안장이나 잘하시오. 엄충신의 거동 보소.

염습 등물 등에 지고 청령포 배를 건너,

절벽으로 올라가서 신체 방을 들어가니,

참혹하고 가엾도다. 엄충신 충성 보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문턱을 땅땅 치며,

애고애고 대왕님요, 이것이 웬일이오.

무슨 허물 계시던가. 주검도 망측하다.

나 혼자 볼 것이지, 여러 사람 못 보겠네.

애고애고 대왕님요, 춘추가 십칠 세에,

구중궁궐 좋은 집을 어느 뉘께 전장하고,

청령포 절벽 상의 삼칸 집에 홀로 계셔,

두 해를 고생타가 이 지경을 하였으니,

이것이 웬일이오. 문종대왕 계실 때의

천하에 없는 귀한 아들, 이 지경이 되실 줄을

문종대왕 몰랐던가, 권대비님 살았을 때

조선에 없는 중한 아들, 이 지경이 되실 줄을

권왕비님 모르신가. 애달프구나 세조대왕,

그 형을 보더라도 조카 하나 이리할까.

우리야 아전이되 숙질간에 이렇지 않소.

어허어허 참혹하다. 볼수록 참혹하고

볼수록 가련하다. 구중궁궐 대궐 안에

평안히 계시다가, 팔구십을 산다 해도

돌아갈 땐 가련커든, 하물며 단종님은

사사이 생각하니, 기가 막혀 내 죽겠네.

애고애고 슬픈지고. 비 오듯이 흐르는 눈물

눈물 가려 염 못하겠네. 임금 옥체 염습하니

용포 없이 어이하리. 용포를 지으려 하니

두고 법수 몰라 못 지었소. 공단 비단 어디

무명베로 염습하며, 대여 소여 어디 두고

칠성판에 혼자 지네. 금등옥등 어찌하고

죽산마도 간데없다. 엄호장의 거동 보소.

육진 장포 줄을 걸어 두 어깨에 혼자 지고,

청령포 절벽 길로 근근이 내려와서,

산곡으로 들어가니

이때가 어느 때냐, 정축년(1457) 시월이라.

적설이 만산하니 어느 곳에 눈 없으리?

이리 가도 눈 구멍이요, 저리 가도 눈천지라.

시신은 등에 지고 괭이는 손에 들고

뒷동산을 올라가니, 오금에 빠진 눈이

걸음을 지체한다.

한 자국을 떼어놓고 두 자국을 옮겨가니,

엄동설한 눈 구멍에 등에는 땀이 솟고

이마에는 서리 친다.

그려그려 신고하여 능골 뒤를 올라가니,

하늘이 도우신지 산신령이 지시한지,

난데없는 노루 하나 그곳에 누웠다가,

사람을 얼른 보고 벌떡 일어나 피해 가네.

엄호장의 거동 보소.

지고 오던 대왕 신체 눈 위에 벗어 놓고,

노루 누운 터를 보니 금잔디가 보이거늘,

그 터를 의지하여 괭이 들고 광중하며,

신체를 모셔내어 옥체 하관 하올 적에,

분금좌향 누가 보리.

봉분을 지을 적에 눈으로 어찌하리.

눈 밑을 헤치고서 여기 파고 저기 파서

한 삼태기 두 삼태길 개미가 뫼 내듯이

근근이 모아다가, 사발만치 모아내어

천수나 피케 함이 분향이 옳게 되리.

한없는 이 설굴에 묻은 일을 생각하니,

그만해도 장하도다 엄충신 아니더면

뉘 아들이 할 터인가. 아무래도 놀랍도다.

흙으로 성분하니 몇 삼태기 긁은 흙을,

그 공을 의논하면

삼태기 삼태기 충신이요, 움큼움큼 고생이라.

그리그리 묻은 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젊은 아내 어린 자식 업고 지고 앞세우고

부지거처 도망하니, 광대한 천지간에

어디 간들 못 살리오.

충성이 지극키로 하늘이 감동하사,

십사 대를 지나와서 숙종대왕 등극 후에

단종사기 보시다가 탄식하고 하는 말이,

우리 국가 큰 폐단이 골육상쟁 참혹하다.

영월관에 관자하여,

단종 능을 다시 하되 건원릉과 같이 하고,

대궐 짓고 참봉 내어 가신마다 향례하니,

영월 땅 사백 리의 장릉이 그 능일세.

왕비 능은 어디던가.

양주 땅 사십 리의 사릉이 그 능이라.

장할씨고, 숙종대왕

엄흥도의 자손 찾아 장릉 삼봉 시켰구나.

좋은 돌을 가려다가 거울같이 갈아내어

주홍자로 새겼는데,

조선 충신 호장공의 엄흥도의 충렬비라.

영월읍내 들어가는 데 이렇듯이 세워 놓고

천추에 유전하니, 그 후로 엄씨들이

자자손손 양반되어 지금까지 혁혁하니,

이런 일을 볼작시면, 장하도다 엄호장은

충심 하나 가졌다가, 그 자손의 시조되어

족보에 으뜸일세

슬프다, 단종 사적 다하자니 눈물 나서.

사육신은 죽었는데 생육신은 어디 갔나.

김시습은 중이 되고,

조어계는 낚시 들고 거릉물에 고기 잡고

이맹전은 소를 몰고 심산 궁곡 들어가서

밭 갈기 세월이요,

남효온은 배를 타고 범범중류 높이 떠서

노중련을 본을 받아 동해를 밟아 간다.

성문두는 집에 와서 평생을 탈망하고

두문불출 들어앉아 이웃 출입 없게 하고,

원호는 돌아올 제 관란정에 불 지르고,

망혜를 발에 신고 죽장을 손에 짚고,

압록강을 건너서서 중원으로 들어갔는지

서양으로 달아났는지 부지거처 간 곳 없다.

사육신의 생육신의 김시습은 신기하네.

머리 깎고 중이 되어 몇 해를 있었더니,

중노릇 그만두고 세조대왕 찾아와서

그 조정에 벼슬하니, 벼슬의 욕심인가.

세조대왕 생각턴가. 어찌하여 그리하나.

선하심인가, 후하심인가. 당초에 깎지 말지

세조를 섬겼으면 중의 이름 면할 것을.

주제넘은 무슨 충성. 마음이 있는 채로

단종대왕 위하듯이, 팔송정에 모여 앉아

되지 못한 의논이던가.

슬프도다, 김시습은 불사이군 못 되리라.

지하에 돌아간들 무슨 면목 다시 들고

문종대왕 가시 보며 단종대왕 다시 보리.

사육신 어이 볼까.

이후에 아무라도 이 가사를 살펴보면,

생육신 여섯 중의 다섯 신하뿐이로다.

세상 사람 공론 마라.

생육신 사육신이 일반이라 일렀으되,

사육신의 사적 보면

방가위지 충신이라.

생육신 사적 보면

부가위지 충신이라.

생육신의 충성 보면 원호 하나뿐이로다.

만학강 강물 위에 표주박이 왕래하니,

하늘이 아는 바니 그 일 하나 충성이라.

다섯 신하 했던 행적 아무라도 할 듯하지

생육신 허물 보소. 단종 복위 하려다가

단종이 승하하면, 단종 신체 거두어서

인산은 못할망정 장사나 할지어늘,

무슨 마음 다시 먹고 산지사방 흩어지네.

단종 신체 안장 후에 단단히 여섯 신하,

일시에 함께 죽어 지하로 좇을 것을,

어찌하여 못 죽었나.

그 일을 생각하면 사육신에 비할쏘냐.

옛적에 전횡이는 한 패공을 마다하고 ,

오백 인을 거느리고 해도 중에 있다 가서,

전횡이 죽은 후에 오백 명 그 사람이

일시에 죽었으니,

이런 사기 보더라도 생육신이 무엇인가.

김시습을 말할진대 고깔 쓰기 웬일인가.

조려를 의논컨대 고기 먹기 웬일인가.

이맹전을 의논하면 서속밥이 웬일인가.

성문두를 두고 보면 망건 값이 비싸던가.

남효온을 의논컨대 선유하기 웬일인가.

다섯 신하 하던 일은 충성 자취 없었으되,

원호의 표주박이 이것이 충성이라.

원호가 제일이라. 원호의 안 죽은 일,

생각하니 원통하다. 이런 충신 아니 죽고

죽장망혜 짚고 가서 어느 곳에 죽었는고.

장할시고 권왕비여, 청춘에 죽은 혼령

어이 그리 신령한가. 세조대왕 꿈 가운데

현몽하고 하신 말씀, 숙부숙부 이 숙부아

임금이 무엇이며 나라가 무엇인고.

조카가 임금이면, 임금 삼촌 나쁘더냐.

옛적에 무왕님이 어린 아들 두고 죽어

국사가 창망커늘, 주공이 삼촌으로

그 조카를 업고 앉아, 제후에게 조회마다

국정을 돌보다가, 어린 조카 장성후에

천자위에 모셨으니, 주공은 어찌하여

형님도 생각하고 조카도 애중하여

그 조카를 그랬거든, 숙부은 무슨 마음

저다지 험악하여 그 조카를 죽이어서,

형의 뒤를 끊었으니 그 형이 불쌍하다.

골육상쟁 한다 한들, 그렇게도 상쟁할까.

내 아들 네 죽이니, 네 아들 내 죽인다.

일어서서 하신 말씀, 숙부야 더럽도다.

낯에다가 침 뱉으니, 그 침이 떨어져서

백설같이 흩어져서, 방울마다 전풍되니,

아무리 약을 쓴들, 원혼으로 맺힌 침이

약 쓴다고 고칠쏘냐. 임종토록 못 고쳤네.

세조대왕 깜짝 놀라 깨어나니 꿈이로다.

잠을 깨어 일어 앉아 몽사를 생각하니,

꿈하고도 악몽이라. 정신이 아찔하고

심신이 불평하여 등촉을 밝혀 놓고

역력히 기록하니,

권왕비의 모진 혼령 촉하에 앉았더니

이윽고 궁문전에 군사가 급히 와서

황황하게 아뢰는 말이,

세자 동궁 위급하오.

창졸간에 나신 병이 시각이 바쁘외다.

세조대왕 창황하여 대로하여 하는 말씀

약 쓴다고 못 살리라. 악귀가 침범하니,

살기를 바라리오.

이때에 세자 동궁, 춘추가 이십이라.

아들은 두었으나, 요수하기 원통하다.

그럭저럭 날이 새니 세조대왕 분을 내어

군병을 재촉하여 추상같이 호령하되,

현릉에 들어가서 권왕비의 능을 파고

신체 든 곽을 내어 한강수에 밀쳐 너니,

영혼 놀랍도다. 곽이 서서 올라오니

이 거동을 구경하고 어느 누가 겁 안 낼까.

세조대왕 분부하되, 종묘에 들어가서

신주까지 들어다가 널과 같이 띄어 놓아라.

저 궁관 거동 보소 성화같이 쫓아가서

종묘문을 열고 보니 권혼영백 놀랍도다.

신주가 돌아 앉네.

장하도다 권왕비여, 놀랍도다 권왕비여,

어이 그리 맹렬하며 어이 그리 신령한고.

생시에도 그렇더니 사후에도 무심찮네.

청천백일 밝은 날에 뇌성 소리 진동하네

아무리 세조대왕 영걸하고 영걸한들

유명이 현수하니, 왕비 혼령 못 이기어

마음에 크게 놀라 다시 하인 분부하여,

종묘문을 다시 닫고 관을 건져 모셔다가

능묘를 환봉하니, 아마도 권왕비는

생전 사후 두고 보면 세상에 드물도다.

요임금 때 나셨던들 아황 여영 부럽지 않고

문왕 세계 나셨더면 태임 태사 못할쏜가

세조대왕 하신 일이 팔십 상수 어이 하리.

국사도 창망하다. 무자년(1468) 구월 달에

세조대왕 승하하니, 춘추가 오십이라.

칠십 리 양주 땅에 광릉이 그 능이오

왕비능은 어디던고, 광릉과 한 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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