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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아픔에 대하여
어젯밤 정말 많이도 눈발이 쏟아졌다.
기분 좋게 몇 잔 술을 먹은 아내는, 더 기분 좋게 초저녁 잠이 들었고
아파트 8층 높이에서는 들을 수 없는 싸락싸락 눈내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
창밖으로 귀를 세워도 보았다.
하지만 들을 수 없는 세상에 살아가는 아픔만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
다만 밤은 더 깊어갔지만, 날은 더 환해져간다는 것으로
더 눈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뿐이었다.
거리에 사람들은 사라지고, 흰 눈 위로 긴 궤적
서둘러 집을 향하는 가끔 오가는 자동차 바뀌의 흔적만이 있었다.
어렴풋하게
점점 시야도 어렴풋하게 잠겨갔다.
예전같으면 이런 풍경을 보면 많이 아팠었는데...
문득 잠에서 깬 아내는 눈을 맞으러 가자 했다.
눈길 위에 깊이깊이 발목을 담겨졌다.
발자국을 남겼지만, 돌아보면 다시 발자국은 금세 지워지고
사람들이 없다.
인적 끊인 거리에서, 나와 아내는 예전의 감정을 찾아내려 애썼지만
역시 그러한 감정들도 모두 눈 속에 파묻힌 듯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지금 머리칼없는 머리위에 떨어지는 눈발이 춥다거나
혹은 두고 온 아이들이 우리 없이도 지금 잘 지내고 있다거나
그런 것들만이 화제가 되는 것이다.
제과점을 들러 그들을 위한 빵 몇 개를 사고
다시 눈을 털고 집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찍었던 발자국은 이젠 시간 속으로 사라졌다.
자세히 보면 약하디 약한 흔적은 보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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