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강희맹의 '승목설(나무타는 이야기)'

New-Mountain(새뫼) 2018. 3. 1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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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목설(升木說)

강희맹(姜希孟: 14241483)

 

갑과 을은 늘 함께 산에 가서 나무를 했다. 을은 약빠르고 원숭이처럼 나무를 잘타 언제나 좋은 나무를 많이 했다. 그러나 갑은 성격이 나약하고 나무를 타지 못하여 묵은 풀이나 긁어모아 겨우 밥 지을 거리나 할 뿐이었다.

 

童甲乙樵於山乙性儇利飛度林表捷如猿猱所得多而美甲性懦不能升木則取宿草僅補炊㸑而已

 

어느 날 을이 으스대며 갑에게 말했다.

자네는 나무할 줄도 모르는가. 좋은 땔감이란 평지에는 없다네. 나도 전에는 종일 죽도록 힘을 들여도 한 짐도 하지 못하였네. 그래서 나무하는 일은 제쳐두고 나무 타는 법을 배웠다네. 처음 나무에 오를 때는 발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내려다보면 떨어질 것같이 아찔하였지만, 얼마 지나자 조금씩 자신이 생겼고 한 달 뒤에는 높은 나무꼭대기도 평지 같았네. 이렇게 하여 다른 사람이 가지 못한 곳에 오를 수가 있었고 높이 올라갈수록 좋은 땔감을 많이 할 수 있었지. 이 일로 나는 평범한 일만 하는 사람은 남보다 앞설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네."

 

乙詑於甲曰

若不知取薪之道乎夫美薪不在平地吾始也取之終日而不盈一擔力竭而功少退而學緣木之術初試之足心酸澁反顧而欲墜旣而稍縱矣旬月而履高若卑以此求薪然後得詣夫人所不到處去地愈高而得薪愈多吾以是知狃於尋常者無倍蓰之功

 

이 말을 들은 갑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기를,

나는 땅바닥에 있고 자네는 나무꼭대기에 있어 서로의 거리가 몇 길이나 되지만, 나의 위치에서 본다면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님을 누가 알겠는가. 또 자네의 위치에서 보더라도 자네한테서 멀리 떨어진 것이 높은 것이 아님을 누가 알겠는가. 낮은 것이 낮지 않을 수도 있고 높은 것이 높지 않을 수도 있으니, 높은 것과 낮은 것은 자네와 내가 정한 바가 아니라네. 대개 많은 이익을 얻으면 화()의 근원도 깊고 빨리 공을 얻으면 잃는 것도 빠른 법이지. 그만두게나. 나는 자네 말을 따르지 않겠네."

 

甲猶然笑曰

吾居地面爾居木抄相距不啻尋丈以吾觀之庸詎知距吾遠者不爲卑乎以爾觀之庸詎知距爾遠者不爲高乎卑或不卑高或不高高與不高卑與不卑非我與若所定也夫得利厚者基禍深收功急者反致速已乎已乎吾不敢效若矣

 

하니, 을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 후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을이 벼랑위에 있는 높은 소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치다가 그만 실족하여 땅에 떨어져 기절하였는데, 그 아버지가 들것으로 실어와 치료를 한 지 한참 만에 소생하였고 몇 달이 지나서야 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두 다리는 부러지고 두 눈도 멀었으므로 마치 시체와 같았다.

 

乙莫知所謂後月餘乙緣崖上百丈喬松取薪失手墜地而絶其父羿歸以溲灌其口良久而氣復居數月始嚥酒漿折兩股喪兩明塊然若行屍

 

그제야 을이 아버지를 갑에게 보내 높고 낮음에 관해 묻게 하니, 갑은 이렇게 말했다.

대개 위와 아래는 정해진 위치가 없고, 낮고 높음도 정해진 이름이 없습니다. 아래가 있으면 반드시 위가 있게 되고, 낮은 것이 없다면 높은 것도 있을 수 없습니다. 아래로 인해서 위가 되고, 높은 데를 오르자면 낮은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높은 것은 낮은 것이 모인 것이며 아래는 위가 되는 시작입니다. 항상 높은 곳에 있으면 낮아지기 쉽고, 위만을 즐거워하면 금방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높은 곳에서 그 높음을 잃게 되면 낮은 데서 편안하고자 해도 될 수 없고, 위에서 그 위를 잃어버리면 아래에서 머물고자 해도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낮은 것이 높은 것보다, 아래가 위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을이 나무할 적에 높은 꼭대기를 좋아하고 낮은 평지는 싫어했으니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사람은 모두 좋은 나무를 하고 싶어 하지만 좋은 나무란 위험이 도사린 높은 곳에 있습니다. 이익에 눈이 멀면 위험한지를 모르게 되며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욱 더 위험해지는 법입니다. 따라서 땅에서 멀어질수록 목숨을 가벼이 여기게 되는 셈인데 이것을 도리어 남에게 자랑하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제가 을과 함께 오랫동안 산에서 나무를 하였는데 언제나 을의 반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도 불만스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앞으로 얼마든지 나무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을은 매우 위험한 곳에서 나무를 하였기 때문에 지금 젊은 나이에 폐인이 되었으니 아무리 계속 나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고, 저는 비록 평범하게 나무를 하지만 이렇게 건강하니 늙어 죽을 때까지 나무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보면 어느 것이 많고 적으며, 어느 것이 높고 어느 것이 낮은 것이 되겠습니까.”

 

令其父造於甲請問卑高之說甲曰

夫上下無定位卑高無定名有下則必有上無卑則安有高因下以爲上升高而自卑然則高者卑之積下者上之漸恒乎高者其高易卑樂於上者其上可下高者失其高求安於卑不可得也上者失其上欲止於下不可得也由是論之卑不愈於高而下不愈於上者乎

乙之樵也安上而惡下耽高而厭卑幾何而不至於傷生乎人之欲得美薪常情也美薪之多於樹杪高危之所阻也貪其利而忘其危不知高一分則危一分距地遠而身反卑以此誇於人不亦愚乎

吾與乙偕樵於山也久矣一日之樵常不及乙之半吾不以爲恨者吾有可久之道也何也乙收功於至險童丱而廢棄雖欲延其力於後日難矣吾雖庸採薪不廢老死而後已未知孰爲夥孰爲小孰爲高孰爲卑也

 

을의 아버지가 돌아와서 을에게 이 말을 전하고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바탕 통곡하였다. 을은 그제야 전에 갑이 한 말이 옮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其父歸告於乙相與提携一痛始悟前說之有理也衿之父老有談此事者無爲子書以戒子弟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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