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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교실에서
마지막 담임 신○산
처음 떠나기 위해 이 교실에 모였던 것이었겠지만
정말 떠나고 보니 교실은 정말 빈 교실이 되었구나.
책상 하나하나에 가득 채워져 있던
얼굴들은 이제 모두 기억 속에서 사라지겠구나.
어디 그것뿐이랴.
아침마다 헉헉하며 숨차게 뛰어 들어오던 모습과
굴러다니던 축구화와 땀내 젖은 체육복과
조례마다 종례마다 담임의 잔소리와
흐뭇함보다는 안타까운 결과가 더 많았던
시험과 상담과 자소서와 수시와 정시
거기서 서로 어울리던 학창시절의
친구들과의 마지막 우정과
그리고 문득 혼자 앉아 앞날의 막막함을
고민하던 시간까지
이제 모두 추억 속에서 찾아야 하겠구나.
그런데 말이다.
담임이 조금 더 살아보니 그렇더라.
이런 것들은 모두 너무 쉽게 잊히기도 하고
때로는 살아가는 도중에 불쑥 나타나
힘듦을 잊게 해주고, 기쁨을 더 크게 해주며
내가 만들어가는 내 인생에서
소중한 재산이 되게 하더구나.
곧 이 빈 교실에는 다른 학생들이 채워지겠지만,
이 교실에는 너희 숨결이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고,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예전처럼 늘 남아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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