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개나리꽃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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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아파트 담장에도 저 먼 산기슭에도

가파른 고갯길 옆에도

먼먼 하늘가 하얀 구름 아래서도

이제는 꿈이 되어버린 어린 시절 놀이터에도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지고 학교에 오르는

처진 어깨 학생들 곁에도

긴긴 신호대기 무료하여 기분 좋은 하품을 하는

택시 운전사 시선 속에서도

오늘도 출근하마 정장 차려입고 가족 배웅 받으며

막상 대문 나서 갈 곳 없는 뒷집 아저씨 옆에도

아직도 열리지 않는 교도소 주변에도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실향 노인네들 옆에서도

아직도 부옇게 하늘을 덮고 있는 누런 황사

그 아래서 콜록콜록 매운 기침을 하는

내 나라 내 조국 가슴 속에서도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노오랗게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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