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글자로 떠나는 인사를 대신합니다.
출근을 하다가 계단참에서 만난 한 선생님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네요.” 하시기에 그 선생님과 3층에서 갈라지며, 4층으로 한 층을 더 오르는 잠시간에 시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늘 5년을 작정하고 근무하는 교사들의 시간의 흐름에서, 5년 전에 첫 발을 드민 이후에 5년을 채우기 위한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옛 학교를 떠나고 새 학교를 찾아가는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지라, 이제 전출이나 전입이라는 단어에 특별한 감상이 생길 만한 나이는 아니겠습니다. 그래도 문득 스멀스멀 올라오는 두근거림은 어쩔 수 없어 그 두근거림의 조각을 모아 드리는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라는 게 늘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간다고 했던가요? 그렇다면 지난 오년 간 이곳 울타리 안에서 살아오면서 만난 여러 선생님들과 많은 학생들은 제가 교사로서의 제 존재의 의미를 알게 해 준 고마운 얼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정말 부족했던 동료 교사였고, 선생님이 아니었나 하는 뉘우침이 더 많습니다. 정성과 노력을 더 기울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음에도, 부지런하지 못하고, 널리 사귀지 못하는 성격에 실수만 남겨두고 가는 것 같아 아쉬움만이 남습니다.
혹여 예전에 선생님들을 힘들게 한 일이 있었더라면 정중하게 용서를 구합니다. 또 기억이 우수하지 못한 탓에 뒷날 선생님들의 얼굴과 이름을 맞춰내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미리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떠나면서 제가 선생님들께 의미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감히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선생님들이 제게 의미 있는 분들이었고, 선생님들과 함께 한 시간이 더 의미 있었던 경험이었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댁내 평안하시고, 건강 유의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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