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왕조한양가

한양오백년가(사공수) - 4.태종

New-Mountain(새뫼) 2020. 9. 13. 11:19
728x90

4. 태종(太宗)

 

태종대왕 등극하여

그 왕비는 뉘시던고 여주민씨 부인이오.

부원군은 뉘시던고 여주 사람 민제로다.

태종대왕 등극 후에 정종대왕 거동 보소.

완월궁에 피해 앉아 심신이 불평하여

아버님께 고한 말씀

태종의 마음 보면 무슨 일을 못하리까.

태조대왕 분을 내여 옥쇄를 뺏어 갈 제

함흥으로 내려가서 탕목궁에 혼자 앉아

한양 소식 영절하니

태종대왕 거동 보소.

등극은 하였으나 옥쇄가 간 곳 없다.

옥쇄 없는 이 임금이 무슨 재미 있으리오.

태종대왕 거동 보소.

부원군이 들어가니 태종대왕 하신 말씀

옥쇄 없어 어이할꼬.

부원군 하는 말이

옥쇄같이 중한 물건 사람마다 보내리까.

함흥을 뉘가 갈꼬.

조정 중에 이원태를 상소하고 보내보소

상소를 뉘가 쓸꼬.

글 잘하는 조순태가 한림학사으로 있을 때라.

조순태가 상소 지어 이원태를 찾아 가서

함흥으로 얼른 가서 상소를 올리거늘

태조대왕 분을 내어 불문곡직 엎어 놓고

한양에서 왔다 하니 한양사자 목 베어라.

태종대왕 거동 보소 옥쇄를 바랐더니

옥쇄는 아니오고 이원태만 죽었구나.

그 후에 또 보내나 오는 대로 목을 베네.

함흥이 어디던가, 염라국이 여기로다.

한번 가면 다시 올까. 이런고로 시속 말이

한번 가고 아니오면 함흥차사 이것이라.

태종대왕 즉위한 지 삼 년을 지나도록

옥쇄 없이 정치하니 국사도 창망하고

사직도 재미없네. 부원군과 의논하되

옥쇄를 받들자면 몇 사람이 죽을런지

퉁두란 찾아가서 태종대왕 하신 말씀

우리 부자 창업함은 선생님이 아는 바라.

옥쇄를 찾자 하면 선생님이 아니 가고

다른 사람 보낼진댄 무죄한 사자 목숨

수 없이 죽을지니 선생이 생각하사

한번 행차 하여 보오.

퉁두란이 그 말 듣고 앙천대소 하는 말이

전하 미워하신 일을 소인 간들 주시리까.

태종대왕 하신 말씀

선생님은 한걸음에 옥쇄 가져 올 것이니

사양 말고 가셔 보오.

퉁두란의 거동 보소, 좋은 말 다 버리고

새끼 가진 피마 한 필 안장 지어 타고 가네.

함흥으로 얼른 가서 태조대왕 찾아가니

태조대왕 거동 보소, 퉁두란을 얼른 보고

손을 잡고 들어가며

선생 보기 의외로다, 이번 행차 어인 일고.

풍진세계 마다하고 별유천지 찾아가서

적송자와 논다더니 천태산을 자네 봤나.

무릉도원 어디 두고

부자 불목 나를 찾아 어이 이리 오셨는가.

노퇴하야 볼 것 없는 이 사람을 찾아왔나.

궁녀 불러 술 부어라, 이 술 먹고 나와 노세.

서로 권해 마실 적에 사오 배 마신 후에

퉁두란 거동 보소.

태조 앞에 엎드려서 슬피 울며 하는 말이,

대왕님의 하신 일이

어이 그리 쾌하시며, 그 아니 장하신가.

공양왕의 모진 정사 한번 들어 소멸하고

억조창생 건져내니 이 일을 비할진대

하걸주의 모진 정사 탕임금이 소멸하고

상주의 악한 정사 무왕이 멸지하고

진시황의 우모가정 한태조가 소멸하고

왕망의 모진 정사 광무황제 고치었고

수양제의 요망한 정사 당태종이 평복하니

대왕의 창업하심 이제 와서 생각하면

이에서 못 하리까

몇백 년 왕가 사업 일조에 버리시고

이 궁에 혼자 계셔 후세에 웃음 되니,

전하 하심을 이를진대, 한심하지 아니하면

애달프지 아니할까.

부자불목 고사하고 팔도 창생 불쌍찮소.

슬피 퉁두란 일어나서 다시 하는 말씀 보소.

창업하심 생각하면 소신과 함께 나서

사생을 같이하여 천행으로 성사하여

군신지의 맺어 두고 창업공신 다투더니

원통할 사 대왕님은 이것이 웬일이오.

옛적에 요임금도 만승천자 좋은 위를

사위에게 전해 주고 순임금의 착한 마음

장인에게 받은 위를 우임금을 주셨거늘

하물며 대왕님은 대왕 하신 위를

아들에게 전하시고 이다지도 노하실까.

여차등설 말할 적에 문밖에 매인 말이

슬픈 소리 우는구나.

태조대왕 들으시고

저 말이 무슨 일로 저렇듯이 슬피 우나.

퉁두란이 대답하되

저 말 우는 그 연고를 아뢰거던 들으소서.

그 말이 새끼 밴 지 석 달을 지냈으되

그 새끼를 생각하여 죽을 줘도 아니 먹고

꼴을 줘도 아니 먹고 밤낮으로 우는 말이

오늘까지 저리 우오.

저 말을 두고 보면, 아무리 짐승이나

모자간에 그린 정이 사람만 못할쏜가

한나라 소중랑이 북해상에 있을 적에

호첩을 하였더니, 아들 둘을 낳아 두고,

십구 년을 고생타가 고국에 돌아올 제

어려서 못 데려와 어미에게 두었더니,

칠 년이 지난 후에 호첩의 거동 보소.

두 아들 앞세우고 한양교 저문 날에

이별할 때 하는 말이

국아 국아 소동국아 어미는 생각 말고

너의 부친 찾아가서 십구 년 굳은 절개

한국 충신 정녕하다, 기린각에 이름 올라

천추에 유전하리.

우는 눈물 점점이 떨어져서

아이 이마 다 젖는다. 그 어미 하는 말이

모별자 자별모는 인간이 못하리라.

모자간 인정이나 부자간 인정이나

천륜은 일반이라, 어찌하여 전하 마음

부자간 중한 인정 삼 년을 돈절하오.

태조대왕 이 말 듣고, 자연히 회심되어

흔연히 하는 말이, 한양 갈 길 차려라.

치도 군사 분부 듣고 칠백칠십 먼먼 길에

곳곳이 닦아 놓으니 바르기가 터럭 같다.

평양을 얼른 지나 송도를 다다르니

공양왕의 살던 터에 소슬한풍 가련하다.

파주를 다 지나고, 임진강을 건너서서

홍제원이 어디던가, 무학재가 여기로다.

경기 감영 들어서니, 연추문이 반갑도다.

태종대왕 거동 보소. 태조 오신 소문 듣고

무학관에 차일 치고, 백관으로 영접할 제

태조대왕 거동 보소. 무학관에 좌정하니,

위의도 장할시고, 국체가 자별하다.

오기는 오셨으나, 태종이 하던 일을

좌정 후 생각하니 가엾고도 절통하다.

아우 둘을 죽이고서 형의 위를 뺏었으니

임금도 좋거니와 골육이 중하지 않나.

골육상쟁 이러하고 국가가 장원할까.

그 일을 생각하니, 여원이 상존이라,

태조대왕 거동 보소, 오호궁에 살을 메어

무릎 위에 얹어 놓고 산악같이 앉았으니,

이때에 태종대왕 태조 보러 오시다가

활 메운 거동 보고, 태종 같은 기안에도

용포 자락 떠는구나.

놀랍도다 권대구야, 충신도 장할시고.

간담이 늠름하다.

태종을 모시고서 함께 가며 하는 말이

추호도 전하 마음 두려하지 마옵소서.

죽는대도 신이 죽고, 살을 맞아 상한대도

신의 몸이 대신 가며, 옥체에는 안 가리니,

천연하게 가옵소서.

태조대왕 거동 보소. 깍지 손을 한번 떼니,

유성같이 나온 살이 나는 듯이 나올 적에

권대구의 충성 보소

태종 앞에 썩 나서서 그 살을 맞고 죽네.

이것을 볼작시면 군의신충 이 아닌가.

태조대왕 거동 보소.

용포 자락 펼치어서 옥새를 던질 적에

노기로 하신 말씀, 이것이 놀라우냐.

태종대왕 거동 보소. 용포 자락 펼치어서

옥새를 주워 싸며, 황공하게 하신 말씀

옥새를 전수 하나이다.

영덕궁에 태종 있고, 만수궁에 태조 계셔

정사를 상의하니, 부자유친 새롭도다.

세월이 여류하여 태조 춘추 칠십 세라.

승피 백운 구름 타고

무자년(1408)에 승하하니,

팔도 창생들이 지성으로 애통하다.

양주 땅 십삼 리에 건원릉이 그 능이라.

개성 땅 이백 리에 왕비 능은 제릉이요,

양주 땅 십오 리에 둘째 왕비 정릉이라.

기해년(1419) 구월달에 정종대왕 승하하니,

춘추가 얼마신가, 육십삼이 분명하다.

개성 땅 이백 리에 후릉이 그 능이요,

왕비 능은 어디던고, 후릉과 한 능이라.

태종대왕 옥새 들고 정치를 하실 적에

태종 역시 성군이라 만조백관 화락하고,

백관이 상약하여 임금을 도우시니,

백성은 노래하고, 국사는 창연이라.

태종대왕 후궁 처남 아망귀가 혹독하여

대신을 해케 하고 충신을 살해하니,

장할시고, 맹사성이 태종께 고달하고

철퇴를 둘러메고 아망위를 박살하니

만조백관 어느 누가 맹사성 그릇 알까.

태종대왕 즉위 후에 십팔 년을 정치하사,

세종에게 전위하고

상왕위에 계시다가 오십육에 승하하니,

덕택도 높으시고 복력도 장하시다.

광주 땅 사십 리에 헌릉이 그 능이요,

왕비 능도 한 능이라.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