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23년 이후

밀물이 밀려드는 바닷가에서

New-Mountain(새뫼) 2024. 5. 2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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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이 밀려드는 바닷가에서

 

밀물이 밀려드는 바닷가에서

때를 아는 듯한 뿌연 바닷물이 

저 멀리서 차근차근 밀려오기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저 앉았다. 

그래야 할 것 같다.

버겁게 흘러오는 물에 대한 예의이기에.

 

짭짤한 갯내음 사이로

앞에서 뒷물을 끌어오는 물결이나

바로 뒤에서 앞물을 밀고 가는 물살이나

저 멀리 있을 법한 기조력이나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근원이나

그저 그저 바라봐야만 할 것 같다.

성근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드는

바닷바람을 잠시나마 달래면서.

 

여기까지 찾아오기 참으로 힘겨웠겠지만

잠시 발 아래서 찰랑이다가

때를 아는 바닷물은 곧 밀려갈 터이다.

하지만 여전히 앉아 있을 것이다.

그래야 할 것 같다.

힘겹게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의례이기에.

 

(202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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