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친구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0:40
728x90

친구

 

비슷비슷하게들 나이 먹어가다가

문득 멈춰서서 마주 바라본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아랫배에

드러나는 앞 이마

셀 수 없을 만큼의 흰 머리칼들

서로 킥킥거리다가

 

세상 이야기를 한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다.

한평한평 늘리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에

점점 줄어가는 통장 잔고에

더욱 커 지는 아들에 딸에

꾸역꾸역 깊은 데서 생활이

튀어나온다. 그렇게 사는 거지.

 

술잔을 돌아돌아 다시 내 술잔이

다시 내 앞에 놓일 때

알맞게 취했나 보다. 기분 좋게

야 임마, 꼭 그렇게 살야 쓰겠냐

호기 있는 호통도 쳐보지만

그러는 너는

이 한 마디

결국 나를 향한 노여움이었나

 

찌그러지는 친구의 얼굴에서

같이 찌그러질 수밖에 없는

곱디 고운 내 얼굴을 본다.

정말 비슷비슷하게들 살고 있구나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살려고 하고

있구나, 너와 나의 구분 없이

 

모두들 가진 것 없는 놈들이기에

술판은 슬프다.

또 술잔이 돌아가고 또 슬프다.

한 잔 취기에 떠나가라 거리를 헤집던

젊은 날의 객기도 없이

묵묵히 술을 마시고

 

하나 둘 시계를 훔쳐볼 때쯤

누군가가 선언해야 한다.

이제 가자.

손을 흔들고, 하나 둘 택시 속으로

사라져 갈 때 또 하후가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오늘 생활이

사라졌음을 깨닫게 된다.

728x90

'자작시와 자작소설 > 시; 98년 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3.02.19
서른 두 해 아침에  (0) 2013.02.19
일상  (0) 2013.02.19
사람의 나라 - 5.1 노동절 시위  (0) 201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