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

이산해의 '농가의 노래(전가잡영 3수)'

New-Mountain(새뫼) 2022. 4. 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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田家雜咏 三首(전가잡영 3) ; 농가의 노래

 

李山海(이산해, 15391609)

신영산 옮김

 

 

 

蒻笠靑簑野水頭 약립청사야수두   들녘의 물가에서 부들 삿갓에 도롱이를 걸쳐 입은

村翁活計在西疇 촌옹활계재서주   시골 사는 늙은이는 서쪽 논에 의자하여 살아간다네.

移秧正趁黃梅雨 이앙정진황매우   장맛비가 내릴 때를 바로 맞춰 모를 내고

刈稻常期紫蟹秋 예도상기자해추   게 살찌는 가을에는 항상 벼를 베는구나.

釀得濁醪修社禊 양득탁료수사계   갓 빚은 막걸리로 땅의 신께 제사를 올린 뒤에

炊成雪餠當珍羞 취성설병당진수   갓 쪄내 돌려먹는 흰 떡이 진귀한 별미로다.

田家此樂年年事 전가차락연년사   농가의 이 즐거움 해마다 누리는 일이러니

不羨人間萬戶候 부선인간만호후   세상의 만석지기 부자인들 부럽지 않으리라.

 

十月高風振樹林 십월고풍진수림   시월이라 높새바람 숲속 나무 흔들며 불어올 제

山村處處起寒砧 산촌처처기한침   산 마을 곳곳에선 다듬이 소리 서늘하게 들려오고

稌秔收盡空場冷 도갱수진공장랭   타작하던 마당은 찰벼 메벼 다 거두어 썰렁한데

機杼聲殘破屋深 기저성잔파옥심   베틀 소리 잦아드니 그윽함에 낡은 집이 잠겼구나.

亂後鄕鄰幸無恙 난후향린행무양   난리를 겪은 뒤에 다행히 이웃들이 탈 없으니

燈前鷄酒各論心 등전계주각론심   등 앞에서 술에다 닭 안주로 회포를 나누도다.

農家水旱尋常事 농가수한심상사   농가에서 장마와 가뭄은 늘 있는 일이지만

只畏官門印牒侵 지외관문인첩침   관아에서 곧 공문이 날아오리니 이게 오직 두렵다네.

 

里胥當門縛老嫗 이서당문박로구   아전들이 들이닥쳐 늙은 할멈 묶어가며 잡아가나

三男前歲戍南州 삼남전세수남주   세 아들은 작년에 남방으로 수자리 살러 갔네.

盡傾釜鼎寧寬限 진경부정녕관한   가마솥 기울인들 세금 독촉 늦출 수 있으리오.

縱賣田牛未塞求 종매전우미색구   농사짓는 소 팔아도 세금 독촉 막을 수 없으리라.

官長威稜何太峻 관장위릉하태준   원님의 위세는 어찌 그리 무섭고도 엄하신가.

公庭鞭扑少無休 공정편복소무휴   관아의 뜰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매질하니

羨他路上流離子 선타로상류리자   떠돌면서 빌어먹는 저 거지가 차라리 부럽구나.

朝乞西鄰暮死溝 조걸서린모사구   아침에 빌어먹다 저녁에 구렁에서 죽는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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