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이민구의 '농부의 노래 세 수(위농, 확도)'

New-Mountain(새뫼) 2022. 5. 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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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구의 농부의 노래 세 수

 

李敏求(이민구, 1589~1670)

신영산 옮김

 

爲農1(위농) ; 농사를 지으며

 

高田土壤疏 고전토양소   높은 곳에 있는 밭은 땅 힘도 척박한데

歲旱蝗螟起 세한황명기   해마다 가뭄 들고 메뚜기가 날뛰더라.

種黍就溪沙 종서취계사   시냇가 모래땅엔 기장을 심었더니,

今年又大水 금년우대수   올해에 또다시 큰물이 들었구나.

 

東陂廣且長 동피광차장   동으로 이어지는 넓고 긴 비탈밭엔

種稻端陽後 종도단양후   단오가 지나서야 겨우 벼를 심었다네.

及至白露天 급지백로천   어느덧 절기는 백로에 이르렀는데,

化爲稂與莠 화위랑여유   밭에는 벼가 없고 온통 피만 가득하구나.

 

 

爲農2(위농) ; 농사를 지으며

 

頻年十口苦無資 빈년십구고무자   해마다 열 식구 먹으려니, 괴롭게도 재산 없어,

僦地耕耘敢後時 추지경운감후시   겨우 땅을 빌려 경작하니, 어찌 때를 놓치겠나.

綿谷曉煙燔宿莽 면곡효연번숙망   골짜기에 새벽안개 올라오면, 묵은 풀을 태우고서,

小林春雨闢新菑 소림춘우벽신치   작은 숲에 봄비 오면, 묵정밭을 새로이 일구리라.

 

疏渠水短分秧晩 소거수단분앙만   도랑으로 흐르는 물 모자라니, 모내기는 늦었으며

接塞山高種豆遲 접색산고종두지   먼 밭은 높은 산에 있는지라, 콩 심기도 늦었구나.

麤飯一盂終自有 추반일우종자유   거칠은 밥이라도, 한 사발만 저절로 생긴다면

何勞屑屑強營爲 하로설설강영위   애써 굳이 자질구레한 농사일을 구차스레 하겠는가.

 

 

穫稻(확도) ; 벼를 수확하며

 

納稼山村僻 납가산촌벽   곡식을 거둔다며 후미진 산골 마을로

牛車日在門 우거일재문   날마다 소달구지 들며 나며 하는구나.

兒童競收穫 아동경수확   아이들은 다투어 이삭을 줍고 있고

鳥雀滿田園 조작만전원   참새들도 들판을 가득하게 채웠도다.

 

地迮場功少 지책장공소   워낙 땅이 좁았기에 소출이 적은데도

時艱井稅繁 시간정세번   시절이 어려우니 낼 세금이 많고 많다.

西隣有酒伴 서린유주반   다만 서쪽 마을에는 술친구가 있으려니

餘粒具淸尊 여립구청존   남은 쌀로 빚어내는 맑은 술을 갖추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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