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만화본 춘향가

(한시)만화본 춘향가 - III. 본사 2 (1/3)

New-Mountain(새뫼) 2020. 7. 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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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본사 2

 

가. 이어사가 춘향에게 그간의 일을 듣다

 

花間柳邊路已慣, 화간류변노이관

先訪粧閨舊基址. 선방장규구기지

紗窓粉壁若箇邊, 사창분벽약개변

喚出阿娘老阿㜷. 환출아낭노아미

棲遑蹤跡使人侮, 서황종적사인모

老婦尖脣如鳥觜. 노부첨순여조자.

空然愛女納圜扉, 공연애녀납환비

到此無人供滫瀡. 도차무인공수수.

簫條數口不自糊, 소조수구부자호

或向隣家掃糠粃. 혹향린가소강비

奇祥泣說虺蛇夢, 기상읍설훼사몽

至情難堪牛犢舐. 지정난감우독지

聞來不覺鼻孔酸, 문래불각비공산

是誰之愆吾所使. 시수지건오소사

無情有情獄門外, 무정유정옥문외

相面今宵第往矣. 상면금소제왕의

鶉衣鶡冠一乞人, 순의갈관일걸인

局束長腰行骫骳. 국속장요행위피

徘徊門隙喚春香, 배회문극환춘향

對立黃昏摻玉指. 대립황혼섬옥지

凄凉身世爾何故, 처양신세이하고

落魄行裝吾亦耻. 낙백행장오역치

娉婷弱質只存殼, 빙정약질지존각

玉膚花貌如彼毁. 옥부화모여피훼

千悲萬恨臆先塞, 천비만한억선색

夫復何言時運否. 부부하언시운부

搖搖病體依三木, 요요병체의삼목

泣說中間事終始. 읍설중간사종시

郞君去後小妾願, 낭군거후소첩원

富貴南還日夜俟. 부귀남환일야사.

紅氈明月宰相門, 홍전명월재상문

食肉終身吾亦恃. 식육종신오역시

前生作何至重罪, 전생작하지중죄

百殃纏身無一祉. 백앙전신무일지

如君才器此世界, 여군재기차세계

弊袍南來實不揣. 폐포남래실불췌

華冠麗服倘無分, 화관려복당무분

百結鶉衫半泥滓. 백결순삼반니재

誰令無罪致死地, 수령무죄치사지

卽今官司只貪鄙. 즉금관사지탐비

脅民俱被剝膚患, 협민구피박부환

廉耻渾忘飾簠簋. 염치혼망식보궤

張湯後身木强人, 장탕후신목강인

鍛鍊規模等鑪錘. 단련규모등로추

人情全沒對獄時, 인정전몰대옥시

殘忍其心若豺兕. 잔인기심약시시

居然生慾有夫女, 거연생욕유부녀

白日風稜肆姦宄. 백일풍릉사간귀

嚴威莫奪匹婦節, 엄위막탈필부절

憤氣撐腸雙掌抵. 분기탱장쌍장저

如霜號令乳虎吼, 여상호령유호후

彷彿盲人足踐屎. 방불맹인족천시

蜂飛邏卒袒裼來, 봉비나졸단석래

無數中庭雁鶩峙. 무수중정안목치

三稜棍朴積如山, 삼릉곤박적여산

檢杖聲中魂已褫. 검장성중혼이치

柔皮軟骨暫時碎, 유피연골잠시쇄

滿脛瘡痕皆黑疻. 만경창흔개흑지

梅樽日醉五斗酒, 매준일취오두주

輒曰加刑不知止. 첩왈가형부지지

羅裳染盡杖頭血, 나상염진장두혈

署月虫蛆生股髀. 서월충저생고비

生於娼妓賤微地, 생어창기천미지

非昧褰裳涉溱洧. 비매건상섭진유

方知烈女不更二, 방지열녀불경이

許身當初以死矢. 허신당초이사시

投身湯鑊尙且丹, 투신탕확상차단

本性難回柳與杞. 본성난회유여기

村盲昨訊夜來夢, 촌맹작신야래몽

天命無常云顧諟. 천명무상운고시

粧臺鏡破豈無聲, 장대경파개무성

庭樹花飛應結子. 정수화비응결자

朝鮮通寶擲錢占, 조선통보척전점

伏乞神明昭示俾. 복걸신명소시비

重天乾卦動靑龍, 중천건괘동청룡

貴人相逢云可企. 귀인상봉운가기

浮雲千里遠外郞, 부운천리원외랑

不意今來逢尺咫. 불의금래봉척지

身今溘死更何恨, 신금합사갱하한

如服良劑痊宿痞. 여복양제전숙비

間關行路得無飢, 간관행로득무기

且留吾家歸莫駛. 차류오가귀막사

輕花寶裙置諸篋, 경화보군치제협

蘇合香囊藏在匭. 소합향낭장재궤

呼吾老母向市賣, 호오노모향시매

一飯宜炊廚下錡. 일반의취주하기

明朝本府壽宴開, 명조본부수연개

醉後狂心應不亻罷. 취후광심응불피

如將瘡上復加杖, 여장창상부가장

此身分明塵土委. 차신분명진토위

須從拿路護我械, 수종나로호아계

一番生前頭角掎. 일번생전두각기

初終斂襲以郞手, 초종염습이랑수

埋骨荒原爲作誄. 매골황원위작뢰

剛腸自以丈夫許, 강장자이장부허

聽此不覺胸如燬. 청차불각흉여훼

心中切齒黑倅罪, 심중절치흑졸죄

封庫來朝可擠彼. 봉고래조가제피

娘家是夜伴燈宿, 낭가시야반등숙

蕭瑟虫聲壁間蟢. 소슬충성벽간희

 

 

꽃 사이 버들 길은 이미 눈에 익숙하니

꾸민 임의 옛집을 앞서서 찾아가네.

분벽사창 한결같이 가장자리만 남았는데

춘향의 늙은 어미 월매를 불러낸다.

갈 데 없어 사람들이 업신여긴다 하였더니

늙은 어미 새부리처럼 입술이 뾰족하네.

“공연히 내 딸을 감옥 안에 들게 하여

지금 여기 와 있어도 뜨물조차 줄 게 없소.

쓸쓸한 두어 식구 풀칠조차 할 수 없어

이웃집의 겨 쭉정이 쓸어다 먹었다오.”

상서로운 훼사몽을 눈물 섞어 말을 하니

지극한 자식 사랑 감당하기 어렵구나.

듣고 나니 어느 사이 콧마루가 시큰하니

이는 뉘 허물인가, 나로 인한 것이로세.

정이 있던 정이 없던 춘향 있는 옥문 밖에

오늘 밤에 얼굴 보려 오늘 밤에 가는구나.

누더기 옷 찢어진 갓 차림으로 한 걸인이

허리 질끈 동여매니 곡절이 많은 듯하다

옥문 틈을 배회하다 춘향을 불러내어

황혼 무렵 마주 서서 고운 손을 잡았구나.

“처량한 그대 신세 어찌 된 까닭인가.

넋을 잃은 내 행장이 나도 역시 부끄럽네.

아름답고 연약한 몸 껍질만 남았으니

흰 살갗 꽃 같은 모습 이리도 상했는가.”

천만 슬픔 회한으로 가슴이 미어지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시운이 그릇된 걸.

비틀비틀 병든 몸을 삼목에 의지하고

울면서 말하면서 자초지종 이르는구나.

“낭군이 가신 후에 소첩이 원하기를

부귀하게 돌아오기 밤낮으로 바랐구려.

붉은 털옷 차려입고 달 밝은 밤 재상집에서

평생토록 좋은 음식에 이 몸 의지하려 했소.

전생에 어떤 죄를 그리 크게 지었는지

온갖 재앙 몸에 얽혀 복이라곤 하나 없네.

그대 같은 재주꾼이 이러한 세상에서

누더기로 남원 올 줄 실로 내 몰랐소.

멋진 관 비단옷은 분수에 맞지 않는지

백번 기운 누더기도 반이나마 흙투성이.

어느 누가 무죄한 날 죽을 지경 되게 했나

지금의 수령님은 욕심 많고 비루하오.

백성들의 살가죽을 모두 다 벗겨내고

염치도 전혀 없이 보궤마저 앗아갔소.

장탕의 후예인가, 억지가 센 놈들은

고문하는 그 모양은 도가니와 화로 같고

감옥에 있을 때는 인정이 전혀 없어

잔인한 그 마음은 승냥이와 같았다오.

슬그머니 유부녀에 욕심을 품었으니

뜨거운 햇빛처럼 폭력이 간사했다오.

지엄한 위세로도 필부 절개 뺏지 못해

분한 기운 북받쳐서 손뼉을 탕탕 쳤다오.

서리 같은 호령 소리 새끼 밴 범 울부짖듯

맹인이 똥을 밟는 발소리와 같았다오.

벌떼 같은 나졸들이 소매 걷고 들어와서

무수히 관아 안에 기러기처럼 늘어섰소.

삼릉장과 곤장은 산처럼 쌓여 있고,

곤장 세는 소리 중에 정신을 잃었다오.

연한 살갗 약한 뼈가 잠시간에 부서지니

정강이에 상처 나고 검은 피멍 들었다오.

매화술 다섯 말로 매일매일 취해서는

늘 말하기 매우 쳐라, 그칠 줄 몰랐다오.

곤장 맞아 흘린 피에 비단 치마 물들었고

여름이라 허벅지에 구더기가 슬었다오.

창기로 태어나서 미천한 처지지만

치마 걷고 진수 유수 건너지는 않았다오.

열녀의 불경이부 이미 알고 있었기에

허락한 몸 지키기를 죽을 생각 이미 했소.

가마솥에 몸 던져도 일편단심 지키려니

본성을 꺾으려도 버들처럼 어려웠다오.

시골 맹인 어젯밤에 급히 불러 해몽하니

하늘이 무상함을 살피라고 하였다 하오.

화장대 거울 깨어지니 소리 어찌 없겠으며

뜰 안에 꽃이 지니 응당 열매 맺으리라.

조선통보 위로 던져 돈으로 점을 치며

앞일을 천지신명께 밝혀 주기 기원했소.

중천건괘 청룡이 움직이는 점괘여서

귀인을 상봉할 수 있을 거라 하외이다.

천 리 밖에 뜬구름같이 멀리 있던 낭군님이

뜻밖에 이제 오셔 지척에서 만났구려.

이 몸 급히 죽는대도 무슨 한이 남으리까,

좋은 약을 먹은 듯이 묵은 병이 나으리다.

고을고을 다니면서 굶지는 않았는지

우리 집에 머물면서 돌아갈 길 재촉 마오.

꽃 무늬 비단 치마 상자 속에 두었으며

소합향 주머니는 궤 안에 넣어 두었소.

내 늙은 어미 불러서 시장에 내다 팔고

부엌의 가마솥에 밥 지어 달라 하오.

내일 아침 본관 사또 생일잔치 열릴 때면

술 취한 미친 마음 매질을 할 터이라.

또다시 상처 위에 곤장을 내리치고

이 몸을 틀림없이 티끌에 버릴게요.

끌려가는 길을 좇아 칼머리나 들어주고

생전에 한 번이나 머리채 거둬주오.

초종과 염습일랑 낭군이 손수하고

들판에 뼈를 묻고 제문을 지어주오.”

굳센 마음 스스로를 장부로 알았는데

듣는 사이 나도 몰래 가슴이 타오르네.

마음속에 이를 갈며 수령에게 벌을 주려

내일 아침 봉고할 때 내쳐버릴 작정이라.

이날 밤에 춘향 집에서 등불 짝해 묵었으니

쓸쓸한 벌레 소리 벽 사이에 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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