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부끄러운 사람들의 달빛보기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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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전망탑 위에 멀리 깨어진 달이 핏빛이다. 깨어졌음으로 높이 분출할 줄 모르고 자주 검은 도포 속에서 주저 앉는다. 아까부터 이런 달빛을 쪼이고 있는 젊음 죄수의 왼쪽 가슴엔 수인번호 대신에 詩人이란 두자가 아프게 박혀 있다.

 

언젠가 詩人은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었다. 몇 알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고 철로 위에다 그 앙상한 목을 길게 드리웠지만 열차는 오지 않았다.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듯하던 깊은

잠에서 비로소 詩人이 무거운 머리를 치켜 올렸을 때 몇날 몇밤을 詩人과 함께 지새운 달이 이젠 크게 부푼 모습으로 詩人을 비웃었다. 그 때 詩人은 처음 몽정을 경험했다.

 

다시 詩人은 철찰상 밖의 반쪽 달을 바라본다. 잠시나마 검은 상복에서 환한 얼굴을 내만 달빛이 엄숙하면 詩人은 흐느낀다. 그러나 달빛에 말라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

 

詩人은 깊은 잠에 빠지고 싶어 한다. 더 이상 떳떳이 달을 보는 것이 죄악일지 모른다.詩人은 달빛이 그의 수면을 방해하고 있다고 중얼거리며 모로 돌아 눕는다. 마침내 마룻바닥에 홍건히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보며 詩人은 위대한 탈옥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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