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봄은...(안도현과 신경림)

New-Mountain(새뫼) 2016. 3. 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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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물푸레나무 어린 새순도

                              안 도 현


저 어린 것이

이 험한 곳에 겁도 없이

뾰족, 뾰족 연초록 새순을 내밀고 나오는 것을 보면

애쓴다, 참 애쓴다는 생각이 든다

저 쬐그만 것이

이빨도 나지 않은 것이

눈에 파랗게 불 한번 켜 보려고

기어이 하늘을 한번 물어뜯어 보려고

세상 속으로

여기가 어디라고,

조금씩, 조금씩 손가락을 내밀어 뻗는 것을 보면

저 물푸레나무 어린 새순도

이 봄에 연애 한번 하러 나오는가 싶다

물푸레나무 바라보는 동안

온 몸이 아흐 가려워지는

나도, 살맛 나는 물푸레나무 되고 싶다

저 습진 땅에서 이내 몸 구석구석까지 봄이 오는구나




봄의 노래

                 신 경 림

 

하늘의 달과 별은

소리내어 노래 하지 않는다

들판에 시새워 피는 꽃들은

말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듣는다

달과 별의 아름다운 노래를

꽃들의 숨가뿐 속삭임을

귀보다 더 높은 것을 가지고

귀보다 더 높은 것을 가지고

 

네 가슴에 이는 뽀얀

안개를 본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듣는다

눈보다 더 밝은 것을 가지고

가슴보다 더 큰 아픔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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