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통일전망대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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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허연 할아버지들은 돌기둥 앞에서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늘 즐거운 꼬마들은 고무풍선을 날리며

재미있는 소풍을 깔깔거렸다

그들은 모두 바로 앞 갯벌 5분 거리

경기도 개풍군 미수복지를 보고 있었고

거기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까이 가려던 이들을

고무풍선을 좇아 뛰어가던 이들을

거칠게 철조망이 가로막았다

서툰 글씨 , 위험. 접근금지.

 

이 숨막히는 풍경 아래서

내가 고작 생각하는 건

단순한 숫자 계산 뿐

나 태어났을 때 철보망 나이 17

그러니까 막힌지 벌써....

이 엄청난 시간의 간격 아래서

내가 고작 갖은 느낌은

이유를 모를 몰려드는 외로움

상대를 모를 아득한 그리움

 

바람이 몹시 불었다

흰 머리들을, 꼬마들 고무풍선을 날려보내고

웅웅거리는 저 쪽 대남방송을 날려보내고

일어나는 한줌 먼지조차도

눈 아프게 푸른 파란 하늘로 날려 보냈다.

그 높은 곳에는 철조망이 없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는

카메라를 든 이들이 몰려들어

머리 허연 할아버지를 하나 붙들고

좀 더 과장된 표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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