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친구
비슷비슷하게들 나이 먹어가다가
문득 멈춰서서 마주 바라본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아랫배에
드러나는 앞 이마
셀 수 없을 만큼의 흰 머리칼들
서로 킥킥거리다가
세상 이야기를 한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다.
한평한평 늘리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에
점점 줄어가는 통장 잔고에
더욱 커 지는 아들에 딸에
꾸역꾸역 깊은 데서 생활이
튀어나온다. 그렇게 사는 거지.
술잔을 돌아돌아 다시 내 술잔이
다시 내 앞에 놓일 때
알맞게 취했나 보다. 기분 좋게
‘야 임마, 꼭 그렇게 살야 쓰겠냐’
호기 있는 호통도 쳐보지만
‘그러는 너는’
이 한 마디
결국 나를 향한 노여움이었나
찌그러지는 친구의 얼굴에서
같이 찌그러질 수밖에 없는
곱디 고운 내 얼굴을 본다.
정말 비슷비슷하게들 살고 있구나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살려고 하고
있구나, 너와 나의 구분 없이
모두들 가진 것 없는 놈들이기에
술판은 슬프다.
또 술잔이 돌아가고 또 슬프다.
한 잔 취기에 떠나가라 거리를 헤집던
젊은 날의 객기도 없이
묵묵히 술을 마시고
하나 둘 시계를 훔쳐볼 때쯤
누군가가 선언해야 한다.
이제 가자.
손을 흔들고, 하나 둘 택시 속으로
사라져 갈 때 또 하후가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오늘 생활이
사라졌음을 깨닫게 된다.
728x90
'자작시와 자작소설 > 시; 98년 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 (0) | 2013.02.19 |
---|---|
서른 두 해 아침에 (0) | 2013.02.19 |
일상 (0) | 2013.02.19 |
사람의 나라 - 5.1 노동절 시위 (0) | 2013.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