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열녀춘향수절가

(완판)열녀춘향수절가 - IV. 시련 (1/5)

New-Mountain(새뫼) 2020. 7. 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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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시련

 

가. 네 고을의 계집 춘향이 매우 어여쁘다지

 

이때 몇 달 만에 신관 사또 났으되, 자하골 변학도라 하는 양반이 오는데 글과 글씨도 여유가 있고 인물 풍채 활달하고 풍류 속에 널리 통하여, 외입 속이 넉넉하되, 한갓 흠이 타고난 성품이 괴팍한 중에 미쳐 날뛰는 증세를 겸하여, 혹시 덕망을 잃기도 하고 잘못 처결하는 일이 간간이 많은 고로, 세상에 아는 사람은 다 고집불통이라 하것다.

신연하인 하인 현신할 제

“사령 등 현신이요.”

“이방이요.”

“감상이요.”

“수배요.”

“이방 부르라.”

“이방이요.”

“그새 너희 고을에 일이나 없느냐?”

“예. 아직 아무 탈이 없습니다.”

“네 고을 관노가 삼남에 제일이라지?”

“예. 부름 직하옵니다.”

“또 네 고을에 춘향이란 계집이 매우 어여쁘다지?”

“예.”

“잘 있냐?”

“아무 탈이 없사옵니다.”

“남원이 예서 몇 리인고?”

“육백 삽십 리로소이다.”

마음이 바쁜지라

“급히 길 떠날 여장을 차리라.”

신연하인 물러나와,

“우리 골에 일이 났다.”

이때 신관 사또 떠날 날을 급히 받아 근무할 데로 내려올 제 위엄 있는 거동도 장할시고.

구름 같은 별연, 독교, 좌우에 청장 떡 벌이고 좌우에서 부축하는 급창은 색깔 진한 모시 천릭에 흰 모시 띠를 백저전대 고리를 늘여 엇비슷이 눌러 매고 대모관자 통영갓을 이마 눌러 숙여 쓰고 청장 줄을 걸쳐 접어 잡고

“에라 물러섰다. 나 있거라.”

잡인을 금하는 소리 지극히도 엄하고,

“좌우 구종 긴 말고삐에 뒷채잡이 힘써라.”

통인 한 쌍 채찍 들고 전립 쓰고 가는 길을 모시면서 뒤를 따르고, 수배 감상 공방이며 마중 나간 이방 위엄이 있다. 사내종 한 쌍, 사령 한 쌍 큰 양산을 들고 뒤따르며 앞으로 모시어서 큰길가에 갈라서고, 올이 고운 흰 비단으로 만든 양산 복판에 남빛 비단으로 선을 둘러 주석 고리 어른어른 호기 있게 내려올 제, 전후에 잡인을 금한다는 소리 푸른 산이 서로 응하고, 권마성 높은 소리 흰 구름이 조용히 움직인다.

전주에 다다라서 경기전의 객사에서 임금의 명을 낭독하고, 감영의 문에 잠깐 다녀 좁은목 썩 내달아 만마관, 노구바위 넘어 임실 얼른 지나 오수 들러 점심 먹고, 바로 그날 임지에 도착할 새 오리정으로 들어갈 제, 천총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육방 하인 청도기로 인도하여 들어올 제,

청도기 한 쌍, 홍문기 한 쌍, 남동쪽과 남서쪽에는 붉은 바탕에 푸른 가장자리를 한 주작기 한 쌍, 동남쪽과 서남쪽에서 푸른 바탕을 한 청룡기 한 쌍, 북동쪽 북서쪽에 검은 바탕에 붉은 가장자리를 한 현무기 한 쌍, 등사기와 순시기 한 쌍, 영기 한 쌍, 집사 한 쌍, 기패관 한 쌍, 군노 열두 쌍,

좌우가 요란하다. 행군 취타 풍악 소리 성 동쪽에 진동하고 삼현육각 권마성은 원근에 떠들썩하다.

광한루에 자리를 마련하여 옷을 갈아입고 객사에 임금의 명을 읽으려고, 남여 타고 들어갈새 백성 보기에 엄숙하게 보이려고 눈을 별다르게 궁글궁글 객사에서 명을 읽고, 동헌에 자리 잡고 앉아 도임상을 잡순 후

“행수는 문안이요.”

행수, 군관 예를 받고 육방, 관속 현신 받고 사또 분부하되

“수노 불러 기생 점고하라.”

호장이 분부 듣고 기생 명부 들여놓고 이름을 차례로 부르는데 낱낱이 글귀로 부르던 것이었다.

“비온 후의 동산의 명월이.”

명월이가 들어를 오는데 얇은 비단 치맛자락을 걷음걷음 걷어다가 버들 같은 가는 허리와 가슴에 딱 붙이고 아장아장 들어를 오더니

“점고 맞고 나오.”

“고깃배는 강물 따라 산의 봄을 사랑하는데, 강 양편에 꽃 활짝 피어 고운 봄빛이 이 아니냐. 도홍이.”

도홍이가 들어를 오는데 붉은 치맛자락을 걷어 안고 아장아장 조촘 걸어 들어를 오더니,

“점고 맞고 나오.”

“단산의 저 봉황이 짝을 잃고 벽오동에 깃들이니 산수의 영물이요, 날짐승의 정기로다. 굶주려도 조를 쪼아 먹지 않는 굳은 절개 만수문 앞의 채봉이.”

채봉이가 들어오는데 비단 치마 두른 허리 맵시 있게 걷어 안고 연꽃 같은 고운 걸음을 곱게 옮겨 아장아장 걸어 들어와

“점고 맞고 사또의 자리 앞으로 나오.”

“깨끗하여 속되지 않은 연꽃이 절개를 지켜 마음을 고치지 않으니, 묻노라, 저 연꽃처럼 어여쁘고 고운 태도 꽃 중의 군자 연심이.”

연심이가 들어오는데 비단 치마를 걷어 안고 비단 버선에 수놓은 신발 끌면서 아장 걸어 가만가만 들어오더니

“사또 자리 앞으로 나오.”

“화씨의 옥같이 밝은 달 짙푸른 바다에 들었나니 형산 백옥 명옥이.”

명옥이가 들어오는데 마름과 연꽃무늬의 치마 고운 태도 걸음걸이가 무거운데 아장 걸어 가만가만 들어를 오더니,

“점고 맞고 사또의 자리 앞에 나오.”

“구름은 엷고 바람은 가벼운데 버들가지에서 가볍게 날아다니는 꾀꼬리, 앵앵이.”

앵앵이가 들어오는데 붉은 치맛자락을 에후리쳐 버들 같은 가는 허리와 가슴에 딱 붙이고 아장 걸어 가만가만 들어오더니,

“점고 맞고 사또의 자리 앞에 나오.”

사또 분부하되

“자주 부르라.”

“예.”

호장이 분부 듣고 넉 자 말의 첫머리로 부르는데,

“광한전 높은 집에 복숭아를 바치던 고운 선녀 반겨 보니 계향이.”

“예. 준비하고 기다리었소.”

“솔나무 아래 저 동자야. 묻노라, 선생 소식. 첩첩한 청산에 운심이.”

“예. 준비하고 기다리었소.”

“달 속 궁전에 높이 올라 계수나무 꽃을 꺾어 애절이.”

“예. 준비하고 기다리었소.”

“술집이 어디인지 물으니, 목동이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 행화.”

“예. 준비하고 기다리었소.”

“아미산 위에는 가을 반달이 걸려 있고, 그 그림자 평강의 강물에 흐르나니, 강선이.”

“예. 준비하고 기다리었소.”

“오동나무 복판 거문고 타고 나니 탄금이.”

“예. 준비하고 기다리었소.”

“팔월 연꽃은 군자 얼굴로 가을 물이 못에 가득 찼으니 홍련이.”

“예. 준비하고 기다리었소.”

“주홍당사 갖은 매듭 차고 나니 금낭이.”

“예. 준비하고 기다리었소.”

사또 분부하되

“한숨에 열 두서넛씩 불러라.”

호장이 분부 듣고 자주 부르는데

“양대선, 월중선, 화중선이.”

“예. 준비하고 기다리었소.”

“금선이, 금옥이, 금련이.”

“예. 준비하고 기다리었소.”

“농옥이, 난옥이, 홍옥이.”

“예. 준비하고 기다리었소.”

“바람맞은 낙춘이.”

“예. 준비하고 기다리다가 들어를 가오.”

낙춘이가 들어를 오는데, 제가 잔뜩 맵시 있게 들어오는 체하고 들어오는데, 화장 안 한 얼굴이 곱다는 말은 듣고, 이마빡에서 시작하여 귀 뒤까지 파 제치고, 연지는 많이 쓰지 않고 분으로만 화장한다는 말을 들었던가. 좋지 않은 분 석 냥 일곱 돈 어치를 값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사다가 성 겉에 회칠하듯 반죽하여 온 낯에다 맥질하고 들어오는데 키는 사근내 장승 만하게 큰 년이 치맛자락을 훨씬 추어 올려 턱밑에 딱 붙이고 무논의 고니 걸음으로 낄룩 껑충 엉금엉금 섭적 들어오더니

“점고 맞고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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