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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다 멈춰본 적 없습니다.
바쁘게 바쁘게 걸어보지도 않았습니다.
한 번, 단 한 번 뒤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저 멀리 저 먼 곳을 응시하지도 않았습니다.
생일이랍니다.
오늘이
서른 두 번째 생일랍니다.
살아가는 것처럼 힘든 게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어려운 게 없다고
생각하고 그 뜻을 따르며 살아가는 것처럼 벅찬 게 없다고
이제사 겨우 깨달은 듯도 한데
태어나고 자라고
한 해 두 해 보낸 게
벌써 서른 한 번째랍니다.
앞서가는 사람 뒤쳐오는 사람 다 보지 못하고
손을 잡은 이, 어깨를 감은 이 느끼지도 못하고,
멀리 돌팔매질 하려고 하는 이, 아픈 곳 찌르려는 이
왜 그랫는가 알아채리지도 못했는데
살아왔답니다.
서른 두 해동안
그렇게 간단하게 살아왔답니다.
소박한 미역국 한 그릇 비우고,
또 생일이라는 공치사 몇 마디 듣고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살아보자는 말 생각하지도 못하고
쫓기듯 부끄러움에 이 세상 속으로 나서는
오늘 아침
달력 속에 붉은 동그라미
생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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