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김극기의 한시 '농가의 네 계절(전가사시)'

New-Mountain(새뫼) 2022. 5. 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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田家四時(전가사시) ; 농가의 네 계절

 

 

金克己(김극기, 고려조 ?~?)

신영산 옮김

 

 

 

 

歲月風轉燭 세월풍전촉   세월은 바람 앞에 펄럭이는 촛불 같으니,

田家苦知促 전가고지촉   농가의 괴로움은 세월의 재촉이라.

索綯如隔晨 색도여격신   새끼 꼬아 지붕 덮기 바로 어제 같았는데

春事起耕耨 춘사기경욕   어느새 봄이 되어 밭 갈기를 시작하려네.

 

負耒歸東阜 부뢰귀동부   따비를 들쳐 메고 동쪽 들로 나서려고

林間路詰曲 임간로힐곡   숲 사이 좁은 길을 꼬불꼬불 돌아가니

野鳥記農候 야조기농후   들새가 농사철을 일깨워 주려는지

飛鳴催播穀 비명최파곡   날아올라 울어대며 씨 뿌리기 재촉하더라.

 

饁婦繞田頭 엽부요전두   밥 나르는 아낙네가 밭머리에 나오는데

芒鞋才受足 망혜재수족   짚신은 다 헐어서 겨우 발에 걸렸구나.

稚子尋筍蕨 치자심순궐   어린애도 나물과 고사리를 찾는다고

提筐向暄谷 제광향훤곡   바구니 끼고 볕 드는 산골로 향한다네.

 

遲日杏花紅 지일행화홍   해가 길어가니 살구꽃이 붉어가고

暖風舊葉綠 난풍구엽록   바람이 따뜻하니 창포 잎이 푸르렀네.

甘雨亦如期 감우역여기   단비도 또한 때를 맞추어 내렸으니

夜來勻霡霂 야래균맥목   간밤에는 가랑비가 골고루 적셨도다.

 

莫辭東作勤 막사동작근   봄 농사가 힘들다고 말하지 말지어다.

勞力在吾力 노력재오력   노력하기 오로지 내 힘에 달렸음이라.

 

 

 

彤雲射晶光 동운사정광   구름은 붉어져서 수정 빛을 쏘아대고,

赤日淹晷度 적일엄구도   붉은 해는 길어져서 그림자를 담고 있네.

田居近南訛 전거근남와   농사 짓는 집마다 여름철이 다가오니

榾榾無曉暮 골골무효모   힘들게 일하느라 새벽과 밤이 없었다네.

 

農夫爭荷鋤 농부쟁하서   농부들은 다투어서 호미를 메고 나서

徧野已雲布 편야이운포   온 들판에 구름처럼 흩어져 일하누나.

唯有看屋翁 유유간옥옹   오직 집 지키는 늙은이가 있었는데

頂絲白於鷺 정사백어로   머리는 백로보다 더 허연 빛이더라.

 

客來方進饌 객래방진찬   손님이 찾아오니 음식상을 내오는데,

窮不待珍貝 궁부대진패   구차하여 맛난 음식 바랄 수 없었구나.

野果與園蔬 야과여원소   들에서 난 과일과 밭에서 난 푸성귀는

皆由親種樹 개유친종수   그것들은 모두 다 친히 가꾼 것이라네.

 

客去收殘尊 객거수잔존   손님이 떠나가고 남은 상을 치우려니,

嬌兒帶老姥 교아대노로   아이는 아양 떨며 할미에게 매달리네.

器聲逐晩風 기성축만풍   덜거덕 그릇 소리 늦바람에 실려서

吹落西家去 취락서가거   서쪽 이웃 집까지 울려서 가는구나.

 

隣翁念餘瀝 인옹념여력   이웃집의 늙은이는 남은 술을 생각하고,

一徑穿夕霧 일경천석무   저녁 안개 헤치면서 오솔길로 걸어오누나.

 

 

 

鴻雁已肅肅 홍안이숙숙   어느 새 기러기는 펄펄 날아오고,

蟪蛄仍啾啾 혜고잉추추   쓰르라미는 이내 쓰르람 울어대네.

田夫知時節 전부지시절   농부는 시절을 지났음을 알았으니

銍艾始報秋 질애시보추   쑥을 베어 비로소 가을임을 알리도다.

 

四隣動寒杵 사린동한저   사방의 이웃에서 차가운 절구 소리

通夕聲未休 통석성미휴   그 소리 저녁 내내 쉴 줄을 모르도다.

晨興炊玊粒 신흥취옥립   새벽에 일어나 흰쌀로 밥 지으니,

溢甑氣浮浮 일증기부부   구수하게 부글부글 김이 끓어 넘쳤구나.

 

紫栗落紅樹 자률락홍수   자줏빛 밤 누런 잎 사이에서 떨어지고,

朱鱗鉤碧流 주린구벽류   비늘 붉은 물고기는 푸른 물에서 낚이더라.

白瓶酌杜酒 백병작두주   흰 병에다 빚은 술을 담갔다가 따르면서

邀客更相酬 요객경상수   손님을 맞이하여 서로 주고받는다네.

 

外貌雖陋促 외모수루촉   겉모습은 비록 저리 추하고 비루해도

中情尙綢繆 중정상주무   마음 속에 나누는 정 은근히 얽혀 있어

酒闌起相送 주란기상송   술이 다해 일어나 전송하러 나서려니

顔色還百憂 안색환백우   얼굴 빛은 도리어 온갖 시름에 잠긴다네.

 

官租急星火 관조급성화   관아의 세금 독촉 성화와 같았으니,

聚室須預謀 취실수예모   집안 식구 모두 모여 준비를 미리 하네.

苟可趁公費 구가진공비   진실로 공납은 바쳐야 하겠거니,

私廬安肯留 사려안긍류   어찌 살림집에 남겨 둘 게 있으리오.

 

何時得卓魯 하시득탁로   어느 때나 옛날의 어진 수령 탁무 만나,

却作差科頭 각작차과두   오히려 가장 먼저 세금을 바치려나.

 

 

 

竹徑趁溪開 죽경진계개   대숲 길은 시냇물을 따라가며 열려 있고,

茅廬依崦結 모려의엄결   초가집은 언덕을 의지하여 서 있구나.

窮冬墐北戶 궁동근북호   한겨울에 북쪽 창을 흙으로 막는 것은,

意欲防風雪 의욕방풍설   차가운 눈보라를 막으려는 뜻이라네.

 

尙能知傲寒 상능지오한   그래도 추위를 겁내지 않았기에,

鷹犬出遊獵 응견출유렵   매와 개를 데리고서 사냥을 나가누나.

馳騁狐兔場 치빙호토장   여우와 토끼 쫓아 사냥터를 달려갈 때,

短衣涴流血 단의완류혈   피라도 흘렀는지 짧은 옷에 묻었구나.

 

還家四隣喜 환가사린희   집으로 돌아오자 온 이웃이 기뻐하며,

促坐爭哺啜 촉좌쟁포철   다투듯이 모여 앉아 실컷 나눠 먹었더라.

茹毛何足怪 여모하족괴   날고기를 먹는다고 무엇이 이상하랴.

居處壯巢穴 거처장소혈   거처하고 있는 집이 큰 둥우리와 굴이거니.

 

晶熒枯枿火 정형고얼화   나무 옹이 말려다가 불을 붙여 밝히노니,

滿室互明滅 만실호명멸   온 방안이 밝았다가 어두웠다 하는구나.

兩股亂赬豆 양고란정두   두 정강이에 널어놓은 붉은 팥이 어지럽고,

襟裾從破裂 금거종파렬   옷자락을 펼쳐놓고 말리다가 찢어졌노라.

 

布衾擁衆兒 포금옹중아   베 이불에 아이들을 옆에 끼고 누웠더니

窮若將雛鴨 궁약장추압   궁하기는 새끼 낀 오리와 같았구나.

竟夜眼不得 경야안부득   한밤이 다하도록 잠에 들지 못했거니,

農談逮明發 농담체명발   농사 짓는 이야기에 날이 밝아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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