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신채효성두본 춘향가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V. 치죄와 해로 (3/3)

New-Mountain(새뫼) 2020. 7. 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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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가마 타고 어사또가 오셨으니, 백년해로 뉘라 아니 부러워하리.

 

각 방 하인 달려들어 어사또를 모실 적에 어사또의 거동 보소. 입으셨던 그 복색에 청목 부채 코 가리고 남여 위에 높이 앉아 동헌으로 들어와서 자리에 취한 연후에 각 육방 예를 그만두고 수형리를 불러들여,

“네 고을 옥 죄인이 몇 명이나 갇혔느냐?”

“열한 명이외다.”

“하나도 빠짐없이 이리 다 올려라.”

옥쇄장이가 옥의 자물쇠 들고 급급히 내려가서 죄인 모두 올릴 적에, 춘향이는 아픈 다리 큰 칼 쓰고 올 수 없어, 상단의 어깨 짚고 발걸음을 간신히 떼어 몇 걸음 못 가서 쉬어가며 올라올 제, 문간의 재촉 소리 벽력이 진동한다.

열한 죄인 한가지로 관청의 뜰에 늘어 엎드리니 어사또 분부하되,

“그중에 계집 죄인 한편으로 내앉히라.”

수도안을 펴놓고 각기 죄목 따라가며 차차 사실을 살펴 가니, 본관이 돈 꾸래서 아니 드린 넉넉한 백성이며 지금 자리 뺏으려다 아니 들은 아전이며, 출패 대접 잘못하여 사사로운 혐의 있는 일반 백성들 다 원통한 죄인이라. 하나도 빠짐없이 석방하신 후에 춘향을 칼을 벗겨 정면으로 엎지르고, 수도안에 쓰인 죄목 ‘기생의 춘향 딴은 수청을 거역하여 관장을 능욕한 죄라.’ 하였거늘, 그 죄목을 가지고서 엄한 명령을 내릴 적에, 어사또의 분부 음성 춘향이가 짐작할까 가만가만 분부하셔 형방시켜 말을 전한다.

“너의 몸이 기생이면, 기녀의 붉은 입술은 모든 손님이 맛볼 수 있게 함은 너희 무리가 할 일이니,본관 청 거역한 일 그 죄도 적지 않거던, 갈수록 못된 말하는 게 죄가 있는 사람이 다시 죄를 저지르는 일이러니 괘씸하니 죄목을 숨기지 말고 바른 대로 아뢰어라.”

춘향이가 분부 듣고 전일 화가 또 났구나. 정신을 가다듬어 자상히 아뢰는데,

“소인의 천한 신세 기생의 자식이나 대신 기생 넣고 양민이 되어 기생 명부에서 이름을 올린 일이 없고 여염집에서 나고 자라옵더니, 구관댁 도령님과 한 장의 문서로 백 년을 기약하며 상투 틀고 쪽을 지는 정이 있던 것을 신관 사또 체면을 돌아보지 않고 위협하니, 두 지아비 섬기기가 두 임금과 같삽다고 옛글 인용하여 아뢰었지 무슨 못된 말을 하오리까. 충분히 통촉하옵소서. 한 올의 남은 목숨 살리소서.”

어사또 안 마음에 아무리 귀하기로, ‘내가 너의 낭군이다.’ 대청 안으로 불러 올려 둘이 서서 대면하면, 소중하신 임금의 명령을 받들어 길을 떠난 그 우세가 어떻겠나. 다시 분부하시기를,

“네 말로만 가지고서 준거하여 믿는 일을 못할 테니 다시 사정을 살펴 죄의 가볍고 무거움을 처리하게 우선은 석방하라.”

관아 문 밖에 물러나니, 이때의 춘향 어미 어사또 출도 후에 저의 딸을 올렸으니 혹독한 곤장을 또 맞으면 발괄이나 하여 볼까 관문에서 부질없이 왔다 갔다 하다가 다행히 죄 없다고 석방되니 오죽이 좋겠느냐. 상단을 단속하여 저의 아씨 옆을 껴서 저의 집에 가라 하고 뒤를 따라 오노라니, 먼저 죄인 열 죄인이 외삼문 밖 늘어서서 춤을 추며 노래 불러 어사또의 명백한 덕과 송덕들을 하는구나.

“좋을시고, 좋을시고. 우리 인생 좋을시고. 죽을 목숨 살았으니 좋을시고, 좋을시고. 없는 돈을 꾸라 하니 오죽이 답답하며 일하고 받는 녹봉을 뺏으려하니 이 원통이 어떻겠나. 보기도 싫은 놈을 후히대접을 어찌하리. 무죄한 이 인생들 뜻밖의 재앙을 함께 만나 좌를 묻고 곤장 치니 살과 뼈가 다 상한다. 큰 칼 쓰고 고착하니 똥오줌을 눌 수 있나.

이슬 같은 이 목숨이 거품같이 꺼질 것을 일월 같은 우리 임금 만리 밖을 밝게 보시던가. 명백하신 어사또를 벼슬 바꾸어 명을 내려보내셨네. 낳고 길러 주신 부모 은혜 장한 덕택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은혜를 입었으니 돌비석 쇠비석 다 새기어 영원히 은혜를 잊지 말아 보세.”

한참 이리 송덕하니 춘향 어미 서서 보다 팔짝 뛰어 달려들며,

“여보소, 이 사람들. 자네 노래 그만하고 내 노래 들어 보소.”

춤을 추며 노래할 제 허리는 조금 굽고 손질은 좀 검어도 젊었을 제 명기이기로 춤사위 목구성이 그저 듣고 볼 만하여,

“얼씨구나, 절씨구나. 지화자. 좋을시고. 불쌍한 내 딸 춘향 무슨 죄로 곤장 맞은 후에 옥에 갇히었나. 두 지아비 섬기지 않음이 죄가 되면 열녀 될 이 있겠는가. 어사또를 못 봤다면 곤장 아래 원통한 원혼을 면하겠나. 가마 타고 오신 어사또가 남원 고을 백성을 가르쳐 이끄시려고 와 계시네.

오월 나는 서리 되던 목숨 칠 년 큰 가뭄에 비 만났네. 좋을시고, 좋을시고. 딸 살리니 좋을시고. 어사또가 젊으시고 얼굴이 에쁘다니 우리 사위 나이 먹고 그 얼굴과 같으신가. 어제저녁 얼른 가더니 다시 얼굴 볼 수 없네. 오늘 저녁 또 오거든 내 딸하고 둘이 재우세.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 손목을 아꼈다가 금이 나며 옥이 날까, 놀릴 대로 놀려 보세. 이 궁둥이 두었다가 논을 살까, 밭을 살까 흔들 대로 흔들어라.”

이리 한참 노닐 적에 이때의 어사또는 본관을 봉고파직하고 문서와 장부를 사실을 살펴보고, 민장에 판결하고, 삼일 묵으실 적에 춘향의 집 밤에 다녀, 정다운 말로 얼싸안으신 후에,

알지 못하는 곳으로 남모르게 오고 가며 좌우도를 다니시며 출두하고 노문하는 공사로 오십삼 주 송덕한다.

일을 마치고 조정에 돌아와 서계 별단 올리오니, 어사또가 부모님 전에 춘향 내력 고하신 후 호기 있게 데려다가 아들 낳고 딸을 낳고 오복을 겸비하여 백년해로 뉘가 아니 부러워하리.

성상이 크게 기뻐 이조참의 대사성을 내리시니, 아마도 충렬한 사람들은 후한 녹봉이 있사오니, 이 타령을 내옵기는 후생의 여러 사람 본받고자 하심인저.

덩지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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