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이시원의 '보리타작 노래(타맥가)'

New-Mountain(새뫼) 2022. 5. 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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打麥歌(타맥가) ; 보리타작 노래

 

李是遠(이시원, 1789~1866)

신영산 옮김

 

 

我聞勞者歌其事 아문로자가기사   내 듣기로 농사일이 힘든 것을 그 노래*로만 안다는데

作苦田家莫如麥 작고전가막여맥   농가의 힘든 일로, 보리 농사만한 것이 없다 하네.

 

老翁理耞傴背黑 노옹리가구배흑   늙은 아비 도리깨질 하느라고, 굽은 등이 검게 타고,

長男磨鎌跣脚赤 장남마겸선각적   큰 아들은 낫을 갈아, 벌건 다리 드러내고 돌아다니네.

黃塵浮動白日昏 황진부동백일혼   누렇게 흙먼지가 떠다니니, 한낮인데도 어둑하고,

戰塲聲翻槐葉陌 전장성번괴엽맥   전쟁터의 소리인 듯, 홰나무 잎사귀를 때리더라.

農家此穀最難打 농가차곡최난타   농가에선 이 곡식이 타작하기 가장 어렵다 하였으니,

粒粒無非辛苦積 립립무비신고적   낱알마다 고생이 쌓여 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네.

田頭穗忌霧雨濕 전두수기무우습   밭머리의 보리 이삭 안개비 습한 것을 꺼리기에,

背上芒如蜂蠆螫 배상망여봉채석   등에 진 보리단의 까라기가 벌침마냥 쏘아대네.

朱門酒肉但食新 주문주육단식신   부잣집은 술에다 고기 안주 햇곡식만 먹는다지만,

豈識西疇流汗白 개식서주류한백   서쪽 밭에서 식은땀 흘려가며 일하는 것 어찌 알리.

 

靑黃半粒作役糧 청황반립작역양   퍼렇고 누런 보리 반 톨이라도 먹을만 하였거늘,

窮節甁盎朝不夕 궁절병앙조불석   궁한 때에 항아리가 가득하면, 걱정할 일 없을 게라.

貽年天意慶莫大 이년천의경막대   올해는 하늘이 큰 뜻을 펼쳐내어 돌보셨으니,

度嶺村謳憂盡釋 도령촌구우진석   고개 너머 지나는 마을마다 걱정이 없었구나.

黃留告喜竹鷄舞 황류고희죽계무   꾀꼬리는 기쁨을 알리고, 자고새가 춤추는데,

銍艾聲中場圃闢 질애성중장포벽   낫질 소리 울리는 데, 타작하는 마당을 열었구나.

經年阻飢臂無力 경년조기비무력   지난 해는 굶주림에 허덕여서, 팔에 힘이 없었는데,

揀選村中侯亞伯 간선촌중후아백   마을의 제일가는 일꾼들을 가려내어 모았다네.

炎炎畏曦曝中天 염염외희폭중천   불타는 듯 뜨거운 햇볕이 하늘에서 내리쬐나,

習習薰風生兩腋 습습훈풍생량액   서늘하고 훈훈하게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어나네.

呼兒柳樾促點心 호아류월촉점심   아이 불러 버들 아래로 점심을 가려오라 재촉하니,

借婦綦中裹半額 차부기중과반액   수건으로 이마를 반이나마 감싼 아낙이 들고오네.

 

塵糠雨粒互攻擊 진강우립호공격   먼지 같은 겨 빗발 같은 알곡이 서로를 공격하여

壯觀何如楚漢壁 장관하여초한벽   그 광경이 볼만하니, 초한의 전쟁터와 어떠한가.

飜來空裏急雷響 번래공리급뢰향   번듯하게 공중으로 튀어올라 급한 천둥 소리 내며

掠去庭心厚地坼 양거정심후지탁   마당의 가운데로 쳐 내리니 굳은 땅도 갈라지더라.

平生氣力此時盡 평생기력차시진   모두가 평생에 남은 기력 이때 다 쓰고 있으니

貰酒酬功君莫惜 세주수공군막석   그대는 외상술 갚을 공을 아까워 말지어다.

登塲手法詑鍊熟 등장수법이간숙   마당에서 타작하는 솜씨들이 익숙하다 자랑하지만,

高下平斜皆有適 고하평사개유적   잘하는 이 못하는 이 고르지 않음은 당연하리.

如令藳裏入顆粒 여령고리입과립   만약에라도 멍석 틈에 알곡이 들어갈까 주의하며,

恐負身邊被襏襫 공부신변피발석   몸에 걸친 도롱이에도 알곡이 들어갈까 걱정하네.

 

豳風圖上此可添 빈풍도상차가첨   빈풍도*를 올릴 때에 이 광경도 더하면 좋으리라.

那得農謳說前席 나득농구설전석   농구*만으로 이 모습을 어찌 다 설명할 수 있으리오.

 

* 그 노래, 농구 : 강희맹(姜希孟, 1424~1483)이 농부들이 농사일을 하면서 부르는 민요를 뽑아 한역한 농구(農謳) 14수

* 빈풍도 : 주(周)나라 주공(周公)이 나이가 어린 성왕(成王)을 등극시킨 뒤, 백성들의 농사짓는 어려움을 인식시키기 위하여 지었던 『시경』의 빈풍칠월편을 그림으로 묘사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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