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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룡의 한시 유희삼매(遊戱三昧)-2

海山秋夜, 燈影之中, 自寫小像, 付之從遊二生, 作幀揭之. 余何嘗解 傳神寫照? 特戱耳. 是所謂極不似而極似者歟. 乃放筆, 題詩于上, 寄示碧梧堂主, 以發千里一笑. 해산추야 등영지중 자사소상 부지종유이생 작정게지 여하상해 전신사조 특희이 시소위극불사이극사자여 내방필 제시우상 기시벽오당주 이발천리일소 바다 산, 가을밤에 등잔 그림자 아래에서, 스스로 조그만 자화상을 그려 함께 지내는 두 사람에게 주어 족자를 만들어 걸게 했다. 내 어찌 일찍이 전신사조를 할 줄 알겠는가? 다만 장난일 뿐이다. 이는 이른바 매우 같지 않으면서 매우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이에 붓을 휘둘러 그 위에 시를 써서 벽오당의 주인에게 부쳐 보여서 천리 사이에 한번 웃음을 짓고자 한다.

조희룡의 한시 유희삼매(遊戱三昧)-1

日月星辰, 煙雲風雨, 山川草木, 飛潛走蠢, 是乃天地大畫圖也. 人亦畫圖中一物, 以畫圖中物, 作畫圖之事, 是謂畵中之畵. 일월성신 연운풍우 산천초목 비잠주준 시내천지대화도야 인역화도중일물 이화도중물 작화도지사 시위화중지화 ; 해와 달과 별, 안개와 구름과 바람과 비, 산과 물과 풀과 나무, 날짐승과 물고기와 길짐승과 곤충, 이것이 곧 천지간의 큰 그림이다. 사람 역시 그림 속의 한 물체이고, 그림 속의 존재로서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니, 이것이 이른바 그림 속의 그림이다.

조희룡의 한시 '일석산방소고' 두 수 원문과 풀이

一石山房小稿(일석산방소고) 두 수 ; 일석산방에서 趙熙龍(조희룡, 1789~1866) 신영산 옮김 齋頭百合花如雪 재두백합화여설 서재의 머리맡에 핀 백합 눈과도 같았으니 首重難支立晩風 수중난지립만풍 머리가 무거운지 힘겹게 저녁 바람에 서 있구나. 伴植枯藤還自況 반식고등환자황 짝지어 심은 마른 등나무에 제스스로 비유하는가. 藜笻扶出主人翁 여공부출주인옹 주인 늙은이 명아주 지팡이 의지하고 나서는데…. 庭陰如醉硏山蒼 정음여취연산창 취한 듯한 뜰 그늘에, 벼루에 조각된 푸른 산에 翡翠翎橫畵意凉 비취령횡화의량 푸른 댓잎 깃털처럼 나부끼니 그릴 뜻이 시원하네. 客到簾前浮笠影 객도렴전부립영 주렴 앞에 길손이 이르렀는지, 갓 그림자 떠오르니 依俙佛幀寫圓光 의희불정사원광 그 모습 탱화의 부처님에 원광을 서린 듯하네. 『우..

조희룡의 한시 늘그막에 두 수 원문과 풀이

조희룡의 늘그막에 두 수 趙熙龍(조희룡, 1789~1866) 신영산 옮김 抽息難忘今歲孫 추식난망금세손 올해 얻은 손주 녀석 잠시나마 잊기가 어렵구나. 生纔十日我辭門 생재십일아사문 태어난 지 십여 일에 귀양길로 내 집을 떠났다네. 漸長知父不知祖 점장지부불지조 점점 자라 아비만 알겠지만, 할아비는 모를 터라. 悔洗七分遺像存 회세칠분유상존 한스러울 뿐이도다, 간직하던 초상화를 없앤 것이…. 偶拈古鏡照雲煙 우념고경조운연 우연히 오래된 거울 집어 구름인지 안개인지 비춰보니 畵理此中難語詮 화리차중난어전 이 속에 그림의 이치가 들었으나 설명하기 어렵도다. 忽憶昔年童戱日 홀억석년동희일 홀연히 지난날 아이 때 장난치며 놀던 때를 생각하네. 倒頭袴下看山川 도두고하간산천 바지가랑이 아래에다 머리 숙여 산천을 보던 일을…. ..

조희룡의 한시 '승가사' 원문과 풀이

僧伽寺(승가사) ; 북한산 승가사에서 새벽녘에 趙熙龍(조희룡, 1789~1866) 신영산 옮김 濛澒深山是 몽홍심산시 흐릿하고 가물가물한 북한산 깊은 여기 蒼蒼尙未分 창창상미분 어둑하여 풍경이 나뉘지 않았는데 禽魚皆食氣 금어개식기 새들과 물고기는 모두 기를 들이마시고 草木漸成文 초목점성문 풀들과 나무는 점점 무늬를 지어가네. 點染千峯石 점염천봉석 봉우리 위 돌들을 한 점 한 점 물드는데 吹噓萬壑雲 취허만학운 첩첩한 골짜기는 구름을 내뿜는구나. 飛泉還有舌 비천환유설 나는 듯한 물줄기는 도리어 혀가 있는지 說法廣長聞 설법광장문 설법인지 넓고도 긴 소리를 내는구나. 『우해악암고(又海岳庵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