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屯田歌(전둔전가) ; 앞 둔전을 노래하다
蔡濟恭(채제공, 1720~1799)
신영산 옮김
府五面山火粟, 屬之訓鍊都監, 名之曰屯田.
每歲, 都監遣監官收稅, 爲監官者掊克爲事, 民不堪其苦, 散亡相續.
環五回頹垣破壁, 大抵皆屯田爲之祟也.
子曰苛政猛於虎, 而謂聖明在上, 而其政或有類是者耶.
余不勝䀌然而傷也.
부오면산화속 속지훈련도감 명지왈둔전
매세 도감견감관수세 위감관자부극위사 민불감기고 산망상속
환오회퇴원파벽 대저개둔전위지수야
자왈가정맹어호 이위성명재상 이기정혹유류시자야
여불승진연이상야.
이천 고을의 다섯 면에 있는 화전을 훈련도감에 소속시키고 ‘둔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매년 훈련도감에서는 감관을 보내어 세금을 거두게 하였는데, 감관이라는 자가 함부로 수탈하였기에, 백성들이 심히 괴로워하며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달아나는 자들이 줄을 이었다.
다섯 면의 집들의 담이 허물어지고 벽이 무너진 것은 대체로 둔전이 그 빌미가 된 것이다.
공자께서,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사납다.”라고 이르셨는데, 밝으신 주상께서 위에 계시는데, 정치가 혹여라도 이와 같을 수 있단 말인가.
내 몹시 슬프고 마음이 상하니 견딜 수가 없었도다.
有鎛莫薅屯田莽 유박막호둔전망 괭이가 있어도 김매지 않아, 둔전에는 잡초만 우거지고,
有種莫播屯田土 유종막파둔전토 종자가 있어도 씨 뿌리지 않아, 둔전에는 흙만 남았더라.
屯田豈不宜耕作 둔전기불의경작 둔전이라 하여 어찌 농사짓기 알맞지 않겠느냐만
所畏監官猛於虎 소외감관맹어호 감관이 호랑이보다 무서우니, 두려움에 농사짓지 않음이로다.
監官云自都監來 감관운자도감래 감관이 “본관은 훈련도감에서 왔노라.” 이르면서
吮民膏血甘如飴 연민고혈감여이 백성들의 고혈을 엿처럼 달게 빨아 먹는다네.
山田甚薄稅甚重 산전심박세심중 산속의 밭이라서 척박한데, 세금을 무겁게 물리면서
赤棒耀威威四馳 적봉요위위사치 붉은 방망이를 거만하게 휘두르며, 사방으로 날뛰더라.
愚氓頫首無敢違 우맹부수무감위 머리를 조아리는 어리석은 백성들은 감히 못 어기기에
糞田不足傾家貲 분전부족경가자 밭에 뿌릴 거름도 부족한데, 집안 살림 모두 쏟아 주었도다.
白雞黃犬更暇論 백계황견갱가론 흰 닭이나 누런 개나 다시금 말할 겨를 있겠는가.
塲市賣鼎村賣匙 장시매정촌매시 시장에서 솥을 팔고 마을에서 숟가락을 팔았구나.
萬人身枯一人肥 만인신고일인비 만 사람이 여위어 가는데도, 한 사람만 살찌노니,
爲公爲私吾不知 위공위사오부지 공과 사 어느 쪽을 위한 것인지 내 알 수 없었도다.
太守無如上司何 태수무여상사하 원님께선 감관이 상사라서 어쩔 수 없다 하며,
立視民死空嗟咨 입시민사공차자 죽어가는 백성들이 서서 보며 부질없이 한탄만 할 뿐이라.
五面人烟寂不起 오면인연적불기 다섯 면이 사람들의 자취 없이 적막하기만 하였으니
荒籬敗屋靑山裏 황리패옥청산리 황폐한 울타리에 무너진 집만 산속에 있을 뿐이라.
誰將養人反害人 수장양인반해인 백성을 기르라 하였는데, 도리어 해치는 자 누구인가.
罟擭陷穽都在此 고획함정도재차 사람 잡는 덫에다가 함정이 모두 여기 있었도다.
寡婦秋原哭且語 과부추원곡차어 과부가 가을 녘 들판에서 울면서 말하기를,
有鎛莫向屯田理 유박막향둔전리 “괭이가 있다 해도 둔전에서 농사짓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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