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남원고사

(경판)남원고사 - XII. 옥중 고초 (3/3)

New-Mountain(새뫼) 2020. 6. 2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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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꿈 그리던 낭군님을 머지않아 만나리라

 

차설, 이때 허판수놈 하는 말이,

“신수점이나 쳐 보아라. 내 식전 정신에 잘 쳐 보마.”

춘향이 꿈꾼 말을 다 자세히 이르며 옷고름에,

“돈 너 푼, 호천호지 호일호월 합하면 천지일월이라, 가진 것이 이뿐이니 꿈 풀이 점을 잘 쳐 주오.”

판수의 거동 보소. 주머니를 어루만져 산통 내어 손에 들고 눈 위에 번쩍 들어 솰솰 한다면서,

“하늘이 무슨 말을 하는가, 묻거나 두드리면 곧 응답하시고, 신께서는 이미 영험이 있으시니, 내 마음에 감응하시어 순조롭게 통하기를 엎드려 비옵니다. 해와 달과 별과 같은 밝으심으로 이 세상을 밝게 비추시어 인간의 화복을 살피소서. 팔팔 육십사 괘 삼백육십사 효, 괘는 모양을 이루기 어렵고 효는 움직이기 어려우니, 하늘과 땅으로 그 덕을 합하고, 해와 달로 그 밝음을 합하고, 사계절로 그 순서를 합하고, 귀신과 더불어 길흉을 합하소서.

옛 스승님들께 고하나이다. 복희씨, 신농씨, 요순, 우탕, 문무, 주공, 소공, 공자, 귀곡, 손빈, 황석공, 장자방, 제갈무후, 관로, 곽박, 원천강, 이순풍, 소강절, 정명도, 주회암. 위로는 하늘의 이치에 이르고 아래로는 땅의 이치에 도달하도록.

올해는 갑자년 삼월 기해일 열 하루째 기유시에 해동 조선국 팔도중에 전라좌도 남원부 사십팔면중 부내면 향교동에 거주하옵는 곤명 김씨 갑인년에 태어난 몸이 점쟁이를 통해 삼가 여쭈어 보나니, 모년 모월 모일에 낭군 이수재와 이별 후 먹어도 맛있지 않고 잠을 자도 편안하지 않더니, 작년에 신관 사또 도임하여 처음 정사를 펼 제, 그릇된 방법으로 해을 입어 심하게 매를 맞고, 죄인이 되어 갇히어 지금까지 일 년간에 온갖 병이 덧나고 삶과 죽음이 결정되지 않은 중에,

지난밤의 꿈이 이리저리 하옵기에 지성으로 감히 묻자오니, 어떤 까닭인지, 어떤 관가의 재앙인지 하늘에 그물을 치고 땅에서도 그물을 쳐져 들게 되었으니, 신령께 엎드리오니 감춤 없이 밝히어 보이소서. 감춤 없이 밝히어 보이소서.”

산통을 왈각왈각 흔들어 거꾸로 잡고 하나둘 세어보고 부채를 두드리며, 점괘를 풀어낼 제, 안팎의 효를 맞추어 결과를 만들어 내니 가정사와 관련된 점괘 되것구나.

“이 애, 춘향아. 이 점 매우 오묘한 이치 있다. 이도령이 과거 급제하여 청포를 입을 격이요, 하늘이 내리는 복록과 귀인다운 고상한 성품에 역마가 발동하니, 분명 외직으로 나갈 형상이라. 연자괘 비추었으니 둥실둥실 떠다니는 솔개 벼슬이요, 자손이라 하는 것은 공명에는 화약이라. 삼형살이 띠었으니 이 아니 괴이하냐? 효에 맞게 말하자면 도무지 남이로다.  옳것다, 알 것이로다. 열읍 수령 관속들을 죄인을 때리며 캐물으며 파직할 것이니 암행어사 분명하다. 

화락하니 능성실이요,

경파하니 기무성인가.

문상에 현허인하니

만인개앙시라.

산붕하니 작평지요,

해갈하니 견용안이라.

이 글 뜻은,

꽃이 떨어지니, 능히 열매가 열릴 것이요,

거울이 깨어지니 어찌 소리 없으리오.

문 위에 허수아비 달렸으니

만인이 다 우러러보리로다.

산이 무너지니 평지 될 것이요,

바다가 마르니 용의 얼굴을 보리로다.

한 뜻이라. 이 애 춘향아. 부디부디 조리 잘하여 염려 말고 두고 보라. 평생 잊지 못할 낭군을 오래지 않아 만나리라.”

춘향이 대답하되,

“이 점 같을진대, 무슨 한이 있으리오. 맹랑한 말 너무 마오.”

저 판수 골을 내어 굳이 맹세하는 말이,

“제 할미와 하였다고 헛소리를 놀릴 건가. 고름 맺고 내기하자. 아무렇거나 크게 길할 것이니 두고만 보아라.”

말말 끝에 생각하니 복채 달래기 어렵도다. 의뭉스레 말문을 열되,

“이 애, 춘향아. 이사이는 내가 사망도 없고 지내기가 매우 어렵고 어렵다마는 어찌하리.”

춘향이 이 말 듣고 꽂았던 금비녀 빼어주며,

“불쌍하오. 이것이 약소하나 팔아 한 때 보태어 쓰오.”

판수놈이 두부 자루 터지듯 속으로 들이 뻐기오며 하는 말이,

“아무리 재물 없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하였은들, 저기나 하면 보태어 줄 터에 남이 알면 나를 무엇으로 알리? 아서라.”

하며 말할 사이에 벌써 왼손으로 받아 소매 속에 집어넣고 열없어 하는 말이,

“이 애, 시장하니 다시 보자.”

하고 일어서니,

“애고, 평안히 가오.”

인사하여 보낸 후의 여러 가지로 생각하여 헤아리며 저녁 죽도 물리치고 오경에 물시계에서 물이 다 떨어지도록 잠 못 들어앉았더니, 이때 춘향 어미 앞서 와서,

“춘향아, 춘향아. 자느냐, 깨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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