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보고읽은 뒤에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

New-Mountain(새뫼) 2018. 9. 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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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자소서와 씨름하다가....




그렇지만....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예컨데 바다에서 길을 잃거나 감옥에 갇힌 사람들조차도- 한 해가 지나는 것을 꼼꼼히 기록할 수단을 찾고자 한다. 아름답고 근사한 계절의 변화 평범한 삶 속에서 반복해서 일어나는 온갖 경사스러운 일들이 하루하루를 구별할 수 없는 암울한 나날로 대체된다는 사실에도, 그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365개의 눈금을 나뭇가지 조각에 새기거나 감옥벽을 긁어서 표시해 둘 것이다.

  왜 그들은 기나가는 시간을 표시하여고 그토록 애쓰는 걸까? 겉으로 보기엔 그렇게 시간을 표시해 두는게 그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때에 말이다. 음, 한가지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그들이 두고 온 세상의 시간이 필연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잇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 지금쯤은 알료샤가 마당에 있있는 나무에 오를 수 있을 것야, 바냐는 틀림없이 학교에 입학했겠지, 그리고 나댜, 사랑스러운 나댜는 곧 결혼할 나이가 되겠구나....

  이것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을 꼼꼼히 기록하는 것이 고립된 그들에게 힘든 한 해를 또 한 번 참고 견뎌내고 이겨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지칠 줄 모르는 투지, 혹은 무모해 보일 정도로 철저한 낙관주의를 통해 그들이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찾았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그 365개의 눈금은 불굴의 정신의 증거라 할 수 잇다. 아무튼 주의력을 분 단위로 측정해야 하고, 절제력은 시간 단위로 측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불굴의 정신은 연 단위로 측정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같은 철학적 고찰이 여러분의 취향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냥 현명한 사람은 기념할 수 있는 것은 뭐든 다 기념한다는 것에 동의하기로 하자.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박수 갈채를 받느냐 못 받느냐가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환호를 받게 될 것인지의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을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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