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남원고사

(경판)남원고사 - VII. 신관 부임 (2/4)

New-Mountain(새뫼) 2020. 6. 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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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네 고을에 유명한 것 들은 지 오래로다

 

남대문을 바삐 나서, 칠패, 팔패, 돌모루, 동작리를 얼핏 지나 신수원에서 머물러 쉬고, 상류천, 하류천, 중미, 오산을 바삐 지나, 진위읍내 점심 먹고 하고, 칠원, 성환, 도리치, 천안삼거리 머물러 쉬고, 진계역 바삐 지나 덕평, 인주원, 광정, 몰원, 공주감영에서 점심 먹고, 널티, 경천, 노성에서 머물다가, 은진, 닥다리, 여산, 능기울, 삼례를 얼른 지나 전주 들어 점심 먹고, 노구바위, 임실을 얼핏 지나 남원 오리정에 다다르니, 개복청 들어 옷을 갈아입으며 쉬고, 삼반관속 육방 아전 경계까지 나와 맞이하며 영접할 제, 고을에서 존귀한 사람을 나아가 맞이하는 육각 좋을시고.

대장기는 청도기라. 붉은 바탕에 푸른 구름무늬로 가장자리를 한 깃발이 한 쌍,

남동쪽과 남서쪽에는 붉은 바탕에 푸른 가장자리를 한 주작기 한 쌍,

동남쪽과 서남쪽에서 푸른 바탕에 붉은 가장자리를 한 청룡기 한 쌍,

등사기와 순시기 한 쌍은 누런 바탕에 흰 가장자리로 한 쌍이라.

동북쪽 서북쪽에서 흰 바탕에 검은 가장자리를 한 백호기 한 쌍,

동북쪽 북서쪽에 검은 바탕을 한 현무기, 관원수·마원수·왕령관·온원수·조원수, 표미기, 

금고 한 쌍, 호통 한 쌍, 나 한 쌍, 정 한 쌍, 나발 한 쌍, 바라 한 쌍, 세악 두 쌍, 고 두 쌍, 발 한 쌍, 적 한 쌍,

순시기 한 쌍, 영기 두 쌍, 중사명, 좌관이, 우영전, 집사 한 쌍, 기패관 두 쌍, 군노 직령 두 쌍,

주라, 나발, 호적, 행고, 대평소, 천아성 소리 천지를 울리는데, 깃발과 칼과 창은 가을 서리 같고 살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더라.

일산에 길노마며 권마성이 더욱 좋다. 집사, 장관이 행렬하는데, 그밖에 별대마병, 인신통인, 관노, 급창, 다모, 방자, 도훈도라.

아이 기생 연두저고리에 다홍치마, 어른 기생 전립을 쓰고, 늙은 기생 영솔하고, 육각으로 취타하고, 삼현으로 앞에서 인도할 제, 좌수 별감 찾아가 뵙고, 모든 장교 군례 받고, 육방 아전 현신하고, 기생 통인 문안한 후, 신연유리 불러 분부하되,

“네 고을 크고 작은 일은 네 응당 알 것이니 바른대로 아뢰어라.”

신연유리 분부 듣고, 환곡으로 인해 백성에게 끼치는 폐해, 논밭에 물리는 세금의 액수, 죄수들의 명부, 크고 작은 고읍의 일들. 대강대강 신고하니, 신관이 골을 내어 다시 분부하는 말이,

“네 고을에 유명한 것 들은 지 오래거든 여기 아니 있느냐? 무슨 양이라 하더구나.”

이방이 일의 까닭을 알지 못하고 엉겁결에 대답하되,

“창고에 군량이요, 고의 소와 양이요, 관아 창고에 개가죽이요, 마고에 외양이요, 감사 유배가 귀양이요, 기생 관비 양민이 됨이요, 불가의 공양이요, 여염집에 고양이요, 청백한 놈 사양이요, 수줍은 놈 겸양이요, 시냇가에 수양버들이요, 세금으로 이익 얻기는 평양이요, 정자에서 활을 쏘는 한량이요, 흉한 놈은 불량이요, 해 다 졌다 석양이요, 남녀 간에 음양이요, 엄동설한 휘양이요, 허다한 양이 무수하온데 대강 이러하외다.”

“어따, 어따. 아니로다.”

“저어하오되, 사람 못된 것을 개가죽이라 하옵내다.”

“그도 아니라.”

좌수 듣기 민망하여 꿇어앉아 여쭈오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저희 고을의 소산으로 물 많은 생강이 많사외다.”

신관이 짜증을 내어 하는 말이,

“유리라 하는 것이 원님의 눈과 귀라. 부부처럼 융통성 있는 사이기로, 유리와 하는 말을 남이 하는 말처럼 참례하여 부딪히노? 얻어 온 고추장에 비부놈 참례하듯 다 삭은 바자틈에 노랑개 주둥이같이 말곁이 괴이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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