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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이 밀려드는 바닷가에서
밀물이 밀려드는 바닷가에서
때를 아는 듯한 뿌연 바닷물이
저 멀리서 차근차근 밀려오기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저 앉았다.
그래야 할 것 같다.
버겁게 흘러오는 물에 대한 예의이기에.
짭짤한 갯내음 사이로
앞에서 뒷물을 끌어오는 물결이나
바로 뒤에서 앞물을 밀고 가는 물살이나
저 멀리 있을 법한 기조력이나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근원이나
그저 그저 바라봐야만 할 것 같다.
성근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드는
바닷바람을 잠시나마 달래면서.
여기까지 찾아오기 참으로 힘겨웠겠지만
잠시 발 아래서 찰랑이다가
때를 아는 바닷물은 곧 밀려갈 터이다.
하지만 여전히 앉아 있을 것이다.
그래야 할 것 같다.
힘겹게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의례이기에.
(202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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