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신채호의 일편단심」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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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의 일편단심

 

 

- 신채호는 1880

충남의 가난한 선비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막 넘어가는 뜨거운 5교시에

모두들 감기는 눈빛으로

역시 졸린 목소리를 듣는다

벌써 몇 녀석의 시선은

가난하지 않았던 위인이 있었던가 하는

표정으로 창밖을 향하여

 

상해 임시정부 운운

몇 녀석 더 창밖으로 고개 돌리고

의열단 운운

몇 녀석은 서로를 꾹꾹 찔러대고

조선상고사 운운

또 한쪽에서 찢어지는 큰 입 책으로 막아 누르고

무정부주의 운운

이제 책을 보는 이는 나 뿐이다.

 

그러다 위조지폐로 어쩌구 하면

순간 녀석들의 시선은 한데 쏠려진다.

얼른 교과서 사진 속으로 시선을 돌린다.

재미있어 하는 표정들

아차. 혹시 녀석들의 머리 속으로

파리똥 앉은 중국집 현상수배범 얼굴이 떠오는 게 아닐까

 

얼른 신채호의 유언이 어쩌구 말을 돌리면

다시금 찢어지는 입과 감겨지는 눈들

종이 울리고 또 실패한 선생이 문을 나서려면 할 때

- 선생님 여기선 무슨 시험문제 나와요.

누구의 장난인가 확인이라도 할량 뒤돌아보지만

너무 진지한 표정에 오히려 당황한다.

그냥 문을 열고 나와버리면

그 뒤로 한 무더기의 야유

 

신채호의 일편단심

성공하지 못한 선생의 일편단심이

단 한 문제라도 알아내려고 한

녀석들의 일편단심이

각기 다른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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