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아침 2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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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침 2

 

또 어김없이 달려온 부평행 전철에 미어지듯 내 몸을 떼어 밀고

하루를 시작하는 곤한 숨가쁨 속에 아직도 졸리운 삶들 속에서

역시 다를 거 하나 없는 아침을 발견한다.

지루하게 지나치는 창밖 풍경과 입술까지 쏟아져나오는 어젯밤 술내음

의미 없는 표정들, 서로 밀고 밀리고 아프도록 밟는,밟히는

지금 부평역을 향해 가는 모든 이들은

일상이 무의미하다는 표정에 쉽게 동의,동의,동의....

자신만을 위한 최소한의 혜택의 공간을 찾는 당연한 몸놀림들에

서글픔은 창밖으로 간단히 지나쳐버리고

고작 떠오른 가벼운 생각 하나에

득의 가득한 미소. 그 혼란한 와중에서도

- 이럴 줄 알고 아침에 구두를 닦지 않았느니라.

소시민적인 철학을 인정한 이,인정할 수 없는 이,인정하고 싶지 않는 이까지

모두가 똑같아지는 이 경인 전철안에서

아침은 거대하지 않다. 초라하게

늘 다가온다. 그만큼 부평역이 가까워진다.

생활처럼 떼밀려 나가면서 우리는 전철안에 마지막 저항을 남겨두고

- 어떤 자식이야 ! .. ....

그리고 저항이 채 식기도 전 그 자리를 향하여 맹렬하게

또 다른 이들의 잘 닦여진 구둣날들이 밀려 올 때

우리의 아침은 다시 그 자리에서 또다른 이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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