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무실 시계
자욱한 담배 연기와
쉴 새 없는 프린터 소리
웃음 소리 악을 쓰는 전화 소리
구석에 쌓여 있는 맥주병까지
여느 곳과는 많이 다른 교무실 풍경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혼잡하게 모여 있지만
빨리 수업에 들어가라고 등 밀치는 이도 없고
말썽 피우고 벌서는 아이들도 없습니다.
떳떳하게 교무실이라는 간판 없는
멍함과 분주함과 허탈함과 날카로움과
슬픈 분노가
뒤엉켜 있는 곳
복직 투쟁 속보, 현장 소식....
많은 벽보들이 담으로 에워 싸고
자주 들르지는 않지만 애써 보려 않해도
눈에 익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거기 사람들과 그들 삶들과 벽보들처럼
쉽게 바라볼 수 없는 풍경 하나는
아프게 멈춰버린 시계들.
그곳의 모든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어디로 가야할지를 잊어버린 시계들.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서 있는데
아무도 그 시계를 고치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이 교무실 사람들에게는 4년전 어느 한 때
그 때로부터 영영 시간이 멈춰버렸을까요?
흘러가지 않는 시간을 당연하게 바라보면서도
답답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온통 혼동된 세월을 몸으로 몸으로 부대끼는가요?
“이제 돌아가야지.”
“이젠 들어가야지.”
몇 잔 술이 오고 간 후에
쓴 웃음처럼 흘리는 말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감추어 있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멈춰져 있는지
마지막 잔을 비우고
다들 돌아가려 할 때에
뒤돌아서는 우리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빈 교무실을 지키는
먼지 쓰고 멈춰버린 시계를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릴 뿐입니다.
그 시계가 멈춰진 때가
그 시계가 다시 돌아갈 때가 언제인가가 아닌
그 시계가 멈춰진 이유를
그 시계를 누가 다시 돌려야 하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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