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어느 교무실 시계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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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무실 시계

 

 

자욱한 담배 연기와

쉴 새 없는 프린터 소리

웃음 소리 악을 쓰는 전화 소리

구석에 쌓여 있는 맥주병까지

여느 곳과는 많이 다른 교무실 풍경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혼잡하게 모여 있지만

빨리 수업에 들어가라고 등 밀치는 이도 없고

말썽 피우고 벌서는 아이들도 없습니다.

떳떳하게 교무실이라는 간판 없는

멍함과 분주함과 허탈함과 날카로움과

슬픈 분노가

뒤엉켜 있는 곳

 

복직 투쟁 속보, 현장 소식....

많은 벽보들이 담으로 에워 싸고

자주 들르지는 않지만 애써 보려 않해도

눈에 익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거기 사람들과 그들 삶들과 벽보들처럼

쉽게 바라볼 수 없는 풍경 하나는

아프게 멈춰버린 시계들.

그곳의 모든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어디로 가야할지를 잊어버린 시계들.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서 있는데

아무도 그 시계를 고치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이 교무실 사람들에게는 4년전 어느 한 때

그 때로부터 영영 시간이 멈춰버렸을까요?

흘러가지 않는 시간을 당연하게 바라보면서도

답답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온통 혼동된 세월을 몸으로 몸으로 부대끼는가요?

 

이제 돌아가야지.”

이젠 들어가야지.”

몇 잔 술이 오고 간 후에

쓴 웃음처럼 흘리는 말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감추어 있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멈춰져 있는지

 

마지막 잔을 비우고

다들 돌아가려 할 때에

뒤돌아서는 우리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빈 교무실을 지키는

먼지 쓰고 멈춰버린 시계를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릴 뿐입니다.

 

그 시계가 멈춰진 때가

그 시계가 다시 돌아갈 때가 언제인가가 아닌

그 시계가 멈춰진 이유를

그 시계를 누가 다시 돌려야 하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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