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교문지도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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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쏟아져 들어오는 얼굴 얼굴에서

정말로 잡아내야 할 건 무어

노랗게 물들인 아이들, 아니

반지 낀 손가락 급히 감추는 아이들, 그것도 아니

무릎 위로 치마를 한참 걷어 올린 아이들, 그것도 아니다.

불러 세울 수 없다.

 

핏기 가신 얼굴로 또 시험에 지친 얼굴을

어깨를 푹 늘어뜨리게 하는 몇 개씩의 가방을

힘 없는 터벅거림을 찾아내고 있다.

 

-- 거기서 뭐 하세요?

날이 저리 밝았는데

학교는 아직도 안개 속에 묻혀 있네요?

그 어두운 하루를 막고

애써 근엄하게 서 계시는 이유가 뭔가요?

 

피하지 마라.

머리카락에 무스 발랐다고

색깔 고운 스타킹 신었다고

또는 정확히 여덟시까지 교문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뒤로 숨어가지 마라.

난 다른 걸 보고 있다. 만 다른 걸 보고 싶다.

아침의 교문에서

 

여러 무더기 쏟아 져 들어간 빈 교문에서

수첩엔 아무 이름도 없었다.

문득 손에 들려진 주인 잃은 빈 도시락 하나 뿐

그리고 빠르게 새기고 쉽게 사라져간

아이들, 곤한 표정이 남아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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