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기쁘거나 슬프거나

나는 교사다. 또 생활인이다.

New-Mountain(새뫼) 2013. 1. 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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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숫자와 씨름하다가


개학일, 

보통 이날은 그간 만나지 못했던 아이들 얼굴을 보며

그냥 살았는지, 예쁘게 살아왔는지, 힘들게 살아왔음을 보든지

그렇게 확인하는 날이렷다.


하지만

오늘 나는 교실로 입장하지 않았다.

우왕거리는 비디오소리와 왁짜지껄한 수다 속에 묻혀

어둠 속으로 입장하는 나를 아는 체도 아니할 것이기에 

- 졸업식을 일주일 앞둔 3학년 녀석들이니 그럴 것이다.

정말 편하고도 비겁하게도 나는 비입장이라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물론 녀석들도 그간의 안부를 찾아 나를 찾지도 않았고

당연하게도


그러면 무어하며 하루를 보냈을까

총 예산은 5000만원, 

사업의 수는 17개,

5월부터 12월까지 지출한 횟수는 51회

지출액은 4600여만원은

잔액은....


이걸 했다.

2월이지만, 학교에서는 지금이 연말이다.

자기 일을 정리하는 자리, 내가 하는 일은 바로 돈을 정리하는 일이다.

그렇게 꼬박 네 시간

- 물론 그래도 셈이 안되니 다 마치지 못하고 내일을 생각하는데,

 

여기에서 나란 존재는 과연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인데

당연히 교사다.

그러면 교사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인데

당연히 가르치는 일을 하는 자이다.

또 그러면 가르친다는 것은 누구와 만나는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인데

이건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루 종일 만난 것은

위와 같은 숫자와 그 숫자를 정말 잘 다룬다는 엑셀이라는 프로그램

이것이 전부이다.



애들과의 만남은 고사하고

엉덩이도 떼지 못하고 

밥 때도 놓쳐 가며

어깨는 뻐근

눈은 침침

피곤함

힘듦

아,


하지만 그 가운데

나를 위한 계산도 하나 있었다.

연말 정산이라는 것

하지만

역시 나는 셈에 약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2월에 무려 170여만원을 더 납부하란다.

세금을 덜 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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