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저 물푸레나무 어린 새순도
안 도 현
저 어린 것이
이 험한 곳에 겁도 없이
뾰족, 뾰족 연초록 새순을 내밀고 나오는 것을 보면
애쓴다, 참 애쓴다는 생각이 든다
저 쬐그만 것이
이빨도 나지 않은 것이
눈에 파랗게 불 한번 켜 보려고
기어이 하늘을 한번 물어뜯어 보려고
세상 속으로
여기가 어디라고,
조금씩, 조금씩 손가락을 내밀어 뻗는 것을 보면
저 물푸레나무 어린 새순도
이 봄에 연애 한번 하러 나오는가 싶다
물푸레나무 바라보는 동안
온 몸이 아흐 가려워지는
나도, 살맛 나는 물푸레나무 되고 싶다
저 습진 땅에서 이내 몸 구석구석까지 봄이 오는구나
봄의 노래
신 경 림
하늘의 달과 별은
소리내어 노래 하지 않는다
들판에 시새워 피는 꽃들은
말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듣는다
달과 별의 아름다운 노래를
꽃들의 숨가뿐 속삭임을
귀보다 더 높은 것을 가지고
귀보다 더 높은 것을 가지고
네 가슴에 이는 뽀얀
안개를 본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듣는다
눈보다 더 밝은 것을 가지고
가슴보다 더 큰 아픔을 가지고
728x90
'가르치며 배우며 > 시 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복을 기리며(이육사와 박두진) (0) | 2016.03.21 |
---|---|
옛소설을 시로-1(서정주와 박재삼) (0) | 2016.03.16 |
문익환의 <동주야> (0) | 2016.02.23 |
아무것도 하지 못한 하루... -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온면서" (0) | 2014.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