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만화본 춘향가

(한시)만화본 춘향가 - III. 본사 2 (2/3)

New-Mountain(새뫼) 2020. 7. 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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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어사가 출도하여 신관을 치죄하고 춘향과 재회하다

 

天明府庭果開宴, 천명부정과개연

紅紬黃衫萬舞佌. 홍주황삼만무차

腥鱗白膾蓼川魚, 성린백회료천어

珍果紅登燕谷柿. 진과홍등연곡시

牋花簇簇八蓮開, 전화족족팔련개

水卵團團棊子纍. 수란단단기자류

盃樽餘瀝醉飽心, 배준여력취포심

遂臭諸人等舐痔. 수취제인등지치

欄頭任實縣監憑, 난두임실현감빙

楹角淳昌郡守倚. 영각순창군수의

安知竈突火暗燃, 안지조돌화암연

鷰賀中堂歡未已. 연하중당환미이

公門以外乞食客, 공문이외걸식객

襤縷布巾來自垝. 남루포건래자궤

綿絲一紽亂結冠, 면사일타란결관

草履雙綦半掛趾. 초리쌍기반괘지

低回末席故穎頤, 저회말석고영이

意中秋鷹將獵雉. 의중추응장렵치

平原門下笑躄姬, 평원문하소벽희

復見樽門傳酒婢. 부견준전전주비

殘盃冷炙草待接, 잔배랭적초대접

彷彿村氓浮鬼㽻. 방불촌맹부귀지

躬逢勝餞豈不謝, 궁봉승전개불사

一聯新詩藏奧旨. 일련신시장오지

千人有淚燭燃蠟, 천인유루촉연랍

萬姓無膏樽泛蟻. 만성무고준범의

雲峰營將獨有眼, 운봉영장독유안

見水能知沙岸圮. 견수능지사안비

長風一陣自飣來, 장풍일진자정래

意外玄門馬牌捶. 의외현문마패추

靑坡驛卒大叫入, 청파역졸대규입

暗行使道臨於此. 암행사도림어차

晴天無乃霹靂動, 청천무내벽력동

四座蒼黃風下靡. 사좌창황풍하미

爭投窓隙倒着冠, 쟁투창극도착관

或蹴盃樽忙失匕. 혹축배준망실비

風威高動執斧虎, 풍위고동집부호

主官翻同牢下豕. 주관번동뢰하시

群鷄叢裡降仙鶴, 군계총리강선학

高踞中軒一交椅. 고거중헌일교의

三盃藥酒進次第, 삼배약주진차제

八帖銀屛列逶迤. 팔첩은병렬위이

綿裘竹纓去無痕, 면구죽영거무흔

麟帶烏紗俄忽侈. 인대오사아홀치

瀛州十閣坐仙官, 영주십각좌선관

栢府威儀冠以豸. 백부위의관이치

軍牢使令走如飛, 군뢰사령주여비

卽地風威生倍蓰. 즉지풍위생배사

官員奔竄左右徑, 관원분찬좌우경

妓女俯伏東西戺. 기녀부복동서사

倉羊邑犬亦戰股, 창양읍견역전고

疑是昆陽兩下滍. 의시곤양양하치

便宜南邑處置事, 편의남읍처치사

先屆封章呈玉几. 선계봉장정옥궤

張綱直聲動洛陽, 장강직성동낙양

伏波神威震交趾. 복파신위진교지

烹阿舊律本官罪, 팽아구률본관죄

無異秦嬰繫頸軹. 무리진영계경지

如何無罪久滯囚, 여하무죄구체수

當刻圜墻其禁弛. 당각환장기금이

圜墻玉娘忽官階, 환장옥낭홀관계

小庭花陰未暇徙. 소정화음미가사

桁楊接摺使齒決, 항양접접사치결

衆妓尖脣穿似虆. 중기첨순천사류

如痴如夢喜不勝, 여치여몽희불승

未覺中階迎倒屣. 미각중계영도사

千般好官別星我, 천반호관별성아

九死餘生佳妓儞. 구사여생가기이

雙龍畵帖半月梳, 쌍룡화첩반월소

十二雲鬟催櫛縱. 십이운환최즐종

誰知昨暮丐乞行, 수지작모개걸행

飛上公堂官爵敉. 비상공당관작미

京師去時一總丱, 경사거시일총관

白晳疎眉玉色玼. 백석소미옥색자

東軒資婢極可嗤, 동헌자비극가치

兩班書房其樂只. 양반서방기락지

粧樓光彩一時生, 장루광채일시생

卽日歡聲動南紀. 즉일환성동남기

油然笑靨淺深情, 유연소엽천심정

請量東溟波瀰瀰. 청량동명파미미

從今妓籍割汝名, 종금기적할여명

百年吾家歸奉匜. 백년오가귀봉이

禾花寶紬裂爲帶, 화화보주렬위대

卽羽輕紗縫作被. 즉우경사봉작피

珠欄玉簾所居室, 주란옥렴소거실

復欲西郊營好畤. 부욕서교영호치

官廳支廳六時饍, 관청지청육시선

跪進珍羞烹野麂. 궤진진수팽야궤

淸醪樽上泛葡萄, 청료준상범포도

甘蜜盃中和薏苡. 감밀배중화의이

絲絲細切鎭安草, 사사세절진안초

分付官奴其貢底. 분부관노기공저

三門外街沸如羹, 삼문외가비여갱

六房陰囊撐似枳. 육방음낭탱사지

 

날 밝으니 관아에서 잔치판이 벌어지니

붉은 명주 노란 적삼 온갖 춤이 줄지었다.

요천의 은어로 비릿한 회를 치고

진기한 색깔 붉은 연곡 감을 올렸구나.

종이꽃을 가득 오려 수팔련을 피워내고

수란의 둥근 모양 바둑돌을 놓은 듯하네.

술잔에 넘치는 술 취흥이 넘쳐나니

꽃향기를 찾는 이들 엉덩이를 핥았구나.

난간의 머리에는 임실 현감 앉아 있고

기둥의 모서리에 순창 군수 기대 있다.

굴뚝 막혀 연기가 고인 것을 알지 못하고

하객들은 중당에서 기뻐하기 끝이 없네.

관아의 문밖에서 걸인이 기웃하다가

남루한 차림으로 담장을 넘어오네.

무명실 한 타래로 어지럽게 갓끈 매고

헌 짚신 두 짝이 발가락에 걸쳤구나.

끝자리에 서성대며 턱 괴고 앉았지만

마음으론 가을 매가 장차 꿩을 잡을 게라.

절름발이 비웃던 평원군의 첩년을

술동이를 전하는 계집종으로 보냈구나.

남은 술잔 식은 고기 거칠게 대접하니

촌사람이 못된 귀신 대접하는 제사상이라.

큰 대접을 만났으니 어찌 사례 없으리오,

시 한 수 지었으니 깊은 뜻을 담았구나.

촛농이 떨어지니 일천 백성 눈물이요,

술동이에 뜬 찌꺼기 만백성의 기름이라.

운봉 영장 홀로 시 보는 눈이 있어

물살 보고 모랫둑이 터질지 알아채네.

한바탕 큰 바람이 음식 위로 불어오니

뜻밖에도 현관문에 마패가 흔들린다.

청파 역졸 크게 소리치며 들이닥쳐

“암행어사 출도야, 암행어사 출도야.”

맑게 갠 하늘에 큰 벼락이 진동하니

앉은 이들이 겨를없이 바람처럼 흩어지네.

문틈을 다투다가 쓴 모자가 벗겨지고

혹은 술상 걷어차니 수저가 나뒹군다.

위풍도 당당하게 부호를 잡고 서니

본관은 우리 속의 돼지 신세 되었구나.

닭의 무리 속으로 학 한 마리 내려온 듯

동헌 가운데 의자에 높이도 앉았구나.

약주 석 잔을 차례로 올리는데

여덟 폭 은 병풍이 구불구불 이어졌다.

누더기 옷 대나무 갓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인대와 오사모가 잠깐 사이 황홀하다.

영주산의 열 누각에 신선이 앉았는 듯

사헌부의 위엄인 양 치관을 드러낸다.

군뢰와 사령들은 나는 듯이 분주하고

이곳에서 위풍이 몇 곱절 일어나누나.

관원들은 숨으려고 이리저리 달아나고

기생들은 동서쪽의 섬돌에 엎드렸네.

고을의 양과 개들 다리를 떨고 있고

치수의 두 물줄기 곤양으로 흐르누나.

남원 관아 여러 공사 좋게 잘 처리하고

먼저 상소 써서 성상께 올렸다네.

장강의 곧은 소리 낙양을 울리는 듯

복파의 위엄이 교지 땅을 흔드는 듯.

팽아의 옛법으로 본관 죄를 다스리니

진영을 굴대 끝에 목맨 것과 다름없네.

“어찌하여 무죄한 이 그리 오래 가두었나.

당장에 옥에 가서 그 여인을 풀어주라.”

옥 안의 춘향이를 관아 뜰에 대령시키니

관아 뜰의 꽃 그늘로 겨를 없이 걸어온다.

형틀의 차꼬를 이로 뜯어 풀게 하니

뭇 기생들 입술로 덩굴인 듯 뜯어 푸네.

어리석은 듯 꿈인 듯 기쁨을 못 이기기고

거꾸로 신발 신고 중계에서 맞는구나.

“여러 좋은 벼슬 중에 나는야 암행어사

너는야 구사일생 아름다운 기녀로다.”

쌍룡 무늬 꽃 그려진 반달 모양 빗으로

열 두발 쪽진 머리 곱게 빗질 하였도다.

어느 뉘가 알겠는가, 엊저녁 걸인이

나는 듯한 관아에서 관작을 다스릴 줄.

한양을 가실 제는 쌍상투 총각인데

흰 얼굴 성긴 눈썹 옥처럼 아름답네.

동헌의 계집종들 비웃었다 할지라도

양반 서방 만났으니 즐겁기도 즐겁구나.

기생집에 광채가 일시에 일어나니

이날의 기쁜 소리 남원고을 진동하다.

웃음을 머금고서 깊고 얕은 정 나누니

동해바다 물결이 세찼음을 헤아리리라.

“지금부터 기명에서 네 이름을 뺄 것이니

한평생 내 집에서 수발을 받들거라.”

벼꽃무늬 고운 비단 허리띠를 만들었고

깃털 같은 얇은 비단 이불을 누비었네.

구슬 난간 옥 주렴 친 좋은 집에 거처하며

또다시 서교에서 기름진 밭 갈아보세.

관청과 지청에서 여섯 번 음식 올리고

고라니 삶은 고기 정성껏 올리누나.

맑은 술동이에 포도알이 둥둥 뜨고

꿀을 탄 잔에는 율무를 섞었어라.

가늘게 곱게 썰은 진안초 좋은 담배

관노에게 분부하여 올리게 하는구나.

삼문 밖 거리에는 국이 끓듯 요란하고

육방의 음낭은 탱자처럼 쪼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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