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여고 괴담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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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괴담

 

창밖, 장마속 어수선한 하늘 빛 아래

혼란하게 오고가는 시간과 사람들

지금이 언제인가를 따져보는 곳처럼

어리석음이 없다. 먼 옛날로

달음질쳐 그 속에서 논리를 찾고 이론을 구하고

이 역시 어리석은 일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존재하조차 없는

없어도 아무도 애닲아 하지 않는

복잡한 이십세기말 작은 부품 하나 아닐까

어디에서나 대용품을 찾을 수 있고,

언제나 잊어버려도 될 그런 가벼움

 

새삼 나는 누구인가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

혼란스럽게 할 이유도 없다.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머리 속, 세상에서

홍등가 죽 늘어선 곧 팔려나갈 젊은 여인들처럼

부분들이 원하는 곳에 따라 우리도

한 순간 소모품으로 팔려나가지 않는가,

 

모년 모월 모일 모시까지 찾아가시압.

찾아가는 이 없으면 강제 폐기 처분함.

제발 제발 찾아가시오.

제발 제발.

제발.

···

···

 

마지막 비명으로 세상을 찢었지만

누가 듣고 있지, 누가 우릴 보고 있냐고?

하기야 비명 지르는 이 오직 나뿐이랴

여기저기 온통 참혹하게 비명뿐인 것을

제발.

 

너무나 가벼운 참을 수 없는 존재

날리는 것은, 바람 한 줄기 없는 그런 날에

풀풀 서로 부딪히며 날리는 것은

사진 떨어진 주민등록증, 이력서

혹은 아직 이십일세기 부품 하나 못 된

서투른 부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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