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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뽀얀 안개, 어설픈 파도
다리를 굳게 내릴 곳은 처음부터 없었기에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할 수 없다.
어디 좋은 곳 찾아 떠나볼 욕심도 없이
물길 흐르는 곳에, 시간 흐른 곳에
묵묵히 자리 지켜내고
꾸밈도 없이 과장도 없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땅, 그 위에서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도
누구도 바라보지 않아도
성큼 다가와 안아주지 않아도
바람결에, 저시 지나치는 날짐승 울음 속에
꼿꼿이 하늘 보고 서 있기에
그래도 우리는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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