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서른 두 해 아침에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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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다 멈춰본 적 없습니다.

바쁘게 바쁘게 걸어보지도 않았습니다.

한 번, 단 한 번 뒤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저 멀리 저 먼 곳을 응시하지도 않았습니다.

 

생일이랍니다.

오늘이

서른 두 번째 생일랍니다.

 

살아가는 것처럼 힘든 게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어려운 게 없다고

생각하고 그 뜻을 따르며 살아가는 것처럼 벅찬 게 없다고

이제사 겨우 깨달은 듯도 한데

 

태어나고 자라고

한 해 두 해 보낸 게

벌써 서른 한 번째랍니다.

 

앞서가는 사람 뒤쳐오는 사람 다 보지 못하고

손을 잡은 이, 어깨를 감은 이 느끼지도 못하고,

멀리 돌팔매질 하려고 하는 이, 아픈 곳 찌르려는 이

왜 그랫는가 알아채리지도 못했는데

 

살아왔답니다.

서른 두 해동안

그렇게 간단하게 살아왔답니다.

 

소박한 미역국 한 그릇 비우고,

또 생일이라는 공치사 몇 마디 듣고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살아보자는 말 생각하지도 못하고

쫓기듯 부끄러움에 이 세상 속으로 나서는

 

오늘 아침

달력 속에 붉은 동그라미

생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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