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텍스트/시와 노래

박팔양의 '인천항'

New-Mountain(새뫼) 2024. 2. 3. 10:00
728x90

인천항

                                          박팔양

 

조선의 서편항구 제물포의 부두

세관의 기는 바닷바람에 퍼덕거린다

젖빛 하늘, 푸른 물결, 조수 내음새

오오 잊을 수 없는 이 항구의 정경이여

 

상해로 가는 배가 떠난다

저음의 기적 그 여운을 길게 남기고

유랑과 추방과 망명의

많은 목숨을 싣고 떠나는 배다

 

어제는 Hongkong 오늘은 Chemulpo 또 내일은 Yokohama로

세계를 유랑하는 「코스모포리탄」

모자 삐딱하게 쓰고 이 부두에 발을 나릴제

 

축항「카페-」로부터는

술취한 불란서 수병의 노래

「오! 말세이유! 말쎄이유!」

멀리 두고 와 잊을 수 없는 고향의 노래를 부른다

 

부두에 산같이 쌓인 짐을 이리저리 옮기는 노동자들

당신네들 고향이 어데시요?

「우리는 경상도」 「우리는 산동성」

대답은 그것뿐으로 족하다는 말이다

 

월미도와 영종도 그 사이로

물결을 헤치며 나가는 배의

높디높은 「마스트」 위로 부는 바람

공동환의 기빨이 저렇게 퍼덕거린다

 

오오 제물포! 제물포!

잊을 수 없는 이 항구의 정경이여

 

조선지광’ (1928 7)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