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머리 허연 할아버지들은 돌기둥 앞에서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늘 즐거운 꼬마들은 고무풍선을 날리며
재미있는 소풍을 깔깔거렸다
그들은 모두 바로 앞 갯벌 5분 거리
경기도 개풍군 미수복지를 보고 있었고
거기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까이 가려던 이들을
고무풍선을 좇아 뛰어가던 이들을
거칠게 철조망이 가로막았다
서툰 글씨 , 위험. 접근금지.
이 숨막히는 풍경 아래서
내가 고작 생각하는 건
단순한 숫자 계산 뿐
나 태어났을 때 철보망 나이 17살
그러니까 막힌지 벌써....
이 엄청난 시간의 간격 아래서
내가 고작 갖은 느낌은
이유를 모를 몰려드는 외로움
상대를 모를 아득한 그리움
바람이 몹시 불었다
흰 머리들을, 꼬마들 고무풍선을 날려보내고
웅웅거리는 저 쪽 대남방송을 날려보내고
일어나는 한줌 먼지조차도
눈 아프게 푸른 파란 하늘로 날려 보냈다.
그 높은 곳에는 철조망이 없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는
카메라를 든 이들이 몰려들어
머리 허연 할아버지를 하나 붙들고
좀 더 과장된 표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728x90
'자작시와 자작소설 > 시; 96년~97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 1 (0) | 2013.02.19 |
---|---|
어느 교무실 시계 (0) | 2013.02.19 |
「신채호의 일편단심」 (0) | 2013.02.19 |
부평역장의 변 (0) | 2013.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